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고백_아내로 산다는 것
'아무개 엄마'로 불리는 걸 당연히 생각하는 당신에게……
이제 아내 겸 엄마까지 되고 보니, 남자들을 위해 모든 걸 맡아 처리해주는 전업주부들의 일이 남편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내의 일은 일주일에 50시간이나 60시간을 일해도 다 끝낼 수 없다. 남편이 일에서 손을 떼고 퇴근한 후에도 아내의 할일은 그 후로 한참을 더 이어진다. 하지만 내가 제일 약이 오르는 이유는,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거나 나 대신에 그 일을 해결해줄 아내가 없어서라기보다, 집안일의 특성상 내가 들인 노력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집안일이든 조직에서의 업무든 간에, 그 일을 제일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맡아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나도 그러는 편이 좋다. 성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다소 전통적인 기준으로 할일을 나누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 고백_나는 오늘 샤워를 하지 않았다
빨래 통에 빨래가 쌓여 있으면 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두말할 필요 없이, 나에게는 매우 유익한 사건이었다. 이제 마이클이 청바지가 더럽다고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게 더럽다고? 그 정도는 더러운 게 아니야. 한 번 더 입어.” 베이비시터가 아이들을 목욕시켜야 한다고 말하면, “괜찮아요, 아직 그런대로 깨끗한 걸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 어젯밤에 구워먹은 연어 냄새가 아직 집안에 배어 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대꾸하겠다. “세상 어디엔들 냄새가 안 나겠어요. 깊이 숨을 들이쉬어 봐요! 냄새, 구수하죠?”
세 번째 고백_나이듦에 대하여
남편한테 늘 '좀 꾸미고 다녀!'라는 말을 듣는 당신에게……
“보기 좋은” 것과 “젊어 보이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려고 노력할 뿐이다. 9살 여자애한테 “그 나이 치고 좋아 보이는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젊어 보이는 것도 좋고 보기 좋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게 제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풀어주고 있다. 매일매일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또 하루가 나의 나이를 가져가고, 단 하루라도 이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남편이 나에게 실망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자기도 나랑 마찬가지 아닌가.
네 번째 고백_우리, 아직 재미있게 사는 거지?
'집들이' 등 접대를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당신에게……
내가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그냥 가게에서 사온 라자냐와 야채샐러드를 내놓아도, 친구들은 잘 먹어주고 행복해한다. 사실은 더 좋아하는 것도 같다. 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그릇된 노력을 기울이다가 친구들이 집에 왔을 때 기진맥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처럼 편안하게 그 시간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고백_욕심은 작게, 만족은 크게
‘집안일은 모두 아내 몫이죠.'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집안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개중에는 직장에도 다녀야 여자들이 남자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게다가 아무리 바빠도 여자들이 하는 일은 남자들이 하는 일만큼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스케줄 중간에 다른 일을 끼워 넣어도 남자들의 경우보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전업주부로 있는 엄마들은 특히 이런 편견에 시달리는데, 그래서 다른 누구보다도 전업주부들이 더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시달리다가 지쳐 떨어지는 모양이다.
여섯 번째 고백_화성 남편, 금성 아내의 지구 생활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그가 나를 만났을 때 호감을 느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친구들을 소중히 하고 그들에게 나의 시간을 자주 할애한다는 사실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에게 그런 성향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결혼한 후에 그러한 내 모습을 바꾸려 들거나 나의 약속을 모두 통제하려 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당시 내 인생에 남편을 받아들일 공간은 있었지만,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지는 않았다. 구멍이 뻥 뚫려 있었더라도, 남자라는 존재가 그것을 채워줄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곱 번째 고백_나는 ‘슈퍼 맘’이 아니야
'집안일'은 모두 여자들이 더 잘 한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집안일에 관해서는 여자들이 낫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여자가 남자보다 그런 일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태어날 때부터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남자들이 관리인이나 집사 역을 맡아왔던 것을 보면 집안 청소에도 무능하지 않을 것 같다. 전통적으로 요리사도 남자들이 주로 맡아왔으니 요리하는 면에서 무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여덟 번째 고백_오늘 해야 할 일을 깜박했다는 것을 ‘알았다!’
'섹스'도 집안일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섹스를 의무방어전으로 생각하면 의욕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정신적으로 이 의무감을 떨쳐버렸다. ‘오늘의 할일’ 리스트에서 섹스를 빼버리고, 남편을 위해 할 일 리스트에서도 단호하게 삭제했다. 내가 원치 않으면 남은 평생 동안 다시는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었다.
아홉 번째 고백_참을 수 없는 사소한 일들
남편과의 사소한 말다툼에 소심한 당신에게……
남편들이 무지한 아내에 비해 자기가 더 똑똑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사소한 문제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내를 더 좋은 아내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배우자가 서로 비슷한 지적 능력을 가지고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있을 때 더 행복할 결혼생활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서로 얘기할 거리는 있지 않은가. 얘기하다가 논쟁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할 말이 전혀 없는 상태보다는 말다툼이라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특히 우리 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을 두고 말다툼하는 거라면 말이다.
열 번째 고백_게으름뱅이들, 하나가 되다
좋은 아내의 강박증에 시달려 있는 당신에게……
내 머리가 자주 헝클어져 있어도 그는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우리 집에 세균이 득실거려도, 우리 집에 온 손님들이 가게에서 사온 파이를 먹게 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설거지 접시 정리하는 일을 내 일이 아닌 자기들의 일로 생각하더라도, 남편은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나도 그 남자를 사랑한다. 그가 못 말리는 게으름뱅이 느림보이긴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우리는 한패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