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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를 풍미했던 무용수가 휘고 뒤틀린 몸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부검의에게 시작하려 했다. 그녀가 무대에서 온몸으로 관객에게 했던 것처럼…….
---p.52 허리가 끊어지고, 발목과 발가락이 비틀어지고 휘어질 때까지 연습을 해도 그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그만 포기해야 하나? 악마가 있다면 그와 거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p.66 이삭 원장은 두려웠다. 수사의 칼날이 언젠가는 자신을 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시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늘 대비해왔다. 경찰이 찾아오는 것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했다. 그들이 던질 질문도 하나하나 떠올려보았다. ---p.160 그와 사랑을 나눌 때나 그의 사랑을 갈구할 때는 허리도, 발목도, 머리도 아프지 않았다. 지금도 벅찬 심정이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안다. 악마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그 대가라면 기꺼이 치를 것이다. ---p.162 김준우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김하은이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살아오면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제껏 자신의 말머리를 자르고 토를 다는 사람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이 형사들에게 불신받고 있다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p.222 사자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먹잇감이 된 육주현 역시 도망가야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얼굴 위로 땀이 흘러내렸다. 어디로든 피해야 했지만, 그녀가 피할 곳은 없었다. 지금은 검사의 시간이었다. ---p.333 박서경.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얼굴도 이름도 바뀌었지만, 틀림없이 그녀였다. ---p.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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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으로 더 깊이
§ 무대 위 완벽한 아름다움, 그 뒤에 감춰진 가장 위험한 진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세계적 발레리나 곽희지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검은 튜튜와 토슈즈를 착용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단순한 죽음이라기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무대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김충길 팀장, 김하은 · 문특 경위가 이끄는 강력범죄수사대 강력1팀은 부검과 약물 검사, 디지털 기록 분석, 참고인 조사 등 구체적인 수사 절차를 따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유명 예술가의 죽음을 둘러싸고 언론과 대중의 추측이 퍼지는 가운데, 수사팀은 사실과 거짓을 가려내며 화려한 무대 뒤에 감춰져 있던 욕망과 비밀을 추적한다. § 현재 수사, 과거의 기록, 법정 공방이 맞물리는 입체적 미스터리 『다잉 스완, 친애하는 나의 살해자에게』는 현재의 수사 과정과 피해자의 과거, 언론 보도와 법정 공방을 오가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단서의 의미가 달라지고, 새롭게 드러나는 증언과 기록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보게 만든다. 한 사람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적 사건이 되고, 마침내 법정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진다. 폭우와 천둥번개, 검은 튜튜와 토슈즈, 호수 위의 물안개와 첼로 선율은 사건 현장과 발레 무대, 인물의 기억 속에서 반복되며, 이야기에 마치 영화 같은 선명한 이미지를 더한다. 감각적인 장면과 치밀한 수사가 맞물리며 소설은 끝까지 긴장을 이어간다. § 발레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처절함 이 작품에서 발레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사를 움직이고 진실을 암시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백조의 호수〉의 백조와 흑조, 〈불새〉와 〈빈사의 백조Dying Swan〉의 이미지는 인물들의 욕망과 상처를 비추는 동시에 사건 곳곳에 단서와 복선으로 스며든다. 작가는 발레의 화려한 무대뿐 아니라 그 뒤에 놓인 고된 훈련과 몸의 고통까지 함께 보여준다. 완벽한 동작을 위한 반복 연습, 토슈즈 안에서 상처 입는 발, 무대에 서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통증은 예술가들의 삶을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든다. § 왜 ‘다잉 스완(Dying Swan)’인가? 제목 ‘다잉 스완’은 러시아 최고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발레 작품 〈빈사의 백조〉에서 출발한다. 죽음을 앞둔 백조가 마지막 힘을 다해 발을 구르고 날개를 펼치는 모습은 사라지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 소설은 그 이미지를 한국의 발레 무대로 옮겨와, 아름다움의 이면에 쌓인 욕망과 상처를 추적하는 추리 수사물로 확장한다.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랑과 욕망, 명예, 진실을 움켜쥐려는 순간, 무대는 곧 사건 현장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