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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80쪽 | 648g | 146*209*30mm
ISBN13 9788925558158
ISBN10 8925558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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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접시나 작은 초록색 남자들, 살인 광선을 쏘아대는 거대한 기계 거미들은 모두 잊어버리자.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전투와 용감무쌍한 인간들이 눈이 툭 튀어나온 외계인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싸워 마지막에 승리를 얻어낸다는 것도 잊어라. 그건 외계인들의 죽어가는 행성과 우리의 살아 있는 지구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진실이 아니니까. 진실? 저들이 우리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죽는다. --- p.12

“이건 가장 단순한 질문에서 이어지는 겁니다, 허치필드. 그들이 무엇 때문에 여기 왔을까? 우리가 가진 자원을 약탈하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자원이야 우주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을 테니, 굳이 지구의 자원을 갖겠다고 몇 백만 광년을 날아오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런 이유라면 우리를 죽일 필요도 없습니다. 설령 죽인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대부분을 죽일 필요는 없겠죠. 지금 저들은 집세를 내지 않는 임차인을 쫓아내는 집주인과 같습니다. 새로 세입자를 들이려면 집부터 비워야 하니까요. 내 생각에는 저 무인 정찰기의 목적은 장소 준비를 위한 것 같습니다.” --- p.103

이제 그 마지막 남은 인간이 고속도로에 있는 차 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긴장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라이플을 내리고, 나무 밑에 웅크리고 앉아 뻣뻣하게 굳은 목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풀었다. 그는 피곤했다. 최근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는 네 번째 파동이 시작된 이후로 몸무게가 1.8킬로그램이 빠졌다.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네 번째 파동이 시작되면 신체적, 정신적인 부분에 어느 정도 퇴행이 있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살인이 가장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은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계속 쉬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아무리 예민한 사람이라고 해도 아주 예민한 일에 익숙해질 수 있다. 잔인함은 개성이 아니다. 잔인함은 습관이다. --- p.187

“너희들이 어째서 중요한지 알고 있니, 새미?” 팜 박사가 묻는다. “바로 너희들이 미래이기 때문이야. 너와 다른 아이들이 없다면 우리는 저들과 맞설 기회조차 없는 거니까. 바로 그 때문에 너를 여기로 데려와, 이 모든 일들을 하는 거란다. 너도 저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저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을 거야. 무섭고 끔찍한 존재들이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이 모든 일들을 저지른 게 저들이 아니라는 거야.”
“그럼 누가 했어요?” 새미가 속삭이듯 묻는다.
“정말 알고 싶니? 네가 정말 알고 싶다면 보여줄 수 있어.” --- p.270

세상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세상이 살아 있는 채로 불에 타고 있다. 비록 헬리콥터의 창문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어둠 속에서 점점이 타오르는 불길이 보인다. 도시 외곽 근처에서는 새까만 어둠을 배경으로 진홍색 얼룩이 여러 개 보인다. 화장용 장작더미에서 올라오는 불길이 아니다. 그 불길들은 여름 폭풍우의 번개에서 시작되었고, 연기가 솟아오르는 잔화는 가을바람을 타고 자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먹을 게 너무 많으면 식료품 저장고가 꽉 차는 법이다. 세상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타오를 것이다. 내가 아버지 나이가 될 때까지 타오를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 수 있다면.
--- p.36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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