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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순간의 꽃

리뷰 총점8.6 리뷰 36건 | 판매지수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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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8쪽 | 236g | 125*190*20mm
ISBN13 9788982813849
ISBN10 898281384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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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란

여기 나비 노니는데
저기 거미집 있네

죽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 p.34, 55
내일 나는 서울 인사동에서
대구의 이동순을 만날 것이다

내일 나는 동도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치고
저녁때는 읽다 만 몽골문화사를 읽을 것이다

내일 나는 오늘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칠 것이다

추운 배추밭처럼
이런 예정들이 얼마나 행복한다
그러나
내일이란 벌써 오늘이다
--- p. 84

회원리뷰 (36건) 리뷰 총점8.6

혜택 및 유의사항?
[순간의 꽃] 찰나의 시적 형상화, 고개 숙이게 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디***스 | 2011.12.17 | 추천8 | 댓글4 리뷰제목
제목도 없는 단장(斷章)들을 죽 잇대놓은 이 시집은 시인의 몸을 통해 순간순간 나툰 감응과 깨달음의 정화(精華), 그 순정한 관찰록이다. 그래서 이 시집이 열어놓은 언어의 숲길을 소요하다 보면, 알음알이에 골몰하다 지식의 포로가 되어버린 우리 같은 지해종도도 찰나찰나로 사는 일이 곧 몰록몰록 수행의 길이라는 점을 종이에 물 스미듯 시나브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 최;
리뷰제목

제목도 없는 단장(斷章)들을 죽 잇대놓은 이 시집은 시인의 몸을 통해 순간순간 나툰 감응과 깨달음의 정화(精華), 그 순정한 관찰록이다. 그래서 이 시집이 열어놓은 언어의 숲길을 소요하다 보면, 알음알이에 골몰하다 지식의 포로가 되어버린 우리 같은 지해종도도 찰나찰나로 사는 일이 곧 몰록몰록 수행의 길이라는 점을 종이에 물 스미듯 시나브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 최원식, 추천사 중에서

 

언어와 현실 사이에는 시차가 거의 없다. 말해지는 순간 세계가 나타나고, 보는 순간 단박에 언어가 들러붙는 경지이다. 고은의 시들은 뉘엿, 해가 지고, 초승달이 힘차게 빛나는 밤의 시간 속으로 진입해 있다.

 -이문재, 추천사 중에서

 

 

고단한 일상에서 만난 찰나의 기록들.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은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보냈던 내게 적지 않은 충격과 위안을 선사한다. 최원식 님과 이문재 님의 추천에서 볼 수 있듯, '언어의 숲길'을 소요하다가 쩡~하고 무릇 깨달음의 길로 우릴 인도한다. 이 작은 시편들을 응축하는 단 하나의 시가 바로 이것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우리, 시간의 노예로 살아가며 무심히 흘려버렸던 순간, 지나쳐버렸던 작은 것들. 아등바등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오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다. 이기려고만, 앞서가려고만 했던 욕망에 우린 주위를 살필 겨를조차 없었다. 자신을 툭~하고 내려놓고, 유심히 주위를 둘러보면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유의미한 몸짓과 속삭임으로 우릴 바라본다.

 

*

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

겨울 잔설 경건하여라

낙엽송들

빈 몸으로

쭈뼛

쭈뼛 서서

어떤 말에도 거짓이 없다

 

이런 데를 감히 내가 지나가고 있다

 

*

만물은 노래하고 말한다

새는 새소리로 노래하고

바위는 침묵으로 말한다

나는 무엇으로 노래하고 무엇으로 말하는가

 

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무슨 잠꼬대인가

 

*

옷깃 여며라

광주 이천 불구덩이 가마 속

그릇 하나 익어간다

 

*

봄밤 아이 우는 소리가 있었다

가을밤 다듬이 소리가 있었다

여기가

열 번이나 사람 사는 곳이었다

 

똥거름밭 지나며

고개 절로 숙였다

 

*

어린 토끼 주둥이 봐

개꼬리 봐

이런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니

 

고은 시인은 그를 둘러싼 자연을 관찰한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존재를 한없이 낮추고, 자연을 우러러보며 깨닫고, 경탄하며 기도한다. 이런 자연 속에서 '버젓이' 잠을 자고, '감히' 지나가고, 자신의 말을 '잠꼬대'라 말한다. 그러면서 그릇 하나 익어가는 찰나에 옷깃을 여미고, 고개를 숙이며, '이런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며 경탄한다.

 

어쩌면 이리도 짧은 시어 속에 온 우주를 담듯, 큰 깨달음을 담아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으로 시집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책장을 넘기며 들숨과 날숨에 신경썼고,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꼿꼿히 척추를 세운 채 한편 한편이 만들어내는 감동을 오랜도록 곱씹었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요즘.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가?'란 끝없이 질문하고, 헛된 대답을 반복하고 있다. 이 시집을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린다. 살을 에는 칼바람조차 쩡~하고 내 머리를 명징하게 해줘서 고맙고, 뜨뜻미지근한 물 한 잔이 포근하게 목을 넘어가며 상쾌함을 전해줘서 고맙다. 지지직~ 주파수 틀린 라디오 잡음마저 지금 순간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천천히 시집을 다시 읽는다.

내가 가야 할 길? 내가 살아야 할 내일?

 

천천히 내게 답을 준다.

절로 고개 숙이게 하는 <순간의 꽃>. 

오랜도록 내 책장에서 오롯히 빛날 인생의 지도다.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4
순간의 꽃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c*******7 | 2012.01.31 | 추천6 | 댓글8 리뷰제목
1판 1쇄 2001년  4월 30일 1판 7쇄 2011년 12월  7일   오래 전에 나온 시집인데. 왜 나는 발견하지 못했을까. 그 당시에는.   <고 은 작은시편>이라 이름 붙여진 詩集안의 詩들은 제목이 없다.   잠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아직 이른 새벽, 더 자두자 싶어 베개 깊숙히 코를 묻어보는데 머릿속은 점점 선연해지고... 잠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리뷰제목

1판 1쇄 2001년  4월 30일

1판 7쇄 2011년 12월  7일

 

오래 전에 나온 시집인데.

왜 나는 발견하지 못했을까. 그 당시에는.

 

<고 은 작은시편>이라 이름 붙여진 詩集안의 詩들은 제목이 없다.

 

잠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아직 이른 새벽,

더 자두자 싶어 베개 깊숙히 코를 묻어보는데 머릿속은 점점 선연해지고...

잠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일어나 앉았다.

 

커피우유 한잔마시며 고은의 시집을 펼쳐본다.

지금 이 시간, 지금 내 머릿속...

동변의 상련으로 와닿는 그의 시로, 내마음을 토닥여 본다.

 

*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이 세상의 그런 하루였단다 숙아

 

*

바람에 날려가는

민들레씨만 하거라

늦가을 억새 씨만하거라

 

혼자 가서 한세상 차려보아라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어쩌자고 이렇게 큰 하늘인가

나는 달랑 혼자인데

 

*

이런 날이 있었다

길 물어볼 사람 없어서

소나무 가지 하나

길게 뻗어나간 쪽으로 갔다

 

찾던 길이었다

 

*

곰곰이 생각건대

매순간 나는 묻혀버렸다

그래서 나는

수많은 무덤이다

 

그런 것을 여기 나 있다고 뻐겨댔으니

 

*

다시 한번 폭발하고 싶어라

불바다이고 싶어라

 

한라산 백록담

 

*

고군산 선유도 낮은 수평선

해가 풍덩 진다

 

함부로 슬퍼하지 말아야겠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8
구매 순간의 꽃을 읽고 내용 평점2점   편집/디자인 평점2점 눈****을 | 2018.10.24 | 추천6 | 댓글0 리뷰제목
순간의 꽃이라는 시집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고은 시인이 쓴 것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시는 참 아름다우나 이 시를 쓴 사람이 아름답냐 하는 것입니다. 고은 시인은 현재 성추행 관련 파문으로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추행 관련 범죄를 무겁게 다루는 동시에 무고죄 등에 대해서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창 재판중인 사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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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이라는 시집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고은 시인이 쓴 것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시는 참 아름다우나 이 시를 쓴 사람이 아름답냐 하는 것입니다. 고은 시인은 현재 성추행 관련 파문으로 치열하게 법정 다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추행 관련 범죄를 무겁게 다루는 동시에 무고죄 등에 대해서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창 재판중인 사건이므로 아직까지는 무죄라고 생각하고 사건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그런 재판을 하고 있는 이 시인의 시집을 좋게 읽기는 어려웠습니다. 뒤늦게 이 시인의 시집을 읽게 되었는데 이런 일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고 하루빨리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고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은 처벌받고 사건이 명확하게 정리되기를 바랍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0

한줄평 (50건) 한줄평 총점 9.8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좋아요 ~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k***u | 2019.01.19
평점5점
고은의 시집을 읽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눈****을 | 2018.10.24
평점5점
참 아름다운 구절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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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 201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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