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완은 절벽을 타오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자기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려버렸다. 로완은 울음을 터뜨리거나 절망적인 실망을 보이지 않으려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들은 이제까지 그 먼길을 힘겹게 헤쳐나왔지만, 결국 남은 거리고는 저 산앞에 무릎 꿇는 일밖에 없는 듯 보였다. 로완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이 절벽을 타오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절벽 가까이 다다가면 갈수록, 어느 누구도 절벽을 타오를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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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룬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아 보이기 위해 있는 힘껏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알룬은 힘으로는 도저히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을 수 없으며, 자기만의 비장의 무기는 기지와 재치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로완은 이 마을에서 자기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알룬일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알룬도 로완처럼 몸이 약했고, 린 마을 사람들과 다른 점이 많았으니까. 알룬이 터놓고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말리와 스트롱 존과 함께 그의 집을 방문 했을 때, 알룬은 로완에게 말을 많이 걸었고, 로완의 행동에 관심을 보여 주었으며, 행여 실수를 하더라도 따뜻하게 덮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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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갈지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저 산이 사람들의 용기는 물론 목숨까지 앗아갈 거라고 했다. 그 말대로 되기라도 하듯 엘리스의 용기가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엘리스는 가 버렸고, 이제 남은 여섯 사람이 계속해 나가야 한다. 다음 차례는 과연 누구일까? 로완이 그 다음 차례가 아닐까? 온통 위험으로 가득 찬 이 모험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정말 용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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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는 세 명의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이상하게도 로완의 가슴속에 그들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잘 알고 지내왔지만 로완에게 그들은 늘 두려운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로완은 그들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 그들이 자기를 보살펴 주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조금식 자기를 좋아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로완은 그런 생각이 드는 데 스스로도 매우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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