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여린 얼굴. 가느다란 금발에다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의 남자.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인터뷰도 거절해 버리는 기이한 은둔자. 이 사람이 바로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이다.
젊은 시절부터 여러 편의 단편을 썼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향수』, 조나단 노엘이라는 한 경비원의 내면 세계를 심도 있게 묘사한 『비둘기』, 평생을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별난 인물을 그린 『좀머 씨 이야기』 등의 중·장편 소설과, 단편집 『깊이에의 강요』 등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대대적인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쥐스킨트는 모든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사진 찍히는 일조차 피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우울하고 소심한 이 언어의 연금술사도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는 아이러니컬한 유머도 구사하고 적절하게 요점을 지적하는 실력을 발휘하기도 하며, 포도주를 몇 잔 마시거나 하면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그의 근작인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는 레스토랑 〈로시니〉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해프닝을 비극적이고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독일의 영화 감독 헬무트 디틀과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로, 영화화되어 1996년 독일 시나리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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