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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밴드

브라스밴드

: 어설프지만 반짝였던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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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52쪽 | 552g | 142*205*30mm
ISBN13 9788925558868
ISBN10 892555886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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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남들과 다름없이 젊은 시절에는 [어니스티Honesty]가 애청곡이었다. 주로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다. 1980년에는 그 노래를 들으려면 검은 염화비닐로 만들어진 레코드판을 사거나 빌리거나 방송 녹음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운로드가 아니라 방송 녹음이다. 당시 지상에 흐르는 음악의 대부분은 디지털이 아니었다. FM 방송도 일일이 레코드판에 바늘을 얹어 음악을 틀었다. 그렇게 음악을 집에서 라디오로 수신하다가 숨을 죽이며 엄숙하게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는 작업이 방송 녹음이다. 그때는 그것이 엄연한 레코딩의 일부라도 되는 양 진지했다. --- p.28

***
음악의 시대였다. 모든 음악이 지금보다 비싸고 귀하며 눈부셨다.
나는 언제나 음악이 흥미진진했다. 텔레비전에 밴드가 나오면 어떤 스타일의 악단이건 숨을 죽이고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상관없고, 어떤 밴드라도 좋으니 언젠가 그들 중 하나가 되어 내 손가락이나 입술을 통해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당시 고등학생이라면 아주 흔하게 가지고 있던 소원이었다. --- p.28

***
나는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모두가 당연히 외친 앙코르 무대에 쓰지 선배는 베이스가 아니라 테너 색소폰을 들고 등장했다. 비정상적으로 목소리가 높은 드러머와 기타리스트가 절묘하게 엘튼 존과 존 레논을 연기하면서 [왓에버 겟 유 투르 더 나이트Whatever Gets You Thru The Night]가 시작되었다. 쓰지 선배의 색소폰이 치고 들어왔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노래 도중에는 색소폰으로 베이스 라인을 연주했다. 기묘한 앙상블이었다. 뭐 어때, 하는 식의 난폭함. 과감함.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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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나 봐. 그때 취주악부가. 음악을 오랫동안 해 왔지만 그때만큼 재미있는 밴드는 못 봤다고 하더라고.”
“밴드가 그랬다기보다는 본인이 젊어서 그랬겠죠.”
“그럴지도 모르지.” 하며 기미시카 선배는 웃는 얼굴로 샷 글라스에 남아 있던 술을 비웠다. “반짝거렸으니까.” --- p.101

***
“어디서 빌려 와. 아무 악기나 상관없어. 잘 못해도 되고. 학교 브라스밴드 같은 건 원래 그런 거야. 다들 한 자리에 모여 죽어라 연주해서 큰 소리를 내고, 그걸 누군가가 들어 주면…… 아니 들어주지 않더라도 그냥 그 자체로 괜찮은 거야.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가 생기고 악기를 만져 볼 틈도 없어지니 옛날에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서 연습한 게 다 쓸모없는 짓이었다고 후회했는데, 다히라, 사실은 그래도 괜찮았던 거야. 음악 같은 건 다 쓸모 없다. 하지만 그래서 변함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거지.” --- p.1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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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고등학교 이류 밴드이기는 해도 서른 명 가까운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내는 소리에는 혼돈이 한꺼번에 방출되는 것 같은 야만성이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색깔과 형태가 있었다. 강당 특유의 약간 늦게 울려오는 잔향도 기분이 좋았고, 이 시끄러운 음악에 공헌하고 있다는 충실감은 나를 고무시켰다. 동시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밴드에 있었다. --- p.129

***
“참을성 되게 없다. 노래라도 부르고 있어. 아 맞다, 내가 트럼펫을 할 테니까 너는 허밍으로 베이스를 맡아.”
과제곡에서 트럼펫이 활약하는 중간 부분을 그는 휘파람으로 불기 시작했다. 나는 완전히 다 외워 버린 베이스 라인을 흠~흠~흠~ 하고 허밍으로 했다. 내 목소리는 현 베이스처럼 낮지 않기 때문에 아마 본래의 음보다 두 옥타브 정도 위였을 것이다. 더구나 미성도 아니었다. 하지만 살짝 긁히는 듯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한 듀엣은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기가 막혔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 p.138~139

***
십 대 시절을 돌아보면서 살아가는 것은 자학이다. 스냅 사진처럼, TV에 나오는 광고처럼 청춘 시절을 아름답게만 보냈던 사람이 인류 역사상 한 명이라도 있을까? 제대로 된 지성을 갖춘 어른들 중에 십 대 시절의 꿈을 모두 이루었다고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십 대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는 어른의 시선은 냉혹하고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는 십 대 무렵의 시선은 잔인하다. 그래서 사람은 이날 하루만을 살고자 한다. 주간지를 읽고, TV 보면서 웃고, 핸드폰을 새것으로 바꾸고, 유명한 식당 앞에 그곳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줄을 선다.
그런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벌이는 진흙탕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방법이 여기 있었다. 양쪽을 연결해 버리는 것이다. 연속시키는 것이다. 밴드를 재결성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쉬고 있던 것으로 만들어 버리자.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미완성의 꿈이 된다. 존재하는 것은 미완성의 나와, 그런 나를 둘러싼 테두리 없는 세계뿐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이다. --- p.1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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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에는 마력이 있다. 이쿠다의 방에서 나를 소박한 기쁨으로 이끈 것, 서른 명의 밴드부원을 절망의 나락에 빠트렸던 것, 그 정체는 모두 합주라는 의식이었다. 자신과의 싸움인 독주에서는 이 정도의 정신적 고양감이나 실망감이 발생할 수 없다. 어쩌면 우정보다도 멋지고, 어쩌면 연애보다도 가혹한 것이, 새들의 지저귐처럼 서로 어우러져서 소리를 낸다는 이 인류 특대의 발명일지도 모른다. --- p.191

***
아버지와 나는 상점을 나섰다. 내 손에는 무겁고 커다란 하드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나중에 앰프랑 같이 배송해 드릴까요?” 하고 가메오카 씨가 물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쇼핑을 했는데 어떻게 ‘펜더 없이’ 집으로 갈 생각이 들겠는가.
그게 뭐야? 하며 동생들이 떠들어 댔다.
“좋은 걸로 샀니?” 어머니가 물었다.
의례적으로 묻는 인사일 뿐이었지만 그날만큼은 뭔가 뜨거운 것에 꽉 막혀 목이 메었다. “제일 좋은 걸로 샀어.”
기울어진 석양이 거리를 토파즈 색으로 빛나게 하고 있었다. 진짜 펜더를 손에 들고 가족과 함께 전철역으로 향하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년이었다. 이 세상에 나쁜 일 따위는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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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뉴스는 그때까지의 확고하고 단단하던 세상이 기울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믿고 있던 세상은 재능이나 예술에 대해서는 그게 약간 독선적이라 해도 너그러웠고, 과대평가를 할망정 숨통을 끊어 버리는 일 따위는 없었다. 존 레논이 절대적으로 안전해야만 하는 세상이었다. --- p.246

***
들린다. 방금 그 부드러운 선율은 기미시마 선배다. 사쿠라이 선배의 하이톤이 거기에 겹친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몇 번씩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금관 소리가 들려오자 나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면서 눈물이 고인다. 이건 고히나타 선배의 워밍업이다.
비상계단을 끝까지 올라가기가 겁이 났다. 모든 게 환청일 뿐이고 교실 안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 p.319

***
명곡이 그리움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겹쳐질 때, 그것은 사람을 죽게 하거나 혹은 다시 한 번 태어나게 할 정도의 힘을 가진다. [문라이트 세레나데]가 나에게 미치는 효과는 글렌 밀러의 계산을 아마도 훨씬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반항적인 새]의 효과는 이라디에르와 비제의, [신세계 교향곡]의 효과는 드보르자크, [꽃의 왈츠]의 효과는 차이콥스키의 계산을 초월한다. 그런 곡들을 들을 때마다 죽은 뒤의 내가 장례식에 흐르는 배경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동시에 방금 전에 어른의 모습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 p.382~383

***
씨를 뿌리고 다니듯이 어디에서나 음악을 연주한다. 그래서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지만 그것이 원인이 되어 싸우기도 하고 병에 걸리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렇게 대책 없이 악랄한 야수로부터 우리가 도망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그놈이랑 같이 있는 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그놈에게 먹이를 주면서 그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왔던 자일수록 그런 예감을 거역할 수 없고, 등을 돌릴 수도 없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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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음악은 쓸모없다. 주인공의 엄마가 말하듯이 “거기에서 실물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음악이 흥미진진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모든 음악이 소중하고 귀해서, 어떻게든 그것에 가닿으려는 필사의 노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시절이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는 행위가 마치 성스러운 의식처럼 여겨졌던 그런 시절. 즉, 음악의 시대.
-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청춘을 달리다』 저자)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떠올랐다. 이 영화를 보고 쿠바 음악을 잘 모르는 많은 사람들도 눈물을 흘렸다. 이 소설 또한 주인공 ‘다히라’처럼 음악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장식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분명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 김이나 (작사가)

두 옥타브 낮은 음을 내는 그의 거대한 악기는 청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연주하는 악기들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 주인공이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척 따뜻하고 상냥하다. 그 시선이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마치 감촉 좋은 청바지 같은 느낌을 준다.
스즈키 히로부미 (뮤지션,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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