코스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자 행성 메스클린이 다음 평분점(춘분점)까지 궤도를 따라
태양주위를 움직이는 동안 래클랜드에게는 거의 할 일이 남아있질 않았다. 물론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 거대한 행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바로 그 시점인 남반구
의 동지까지, 겨울과 가을 동안의 궤도 운동은 아주 빨랐다. 이 가을과 겨울은 지구 기준으
로 각각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봄과 여름은 지구로 따지면 각각 약 830일 정도
로, 어림잡아 26개월은 되었다. 다음 겨울까지는 여행을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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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넌이 특별히 미신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세계의 가장자리'에 이토록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때문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평가해도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는 볼 수 없는 부하들 조차 때때로 불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긴 재수 없는 곳이야, 하고 부하들은 투덜거렸다. '가장자리' 너머에 살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 너머에서 이 세계 쪽을 향해 수천 킬로미터씩이나 몰아치는 무시무시한 겨울 푹풍을 불어보내고 있는 것이 어떤 존재이든, 그 존재는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사고가 날 때 마다 새로운 불평 소리가 터져나왔고, 그놈의 사고는 또 빈번히도 발생했다. 누구나 평생을 지녀온 약 250킬로그램의 몸무게 대신에 1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지게 된다면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실수하기 십상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데는 교육이, 혹은 적어도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되었다. ...
--- pp.7-8
... 발리넌이 특별히 미신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세계의 가장자리'에 이토록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때문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평가해도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는 볼 수 없는 부하들 조차 때때로 불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긴 재수 없는 곳이야, 하고 부하들은 투덜거렸다. '가장자리' 너머에 살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 너머에서 이 세계 쪽을 향해 수천 킬로미터씩이나 몰아치는 무시무시한 겨울 푹풍을 불어보내고 있는 것이 어떤 존재이든, 그 존재는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사고가 날 때 마다 새로운 불평 소리가 터져나왔고, 그놈의 사고는 또 빈번히도 발생했다. 누구나 평생을 지녀온 약 250킬로그램의 몸무게 대신에 1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지게 된다면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실수하기 십상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데는 교육이, 혹은 적어도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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