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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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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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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8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77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6167160
ISBN10 898616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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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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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광수
1951년 경기도 발안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현대문학>에 「배꼽에」「망나니의 노래」「고구려」「당세풍의 결혼」「겁」「장자사」등 6편의 시가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시집 『광마집』, 『귀골』, 『가자, 장미여관으로』, 문학이론서『심리주의 비평의 이해』.평론집『마광수 문학론집』.에세이집『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사랑받지 못하여』, 『열려라 참깨』, 『운명』.소설『권태』, 『광마일기』, 『즐거운 사라』연애론집 『사랑의 다른 기술』 문화비평집 『사라를 위한 변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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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키스를 해 왔다는 사실 하나가, 이토록 졸지에 사랑의 불을 붙여 친화력이라는 엘리베이터를 타게 만들고, 이토록 감미로운 전율감을 선사해주는지 나는 미처 몰랐었다. 만약에 그때 리아가 기습적인 키스를 감행하지 않고 그저 데면데면한 데이트로 끝나 버렸다면,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그저 선후배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로 일단락 짓고 말았을 것이다. 헌데 리아가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 갑자기 성욕이 일어나서 그랬는지 아니면 진작부터 나를 사랑해 왔기 때문에 그랬는지 - 먼저 키스를 해 준 것이 내 빈약하고 수줍은 오관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말았던 것이다 (애인이 없어 목놓아 울고 있는 올드미스들은 필히 참고할 일이다.) 나는 그녀가 유부녀건 무부녀건 상관 없다고 생각했고, 미국에 가 있는 Q가 이미 한물간 꿈속의 애인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오직 이 순간 그녀와 내가 좀더 안정감 있는 장소에서 한결 느긋한 마음으로 애무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리아와 나는 입맞춤이 끝난 뒤 음미하듯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어느새 리아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이시전심의 합의하에 충무로 대연각 호텔 쪽으로 향했다. 대연각호텔은 1971년 대화재로 타 버렸지만 뼈대만은 그대로 남아, 다시 내부 수리를 하고 이젠 호텔로서가 아니라 여러 기업체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때 대연각 빌딩 지하에는 '해피 타운'이라는 이름의 나이트 클럽이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명동에서 가장 세련된 디스코테크로 소문나 있었다. 가끔씩 유명가수도 출연하여 손님들의 흥을 돋우어 주기도 했는데, 특히 기억나는 것은 가수 조용필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빅히트를 치고 난 다음에 '해피타운'에 고정적으로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그때 나는 조용필의 '너무 짧아요', '생각이 나네', '정' 따위에 심취해 있던 중이었다. '해피 타운'에 도착해 보니 조용필은 이제 출연하고 있지 않았다. 대마초 파동 이후 그는 가요계의 쓸쓸한 소외자가 되어 외로이 한을 씹고 있었던 것이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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