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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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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6쪽 | 503g | 153*224*30mm
ISBN13 9788932012971
ISBN10 89320129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같은 사람, 다른 이름
- 김영표 (zero@yes24.com)
『미란』은 뜨겁게 시작하여 차갑게 끝납니다. 그 차가움은, 모든 뜨거움을 화한 다음 남겨진 증거와도 같은 잿더미이며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더 이상의 온기는 없습니다. 주인공 연우에게는 두 명의 미란이 있었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제주도에서 만난 여자는 원초적이며 본능적이고 가슴이 먼저 앞서는 사람이었고, 서울에서 만난 여자는 그 모든 것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였습니다. 그는 결국 한 사랑을 죽이고 다른 한 사랑을 택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자의 입장에서 본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도록 선택 당한 건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미란은 그에게 이런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많은 여자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은 곧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단 하나예요. 그러니 그 중에서 고르려 하지 말아요. 거꾸로 연우씨가 그들에게 선택될 수도 있어요."라고. 결국 그는 끝까지 '한 사랑'만을 한 셈이 됩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

처음 마음을 열면서 미란은 "무섭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무서웠을까요. 누군가를 알게 되고 점점 그에 대한 객관성을 잃게 되고 끝내는 자신을 잃는 것이? 결국 그녀는 그에게 결코 "돌려줄 수 없는 것"을 준 다음 그의 곁을 떠나버립니다. 남자는 돌려줄 수도 없는 그것을 가지고 "그녀는 누구였을까?" 궁금해하며 평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오히려 '무서운' 사람은 떠난 그녀였습니다. 그가 타클라마칸 사막의 폐허가 된 유적지 `미란'을 말하며 떠올린 불모의 이미지처럼 말입니다. 또 다른 미란은 좀 더 이성적입니다. 혼수용품을 사러가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가정의 평안을 위해 묵묵히 그의 비밀을 지켜보는 것으로 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그녀는 20대 초반에서 성장을 멈춰버렸던 연우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 선생님과도 같습니다. 그는 깨닫습니다. "삶은 확실히 어떤 기차에 올라타느냐에 따라 운명의 모습이 변하게 마련인"것을. 그리고 그 기차에 같이 타고 있는 미란에 대해 사슬처럼 엮여 있는 '운명'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마침내 "온몸의 부속품이 하나씩 차례로 빠져나가 마침내 완전히 망가지"는 고통을 견뎌내면서 젊은 날의 미란을 놓아줍니다. 삶이란 선택이고, 종내는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우리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욕망이나 열망으로 표현되는 감정의 등불들을 하나씩 꺼나가게 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도 실은 그 사람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까운 사람조차도. 또 다른 낯선 이의 그림자가 그 사람 내면 깊숙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너는 내게 있어서 종종 네가 아니다. …… 돌아보면 그 어떤 타인도 항상 나의 일부였다. 내가 들고 있는 거울에 비친 사람은 비록 내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인 동시에 엉뚱한 타인과 동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는 것을 때때로 삶이 나에게 알려주곤 했다. 그토록 많은 것을 상실해가는 도중에."
--- 윤대녕 『미란』중에서

이 소설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많은 부분이 겹쳐 있습니다. 이쪽과 저쪽으로 갈려진 사랑의 모습이 그렇고, 끝내 어떤 이와도 완전한 결합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결국 불완전 채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소설이 던지는 이 질문은 여전히 해결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윽고 밤이 왔어.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지. 그런데 문득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어. 내 집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거야.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파란 대문 집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날이 밝기를 기다리면서 말이야. 그런데 조금도 무섭거나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더군. 신기할 정도로 말이야. 오히려 아늑한 기분이 드는 게 참으로 이상했지.'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의 오렌지빛 나트륨등에 불이 나갔는가 싶었는데 잠시 후 다시 들어왔다.

'그러다 나는 처마 밑에 앉아 깜박 잠이 들어버렸어. 한참 후에 누군가 등에 두드려 나는 잠에서 깨어났지. 그런데 나를 깨운 사람은 놀랍게도 어머니였어. 밤늦게까지 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돼서 나를 찾으러 밖으로 나온 거야. 더 놀라운 것은 그 파란 대문 집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는 사실이야.'
--- p.268
'여자에 대해 무지하다니 한 가지만 알려주죠. 연우씨가 보기엔 세상의 많은 여자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은 곧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단 하나예요. 그러니 그 중에서 고르려 하지 말아요. 거꾸로 연우씨가 그들에게 선택될 수도 있어요. 앞으로 만약 그런 일이 생기게 되면 고맙게 여기란 뜻이에요. 상대나 자신 둘 다에게 말예요.'
--- p.26
언젠가,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이겠지만, 심각한 위기의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나와 네 어미도 그랬다. 완전히 지쳤다고 느껴지는 때가 올 거다. 그땐 세상의 모든 양들이 침묵하고 나무도 한결같이 등을 돌리고 서 있을 거다. 안타깝구나. 그땐 이미 이 아비가 도울 수 없을 때일 테니까. 부디 잘 살기 바란다. 너한테도 단점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걸 알게 될 때마다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거라.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도 고개 숙이거라. 너는 지금부터 많은 짐을 짊어진 사람이다. 모쪼록 경배하거라. 너를 찾아오는 범죄자조차 성의껏 변호해야 하듯이 말이다.
--- p.139
앞으로 잃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하지마. 우린 엄연히 타인이고 어려운 선택 끝에 서로 긴밀히 협조하기 위해 만난거야. 그러니 어떤 순간에 간신히 얻어낸 가슴 떨리는 영상을 굳이 캐물어서 날려버리는 것은 하지 않았으면 해. 그건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신들이 잠들어 있는 방의 촛불을 하나씩 꺼버리는 일이야 '
--- p.112
'실망했나요? 하지만 이렇게 무너져 가는 것도 한편 운명이에요. 싱처또한 마찬가지구요. 운명이란 주인의 간곡한 기대조차 번번히 져버리곤 하는 것이더군요.'
그 단정적인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혀버린 채 물끄러미 그녀의 이마만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생긴 것인지 이마 한 중간에 날카로운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바람이 몰아쳐 오자 그녀는 쿨럭쿨럭 기침을 해대며 종업원이 내온 보드카를 한 잔 마시고 충혈된 눈빛으로 나를 마주 보았다.
'나이를 먹어도 신기할 정도로 당신은 변하지 않는 군요.'
--- p.279~280
세상은 확실히 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힘에 의해 유지되고 변화된다. 그러나 인간적인 측면으로 내려올 때는 그 신념이 속수무책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적어도 자기 신념을 위해 주변을 희생하는 것이 인간적으로는 미숙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자신의 신념조차 때로 가까운 사람들 위해 버릴 수밖에 없을 때 그의 삶은 비록 누추해지더라도 인간적으로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가까운 사람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체를 위한 신념이 달성된 경우에라도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태도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p.230
삶은 확실히 어떤 기차에 올라타느냐에 따라 운명의 모습이 변하게 마련인가 보다. 중간에 간이역에서 슬쩍 내려버리면 모를까. 같은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이 사슬처럼 서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을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 다시 한 번 뼈져리게 깨달았다.
--- p.300
사방에서 꽃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열대 어디를 가나 지천으로 피어 있는 그 환장할 붉은 꽃. 하이비스커스. 급기야 투둑투둑 비가 쏟아지며 바람이 정원 가까이로 거세게 몰려들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펴 들고 미란이 근무하고 있는 호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호텔은 집에서 30분 거리로 해변 쪽에 있었다. 야자수 숲이 바람에 무겁게 쓸려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황톳물이 튀는 밤길을 걸어 아래로 내려갔다. 언덕을 내려가며 언뜻 뒤를 돌아보니 발코니에 걸려 있는 보라색 등이 사납게 흔들리고 있었다.
--- p. 276
"하지만 거기엔 온기라는 게 존재하지 않잖아요. 필요한 것들을 모두 매매 관계로 처리하게 되면 막상 할 일도 없어지구요. 하긴 지금은 혼자 있으니 그게 편하긴 하겠죠."
그녀는 내게 드라이클리닝식으로 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역시 아쉽거나 필요한 게 별로 없었다.
촛불을 켜놓고 음악을 오토 리버스 시켜놓고 그녀와 케이크와 포도주를 먹고 침대에 들어가 그날도 사랑을 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녀와 사랑을 하면 할수록 내가 길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란의 몸은 변함없이 다정다감하고 긴장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이상할 정도로 냄새가 좋았다.
--- p. 121
"아직 있었군요."
"그래, 가지 않았지."
"실망했나요?"
"미안하단 말만 하지 않으면 돼. 그 말을 들으려고 기다렸던 건 아니니까."
"화났나요?"
"빗속을 함께 뛰어왔다고 해서 꼭 그래야만 되는 건 아니야. 그게 의외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원피스 자락에 흙탕물이 튀어 있었다. 종아리와 구두에도 흙탕물이 튀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당신의 몸을 조금이라도 만져보고 싶어. 그게 섹스를 뜻하는 건 아니야.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그거하고는 뭔가 조금 다른 감정이야. 말하자면 당신이 이 세상에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당신의 체온을 통해, 그 흐름의 일부라도 말이야."
--- p. 61
"소나기가 내리고 난 밤이면 저 이태리 식당 정원에 유령이 나타나요. 너무나 밝은 빛을 하고 말이죠. 어둠 속에서 그것은 곧 사라져버릴 듯 보이지만 내가 바라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거기에 뚜렷이 존재하고 있어요. 이쪽을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말예요. 한 번은 가까이 가서 훔쳐보았죠. 그런데 놀랍게도 당신 모습을 닮아 있더군요.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에요."
"......"
"그것은 새벽이 오기 전에 가로등이 꺼지듯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어요. 그게 만약 당신이었다면 당신은 자기 혼령에 이끌려 여기에 왔는지도 몰라요. 새상 한 모퉁이에서 우리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눈사람처럼 생긴 그 맑은 기운, 당신 말예요."
--- p. 195
"하지만 거기엔 온기라는 게 존재하지 않잖아요. 필요한 것들을 모두 매매 관계로 처리하게 되면 막상 할 일도 없어지구요. 하긴 지금은 혼자 있으니 그게 편하긴 하겠죠."
그녀는 내게 드라이클리닝식으로 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역시 아쉽거나 필요한 게 별로 없었다.
촛불을 켜놓고 음악을 오토 리버스 시켜놓고 그녀와 케이크와 포도주를 먹고 침대에 들어가 그날도 사랑을 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녀와 사랑을 하면 할수록 내가 길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란의 몸은 변함없이 다정다감하고 긴장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이상할 정도로 냄새가 좋았다.
--- p. 121
"아직 있었군요."
"그래, 가지 않았지."
"실망했나요?"
"미안하단 말만 하지 않으면 돼. 그 말을 들으려고 기다렸던 건 아니니까."
"화났나요?"
"빗속을 함께 뛰어왔다고 해서 꼭 그래야만 되는 건 아니야. 그게 의외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어."
원피스 자락에 흙탕물이 튀어 있었다. 종아리와 구두에도 흙탕물이 튀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당신의 몸을 조금이라도 만져보고 싶어. 그게 섹스를 뜻하는 건 아니야.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그거하고는 뭔가 조금 다른 감정이야. 말하자면 당신이 이 세상에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당신의 체온을 통해, 그 흐름의 일부라도 말이야."
--- p. 61
"소나기가 내리고 난 밤이면 저 이태리 식당 정원에 유령이 나타나요. 너무나 밝은 빛을 하고 말이죠. 어둠 속에서 그것은 곧 사라져버릴 듯 보이지만 내가 바라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거기에 뚜렷이 존재하고 있어요. 이쪽을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말예요. 한 번은 가까이 가서 훔쳐보았죠. 그런데 놀랍게도 당신 모습을 닮아 있더군요.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에요."
"......"
"그것은 새벽이 오기 전에 가로등이 꺼지듯 감쪽같이 사라지곤 했어요. 그게 만약 당신이었다면 당신은 자기 혼령에 이끌려 여기에 왔는지도 몰라요. 새상 한 모퉁이에서 우리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눈사람처럼 생긴 그 맑은 기운, 당신 말예요."
--- p. 195
' 지금 저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영영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요. 세상엔 그런 일은 없으니까요. 만약 당신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이번만큼은 받아들이겠어요. 제게 한번쯤 상처를 입힌다고 해도 말에요. 하지만 단 한번이에요. 준이 때문이라도 더 이상은 저도 용납하기 힘들어요 '

그리고 아내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덧붙혔다.

'그런데다 저는 이미 당신을 한번 용서 한 적이 있어요'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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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성연우는 삶의 목표나 희망도 없이, 단지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치른 사법 고시에 통과한다. 사법 연수원을 마친 후 군대식의 상명 하복적인 판검사 세계에 염증을 느끼고 변호사의 길을 택한 그에게는 두 사람의 ‘미란’이 있다. 하나는 군에서 제대한 뒤 무작정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만나 사랑을 나눈 후 떠나버린 오미란과, 사법 연수원을 다니던 중 만나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낳고 살아가는 신라 왕족의 후손인 무남독녀 김미란이다. 김미란과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여행지에서 오미란을 만난 성연우는 서울로 돌아와서도 그녀를 잊지 못한다. 그러던 중 성연우을 찾아온 오미란의 아버지로부터 그녀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 김미란의 의혹을 뒤로 한 채 오미란을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그녀가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된 사연을 듣는다.

오미란은 중학교 때 술에 취해 있던 계모에게 미리 준비해둔 수면제를 타 먹인 다음 수영장에 빠뜨려 숨지게 했는데, 그 사실을 안 아버지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외국으로 도피한 후 혼자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여인으로, 병에 걸려 죽기 직전에 아버지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한다. 한편 오미란의 존재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김미란은 성연우가 말레이시아로 가 있는 동안 어머니의 음독 자살을 접한다. 그리고 배경엔 성연우의 막내삼촌이 개입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간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성연우 아버지의 전립선암 수술을 계기로 다시 합친다. 다시 일상의 나날을 보내는 성연우에게 어느 날 오미란의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 그녀의 죽음을 전해준다.
7년 겨울과 2000년 봄에 나는 동남아를 여행했다.
한 번은 길게 한 번은 짧게. 돌아보니 7년과 2000년의 내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모두 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처음 미란을 만났을 때 그 사람 안에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을 미지의 또 한 사람이.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할 때도 실은 그 사람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까운 사람조차도. 또 다른 낯선 이의 그림자가 그 사람 내면 깊숙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너는 내게 있어서 종종 네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느낌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릴 때가 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볼 때마다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나는 누구이고 지금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이 소설엔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두 사람의 미란이 등장한다. 나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불특정다수에 대해 얘기하려 했다. 또한 이들이 결국엔 동일인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돌아보면 그 어떤 타인도 항상 나의 일부였다. 내가 들고 있는 거울에 비친 사람은 비록 내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인 동시에 엉뚱한 타인과 동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는 것을 때때로 삶이 나에게 알려주곤 했다. 그토록 많은 것들을 상실해가는 도중에.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소설은 남북 관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작년에 동남아에서 돌아온 직후 나는 제주도에 내려가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와중에 한일문학작가회의에 다녀와 계간 『문학과 사회』에 연재를 하게 되었다. 때마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소설의 중반부는 안개가 많던 계절에 강화도에서 썼고 마지막 부분은 무더운 속초의 온천에서 썼다. 다 쓰고 나서는 잠시 일본에 가 있었다. 9월의 일본은 더웠다. 

가을비가 계속 내리면서 뼈가 춥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온종일 두렵다. 그렇기는 해도 깨끗하고 사나운 적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들과 싸우는 힘으로 살아낼 터이니까.미란, 너는 비와 함께 오더니 비와 함께 가는구나.
--- 2001년 늦가을, 윤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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