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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만 행복해요

부족하지만 행복해요

: 어느 샴쌍둥이 청년의 삶과 꿈

구엔 도쓰 저 / 박수정 역 | 창해(새우와 고래) | 2001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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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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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29쪽 | 37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9192629
ISBN10 897919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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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박수정
1966년생으로 충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MBC 방송문화원 외화번역 작가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주) 엔터스코리아에서 일본어 번역작가로 활동중이다. 역서로는 『낯선 아내에게』『햇살이 떨어지는 나무』『전학생 무당벌레』『민족의 세계지도』 등이 있다.
저자 : 구엔 도끄Nguyen Duc
1981년생.
나는 불행히도 베트남전쟁 당시 살포된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샴쌍둥이'로 태어났다. 나보다 조금 먼저 세상에 나온 형 베트와는 두 사람도 아니고 한 사람도 아닌 결합 쌍생아였다.
머리는 둘, 몸통도 둘, 그렇지만 다리는 두 개밖에 없고 성기와 항문도 하나뿐이었다. 우리는 하노이시의 베트남 동독우호병원에 있다가, 1982년에 호치민시의 투두병원으로 옮겨와 지금도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모님들은 기형으로 태어난 우리 형제를 돌볼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가족들과 헤어져 고아 아닌 고아로 자라야만 했다. 그렇지만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아 우리를 돌봐준 병원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고 그후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은혜를 입어 지금껏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다만 한없이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나보다 훨씬 성품이 좋은 베트 형은 의식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늘 병상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88년에는 우리 형제의 기적적인 분리수술이 성공했다. 그 수술은 베트남의료단 70명과 일본적십자의료단 4명 등 20세기 최대규모로 기록돼,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되었다. 형 베트가 원인불명의 뇌 관련 질병에 걸렸기 때문에 위험성 높은 수술이 감행되었는데, 베트가 생명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다행히 수술 13년째인 지금도 살아 있다. 나는 형이 어서 빨리 누운 자리를 털어내고,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들려주기를 고대한다.

분리수술 성공 후 나는 중학교에 다니다가 중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등직업학교 정보과를 다니면서 컴퓨터를 관리하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난 요즈음 베트남의 여러 봉사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까닭은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뼈저리게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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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의 부산물로 태어났다.
퐁 선생님이 처음 일본에 갔을 때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했던 말씀이 있다.
"다이옥신 문제는 지금 베트남의 문제지만 사실은 일본과 같은 선진공업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는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내 인생을 조금도 비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스스로의 개성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기쁨을 찾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나누어줄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베트를 불러본다.
나는 베트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도 없는 나의 소중한 형일 뿐이다.
"베트, 건강해지면 옛날처럼 맘껏 떠들어보자."
--- pp.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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