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s nothing wrong with practicing, getting prepared. You never know when and how something is going to happen. (연습하고 미리 준비해 둔다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다. 언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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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좋아하는 소재를 골라 혼자서 영어로 말해보는 연습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진짜 프로는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그런 내색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선을 다해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지루하기 짝이 없고 잘 들리지 않는 것을 몇번이고 반복해 들어가며 받아쓰는 노력은 정말 실제해본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자신부터가 그렇게 리스닝을 공부해 왔기 때문이다.
대학원생들을 모아놓고 NBC 뉴스를 그대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써오라는 숙제를 몇 학기씩 내는 것이었다.신기한 것은 오랜시간과 노력을 들여 받아쓰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청취력뿐만 아니라 전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실력까지 가속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받아적기는 힘은 좀들었지만 그럴만한 가지가 있는 일이었다. 혼자서 연설을 할 때 가장 좋은 주제는 자기 소개인 것 같다. 하루에 약 10-15분씩 적어도 2,3개월 정도가 지나면 '어 들리네 무슨말인지도 알겠어'라는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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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세요.
내 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부터 항공이라는 당신의 일 관계로 외국을 참 자주 다니셔야 했다. 어머니는 만학의 꿈을 안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뜻에 따라,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기를 날렸다는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공부를 하셨다. 그리고 미국의 50개 주를 두루두루 다니시며 우리 나라의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는 연설도 하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비행기를 구입해 고국에 들여오시기까지 정말 영어를 치열한 삶의 주요 수단으로 알고 부대끼며 익히셨다. 들은 말로는 기숙사 사감 선생님이 하루에 단어 스무개씩을 무조건 외우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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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어교육과는 상관이 없는 언론에 종사하시는 분께서 매우 획기적인 영어학습 이론을 개발했다고 하여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분의 얘기인 즉슨, 우리 나라 사람들이 대개 영어를 공부할 때 영어에서 출발해 우리말로 가는 방향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문을 보면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말로 옮기기에 급급하고, 영어로 말하는 것을 알아들으려고 멀쩡한 귓속을 수차례 파고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어의 우리말 표현은 잘 찾아내고 독해도 충분히 되면서도 똑같은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우리말을 보고는 그에 상응하는 영어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 표현을 보고 그 즉시 영어로 옮기는 습관을 기르면 소위 영어식 사고가 가능할 거라고 하셨다. 상당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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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집 안팍에서 우리에게 늘 그렇게 간단한 몇 마디를 영어로 하시곤 했는데 솔직히 그것이 요즘 거론되는 '조기 영어'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장녀 스럽게 영어와 친해져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웬만한 생활영어 표현의 뜻과 사용법을 별 무리 없이 익힐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쓰게 한다는 것이 매우 비애국적인 행동으로 비쳐졌다. 주변에서는 늘 우리 것을 써야 한다고 부르짖었고, 학교에서는 한창 국산품 애용과 우리 글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던 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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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니 너나 그렇지.'
영어를 할 때 '마음을 편히 먹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많은 분들은 대뜸 이런 말들을 내 면전에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소위 유명한 영어 전문가들이 그와 같은 말을 간혹 할 때면 나 역시 똑같은 말을 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그렇다고 해서 사실 영어와 친해질 방법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영어를 잘하게 되면 될수록 영어와 더 가까워지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게 된다고 해서 영어가 보다 편해지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하면 할수록 모르는 부분이 자꾸 드러나 가까이 할수록 영어는 더욱 멀리 떨어져 있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을 알수록 욕심은 더 커지기만 한다. 이제껏 알고 있던 표현이 엉터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될 정도의 수준이 되면 영어는 시간이 갈수록 편한 상대이기는커녕 꼴도 보기 싫어지고 더욱더 힘이 세지기만 하는 적으로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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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그 사람은 아주 고마워하며 관광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시야를 막 벗어날 무렵 옆자리에 있던 같은 아르바이트 학생이 마치 그 사람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는 듯 얼른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더니 '아니, 우리 나라에서 돈을 쓰겠다는데 왜 좀 비싼 가격대의 물건이 있는 백화점같은 곳을 알려 주지 기껏 이태원을 소개하고 마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도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어리석게도 애국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그런데 나중에 가만 생각해 보니, 비싼 물건을 주로 파는 백화점을 가라고 하지 않은 것이 꼭 잘못된 것만도 아닌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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