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부터 불교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큰스님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그냥, 살라』(대산출판사 2006)와 조계종의 승려교육기관인 강원(講院)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쓴 『떠나면 그만인데』(굿북 2008)가 있다.
불교는 무아(無我)라는 강력한 교리를 지녔지만 인간의 칠정(七情)에 인색하지 않았고 윤회에 대한 사사로운 기대에 숨통을 틔워줬다. 내세는 삶의 연장이고 인생역전을 기약할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동물적 본능을 배반하면 어떤 종교와 이념, 인문도 살아남기 어렵다. 부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세상의 눈으로 부처님을 봐야 할 경우도 있다. 그래야만 중생을 부처님 눈 닿는 곳에라도 붙들어 놓을 수 있으니. ---「공주 신원사 중악단」 중에서
시간이 지나면 썩고 무너지고 악취를 풍기는 것이 육체성의 본질이다. 인간의 연약한 피부를 고려하면 몸은 그 자체로도 위태롭다. 인류는 이러한 육체성을 극복하기 위해 맨발에 신발을 신었고 마차를 탔으며 자동차를 발명했다. 맨얼굴에 화장을 하고 맨몸에 최신 유행의 옷을 걸치는 행위도 비슷한 속셈의 소치다. 색(色)에 대한 욕망의 바닥에는 비루하고 허술한 육체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한다. 가장 성스러운 만큼 가장 더러웠으리라 짐작되는 부처님의 발은 그렇게 가리고 꾸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넌지시 일러준 건 아닐는지. 그러니 발 냄새만한 수행의 향기가 어디 있겠는가. ---「공주 갑사의 불족적」 중에서
선지식들은 세상의 욕망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잘나고 멋진 것을 혐오하고 못나고 추한 것에 귀 기울였다. 그것만이 궁극적인 평화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잘나고 멋진 것을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얻으려면 반드시 남과 싸워야 하기 마련이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그냥’ 산다는 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장춘엔 장고(長考)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