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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사람을 위한 괴테

스트레스 받는 사람을 위한 괴테

: 괴테의 시와 잠언, 단편 선집

리뷰 총점6.3 리뷰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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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78쪽 | 318g | 128*188*20mm
ISBN13 9788972974345
ISBN10 89729743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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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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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인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Biefefeld 대학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관악고등학교 독일어 교사이다.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 조성희 (pylades@yes24.com) 2001. 08. 22
『스트레스 받는 사람을 위한 괴테』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이 책은 독일 인젤 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판된 것을 번역한 것이다. 독일 사람들조차 괴테 하면 거리감을 가진다니, 마치 우리가 정약용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읽은 저서 하나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괴테를 어려워하는 독일인을 위해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 가운데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나 작품성도 떨어지지 않는 것들을 모아 놓은 이 작은 책은 한국인들에게도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권말에 붙어있는 작품 해설은 친절하게 작품의 출전을 알려주고, 간단한 설명도 해준다. 사소한 것 같아도 독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이다.

<삶 속에 행복하게 머물러라!>라는 제목 아래 추려놓은 20편 가량의 시들은 괴테의 방대한 시세계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초기시에서 후기시까지 두루 아우르려는 편집자의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달에게>, <호수에서>, <나그네의 밤노래>, <들장미>, <투울레의 왕>, <어부>, <축복받은 동경> 등은 괴테의 대표작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시들이다. 외국시를 번역으로 읽는 것은 항상 한계를 전제하는 일이라서 괴테의 절창을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모든 언어를 섭렵할 수는 없는 일이니 어찌하랴.

<머리와 가슴이 혼란할 때면>이란 제목과 <성격이 아니라 성품을 가꾸십시오>라는 제목 아래 선별한 잠언들은 대시인의 노년의 지혜가 응축되어 있는 촌철살인의 구절들이다. 괴테의 잠언들은 일견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진리"라고 말해지는 것들이 그 어느 것인들 과정 없이 결과만 놓고 볼 때는 단순하지 않은 것이 있는가? "스트레스 받는 사람을 위해" 선별한 것들이라서 그런지(?) 어느 한 구절도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아차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구절들, 위트 넘치는 재미있는 구절들,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절들…… 몇 개만 보자.

                      제일 좋은 건

              그대 머리와 가슴이 펄펄 끓어오른다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더 이상 사랑하지도, 더 이상 헤매지도 않는다면,
              그런 사람을 기다리는 건 죽음뿐. (55쪽)

            사람의 실수란 원래 그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72쪽)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라는 <천상의 서곡>의 주님의 말씀을 연상시키는 이 구절들은 '나는 왜 이럴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준다. 사랑 때문에 번민하고, 생활 속에서 좌충우돌 방황하는 나의 모습이 바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니 이보다 더한 위안이 있을까. 그리고 찬찬히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떠올려 보면 실수가 그 사람과 나를 더 가깝게 한 일이 실제로 많지 않은가. 실수가 나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또 이런 구절들은 어떤가.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느끼는 것도 다를 수 밖에 없는 법, 맛보기로 몇 구절을 골랐으니 각자 음미해 보시기 바란다.

              할 수 있는 일은 내버려 두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사로잡혀 있다면,
              불행한 사람이겠지요.
              그가 무너진다 한들 놀랄 일도 아니지요. (57쪽)

  우리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면서, 그러나 정작 우리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스스로가 갖고 있지 않다면 그 모두가 다 쓸데없는 것들이다. (68쪽)

  사람이 아주 모자라거나 아주 똑똑하거나 하면, 둘 다 해로울 게 없다. 어중간한 바보나 어설픈 똑똑이, 그런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 (70쪽)

  그대가 누구와 사귀는지를 말해 주면, 나는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 있다. 또 그대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 주면, 그대가 무엇이 될지 말해 줄 수 있다. (77쪽)

잠언까지가 책 전체의 절반을 이루고 나머지 부분은 괴테의 작품 여기저기서 뽑은 몇 편의 단편과 『파우스트』의 <천상의 서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며, <천상의 서곡>은 <헌사>, <무대 위의 전희>와 함께『파우스트』의 서막 격으로 주님과 메피스토펠레스의 내기가 경쾌하게 그려지지만『파우스트』 전체의 주제가 담겨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연극 무대에서는 몇 년에 한번씩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리면서도 이 정수를 빼먹고 올리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천상의 서곡>을 읽고 『파우스트』를 읽을 마음이 발동한다면, 이 책을 읽은 큰 소득이 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스트레스 받는 사람을 위한" 괴테는 "모두를 위한" 괴테이기도 하겠다. 괴테와의 첫 만남을 시도하는 사람이나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한 권으로 괴테의 모든 것을…' 이런 욕심은 내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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