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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

: 슬픔 속에도 기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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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153*224*20mm
ISBN13 9788995564882
ISBN10 899556488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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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4일
퍼거슨관 215호실에서
고아를 대학에 보내 주신 친절하신 이사님.
마침내 이곳에 왔군요! 어제는 네 시간이나 기차를 탔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이제까지 한 번도 기차를 타 본 적이 없었거든요.
대학은 아주 커서 몹시 어리둥절해지는 곳입니다―저는 제 방을 나갈 때마다 헤매게 되어 버린답니다. 더 좀 지나서 머리가 차분해지면 자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 밖의 학과에 대한 것도 그때 알려 드리겠어요. 수업은 월요일 아침이 되어야만 시작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토요일 밤입니다. 하지만, 우선 서로 알게 된 표시로 이 편지를 쓸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모르는 분에게 편지를 올리자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편지를 쓰는 것부터가 저에게는 이상한 기분입니다. 저는 세상에 태어난 이후 편지라고는 세 번인가 네 번밖에 써 본 일이 없어요. 그러니 이 편지가 모범이 될 만한 것이 아닐지라도 너그럽게 보아 주세요.
어제 아침 출발하기 전에 리펫 원장하고 매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리펫 원장은 제가 앞으로의 생활을 어떻게 해야만 되느냐, 특히 저에게 이토록 친절히 해 주시는 분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 하는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에게 '매우 공손하게' 대하도록 마음을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존 스미스라는 아주 흔한 이름을 원하시는 분에게, 어떻게 그렇게 '매우 공손하게' 대할 수가 있을는지요? 어째서 좀더 개성이 있는 이름을 고르지 않으셨나요? 이건 정말, 저는 마치 말뚝님에게나 바지랑대님에게 편지를 쓰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답니다.
이번 여름 동안 줄곧 저는 선생님에 대해서 퍽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래도록 죽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저를 보살펴 주시는 분이 계시게 되니 마치 가족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저의 일을 가족처럼 돌보아 주신다고 생각하면 매우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보아도 상상의 실마리가 될 만한 재료가 정말 조금밖에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단 세 가지뿐인걸요.
Ⅰ. 선생님은 키가 크시다.
Ⅱ. 선생님은 부자이시다.
Ⅲ. 선생님은 여자아이를 싫어하신다.
선생님을 '여자 싫은 분'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이것은 저 자신을 모욕하는 짓입니다. 그게아니고 '부자님'이라고 부르면, 선생님에게는 돈만이 중요한 것처럼 되어 버려서 선생님을 모욕하게 되는 것 같아 안 될 거예요. 게다가 돈이 많다는 것은 극히 표면적인 성질의 것이거든요. 혹시 선생님도 한평생 부자로 지내실 수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상당히 똑똑한 분들도 월가의 증권 거래로 파산하는 수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선생님은 평생 키가 크시다는 것만은 확실하군요! 그러므로, 저는 선생님을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작정했습니다. 아무쪼록 기분나빠하시지 말아 주세요. 이것은 저만이 남 모르게 친근미를 가지고 부르는 이름이니―리펫 원장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해요.
이제 2분이 지나면 열시의 종이 울릴 것입니다. 저희들의 하루 생활은 종으로써 몇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종이 울리는 데 따라 식사를 하고, 자고 공부하고 합니다. 아주 생기가 납니다. 그래서 항상 소방 펌프를 끄는 말과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마침내 울리기 시작했군요! 소등의 종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제가 얼마나 꼼꼼하게 규칙을 잘 지키는지 보아 주세요,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 익힌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삼가
제루샤 애벗 올림
키다리 스미스 귀하

* 10월 1일
키다리 아저씨께.
저는 대학이 아주 좋아요. 그리고 저를 대학에 보내 주신 아저씨가 무척 좋습니다―저는 너무너무 행복해서 하루종일 마음이 들떠 거의 잠조차 이룰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이곳이 존 그리어 고아원과 얼마나 다른지 아저씨는 상상조차 하실 수 없을 거예요. 이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여자가 아니라서 이 대학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엾은 생각이 들어요. 젊은 시절에 아저씨가 다니시던 대학도 아마 이처럼 멋지지는 못했을 거예요.
제 방은 탑의 위층에 있습니다. 이 탑은 새 진료소가 세워지기 전에는 전염병실로 쓰이고 있던 데랍니다. 같은 층에는 저말고 세 여학생이 있습니다―안경을 쓴 4학년생이 한 사람, 언제나 우리보고 좀 조용히 해 달라고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1학년생이 두 사람, 이름은 샐리 맥브라이드와 줄리아 러틀리지 펜들턴이라고 합니다. 샐리는 빨간 머리카락에 들창코를 한, 아주 친절한 사람입니다. 줄리아는 뉴욕의 일류 집안 출신으로 저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이 두 사람은 한 방을 같이 쓰고 있고, 4학년생과 저는 따로따로 한 방씩 쓰고 있습니다. 보통이라면 1학년생은 독방을 쓸 수가 없습니다. 방이 많이 모자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저는 특별히 부탁한 것도 아닌데 방 하나를 얻었습니다. 틀림없이 사무 직원이, 좋은 집안의 아가씨더러 저 같은 고아와 함께 한방을 쓰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던 탓일 것입니다. 이렇게고아가 득을 보는 수도 있군요!
제 방은 북서쪽 모퉁이에 있는데 창문이 둘 있고 전망도 좋은 방입니다. 18년 동안이나 20명이 한 방에서 지내다가 이렇게 혼자 있으니 정말 편안해집니다. 이번에 비로소 저는 제루샤 애벗하고 아는 사이가 될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제루샤가 좋아질 것 같아요.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화요일
지금 1학년생의 농구 팀이 편성되고 있는 중이에요. 어쩌면 저도 그 팀에 들어가게 될 거에요. 저는 몸집은 물론 작지만 매우 민첩하고 끈기가 있고 다부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높이 뛰어오른 틈을 타서 저는 그 사람들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 공을 채뜨릴 수가 있습니다. 연습은 아주 유쾌합니다. 오후에 경기장으로 가면 주위의 나무들은 잎이 완전히 울긋불긋 물들어 있어서 그 근방이 낙엽 태우는 냄새로 가득합니다(??미국 대학의 신학년은 가을부터 시작됨). 그리고 너나 할것없이 모두 큰 소리로 웃기도 하고 외치기도 합니다. 이처럼 행복스러워 보이는 여자들을 저는 본 일이 없어요.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것은 저라고요!
긴 편지를 써서,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을 모조리 알려 드릴 작정이었는데(리펫 원장은 선생님이 알고 싶어하신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마침 지금 일곱째 시간의 종이 울려서 10분 안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경기장에 가야만 합니다. 아저씨도제가 팀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지 않으시나요?
언제나 아저씨의
제루샤 애벗 올림
추신(9시)
샐리 맥브라이드가 지금 막 저의 방 문으로 들여다보고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난, 집이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어. 그런 기분 안 들어?"
저는 살짝 웃어 보이고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저 같으면 충분히 참아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집이 그리운 회향병에만은 안 걸릴 거예요. 고아원이 그리워 견딜 수 없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렇잖나요?

* 10월 10일
키다리 아저씨께.
미켈란젤로라고 들으신 적 있으시나요?
그 사람은 중세 이탈리아에 살았던 유명한 화가입니다. 영문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이어서, 제가 미켈란젤로를 아크에인젤(??천사장)인 줄로 알았었다고 해서 온 반이 다 웃어댔습니다. 하지만, 아크에인젤처럼 들리지 않나요? 대학에서 성가신 것은, 제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많은 것을 저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모두들 생각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아주 겸연쩍은 생각이 들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제가 들은 적이 없는 것을 여럿이서 이야기할 때에는 잠자코 입을 다물어 버리고는, 나중에 백과사전을 찾아서 조사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이곳에 온 날, 저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누군가가 모리스 메테를링크(??'파랑새'의 작자)라고 했는데, 제가 그만 그 사람 1학년생이냐고 물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온 학교 안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그렇고, 교실에서는 제가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똑똑합니다―어떤 사람들보다는 제가 훨씬 똑똑한 거예요!
제가 방을 어떻게 장식했는지 아시고 싶지 않으세요? 갈색과 노랑의 조화로 되어 있어요. 벽은 누르스름한 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에, 노란 데님 천의 커튼과 방석, 그리고 마호가니 책상(3달러짜리 중고품) 한 개와 등의자가 하나, 그리고 한가운데에 잉크의 얼룩이 있는 갈색의 깔개를 샀습니다. 얼룩 위에 등의자를 놓았습니다.
창문은 높아서 보통의 의자에 앉아서는 밖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옷장 안쪽의 나사를 빼고 거울을 떼어 낸 다음, 옷장의 위쪽에 천을 펴서 창문 곁에 바짝 붙여 놓았습니다. 창가에 앉기에는 안성마춤의 높이가 되었습니다. 서랍을 열고 층층대처럼 해서 올라가는 거예요. 아주 기분이 좋다고요!
이런 물건을 4학년생의 경매회에서 고르는 것을 샐리 맥브라이드가 거들어 주었습니다. 샐리는 지금까지 줄곧 가정집에서 지내 왔기 때문에 방 안의 장식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물건을 사고 나서 진짜 5달러짜리 지폐로 치르고는 거스름돈을 받는 것이 얼마나 멋진 기분인지 상상도 안 되시겠지요―저는 태어나서 이제까지 단돈 5, 6센트밖에 가져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에요. 고마우신 아저씨, 보내 주신 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샐리는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줄리아 러틀리지 펜들턴은 조금도 재미 없는 사람입니다. 대학의 사무 직원이 같은 방의 짝을 정할 때에 묘하게도 이렇게 짝을 지어 주었군요. 샐리는 무엇이든지 다 재미있어합니다―낙제하는 것도 그래요. 그와 반대로 줄리아는 무엇이든지 다 시들해합니다. 상냥하게 굴려고 하는 노력 같은 것은 도무지 없어요. 아무튼 펜들턴 집안 사람이라면 오직 그 사실만으로, 그 이상의 아무 심사도 받지 않고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줄리아하고 저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 적수인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저씨는 제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고 싶으셔서 조바심하고 계셨겠지요?

Ⅰ. 라틴어 : 제2차 포에니 전쟁. 한니발과 그의 군대는 어젯밤에는 트라시메누스 호수가에서 야영했습니다. 그들은 로마군의 공격에 대비하여 복병을 배치했고, 전투는 오늘 새벽 제4시각에 시작되었습니다. 로마군은 퇴각중.
Ⅱ. 프랑스어 : '삼총사'의 24페이지, 그리고 제3활용과 불규칙동사.
Ⅲ. 기하 : 원기둥을 끝내고 지금은 원뿔을 배우고 있습니다.
Ⅳ. 국어 : 설명법을 배우고 있는 중. 저의 문체는 나날이 명료하고 간결해져 가고 있습니다.
Ⅴ. 생리학 : 소화 계통까지 나갔습니다. 다음은 담낭과 췌장입니다.
교육을 받고 있는
제루샤 애벗 올림

추신
아저씨, 아저씨는 술은 드시지 않으시겠지요? 간에 아주 해로운 영향을 끼칩니다.

* 수요일
키다리 아저씨께.
저는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대학의 학생명부에서는 여전히 제루샤입니다만 다른 데서는 어디서나 '주디'입니다. 자기의 애칭을 저 자신이 붙여야 하다니 정말 한심스럽게 생각지 않으시나요? 더군다나 이 주디란 이름은 순전히 제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프레디 퍼킨스가 아직 혀가 제대로 돌지 않던 때에 저를 언제나 이렇게 불러 주었던 거예요.
리펫 원장이 아기의 이름을 정할 때에 조금만 더 머리를 써 주셨으면 좋았었겠다고 생각합니다. 원장은 성을 전화번호부에서 따 씁니다―저의 애벗이란 성은 아마 첫 페이지에 나올 거예요―그리고 이름은 아무 데서나 주워다가 붙입니다. 제루샤라는 것도 무덤의 비석에서 딴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이 이름이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디가 얼마간은 더 좋아요. 이 이름은 참 천진스러워요. 주디란 저처럼 생기지 않은 아이예요―상냥하고 예쁜 파란 눈의 소녀, 온 집안 식구들한테서 귀여움을 받고 응석을 부리며, 평생 고생이라곤 모르고 아무런 걱정도 없이 뛰어노는 여자애의 이름입니다. 그렇다면야 얼마나 좋을까요? 저에게 어떤 결점이 있더라도 제가 식구들한테서 응석을 받으며 자랐다고는 아무도 험담할 수 없다고요! 하지만, 응석받이로 자란 체하는 것은 얼마간 재미있어요. 앞으로는 부디 늘 저를 주디라고 불러 주세요.
이제, 무엇을 알려 드릴까요? 저는 키드 가죽 장갑을 세 켤레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려 있던 키드 벙어리 장갑을 받은 일은 있습니다만, 손가락이 다섯 개 있는 진짜 키드 장갑은 처음입니다. 틈만 있으면 그것을 꺼내서 끼어 봅니다. 교실에까지 끼고 가는 것만은 간신히 참고 있습니다.
(저녁 식사의 종이에요, 안녕.)

* 금요일
아저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어 선생님이, 지난번에 제가 낸 작문에는 뛰어난 독창력이 엿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이것은 선생님 말씀 그대로예요. 제가 18년 동안 받아 온 교육을 고려해 보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생각되시겠지요? 존 그리어 고아원의 목표는(말할 것도 없이 아저씨는 아실 것이며 또 진정으로 그것에 찬성하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요), 97명의 고아를 모두 97명의 쌍둥이처럼 똑같은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여기 제가 보여 드리는 뛰어난 그림의 재능은 어려서 나뭇간의 문에다 분필로 리펫 원장의 얼굴을 그림으로써 발전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어려서 살던 집을 흠잡거나 해도 불쾌하게 생각진 않으시겠지요? 그렇지만 아저씨는 저보다 우위에 계시니까, 제가 너무 주제넘은 짓을 하면 언제든지 수표의 지불을 중지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주 예의바른 짓이 아니예요―하지만, 제가 그렇게 예의바르게 하리라고 기 대하시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해요. 고아원이라는 데는 아가씨들의 교양학교(??젊은 여성의 사회 준비 최종 학교)가 아니니까요.
아저씨, 대학에서 제가 괴롭게 생각하는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쉬는 시간입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저에게는 뭐가 뭔지 조금도 알 수 없겠거든요. 그 애들이 하는 농담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과거의 일과 관계가 있는 것인 모양이지만, 저만은 개밥에 도토리예요. 여기서는 마치 외국인 같아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비참한 느낌이 듭니다. 이제까지도 줄곧 그랬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모두가 여기저기 모여서 저를 흘금흘금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남들하고는 달랐으며, 모두들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얼굴에 '존 그리어 고아원'이라고 적혀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런 때면, 흔히 자비심이 많은 사람 두세 명이 곁으로 다가와서는, 무언가 친절하고 정중한 말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을 누구나 다 미워했습니다―그 중에서도 특히 자비심이 많은 사람은요.
여기서는 제가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것을 아무도 모릅니다. 샐리 맥브라이드에게는,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친절한 노신사 한 분이 저를 대학에 보내 주셨다고 말했습니다―여기까지는 정말 그렇지요. 아저씨가 저를 비겁자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싫어요.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지고 싶은 거예요. 저하고 다른 사람들하고의 커다란 차이는,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저 두려운 고아원이 어렴풋이 나타나는것입니다. 만일 그런 추억과 등을 돌리고 잊을 수만 있다면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남에게 호감이 가는 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어요, 그렇잖나요?
어쨌든 샐리 맥브라이드는 저를 좋아한다고요!
언제까지나 아저씨의
주디 애벗 올림
(지난날의 제루샤)

* 토요일 아침
저는 지금 이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만, 정말로 유쾌한 편지가 아니군요. 하지만, 제가 월요일 아침까지 해야만 될 숙제와 기하의 복습이 있고, 게다가 심한 코감기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아신다면 미루어 헤아리실는지요?

* 일요일
어제 이것을 부치는 것을 깜박 잊었기 때문에, 또 화가 난 추신을 덧붙입니다. 오늘 아침, 감독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무슨 설교를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경 가운데서 가장 은혜로운 하느님의 말씀은 '가난한 자는 항상 너희와 함께 있느니라.'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우리에게 자비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잘 들어 주십시오. 가난한 자란 쓸모 있는 가축과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숙녀가 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저는 예배가 끝난 뒤 목사님한테 곧장 가서 저의 생각을 털어놓았을 것입니다.

* 10월 25일
키다리 아저씨께.
저는 농구 팀에 들어갔습니다. 왼쪽 어깨의 멍을 보여 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오렌지빛의 가는 줄이 나 있고, 푸르고 밤색 도는 색깔입니다. 줄리아 펜들턴도 농구 팀에 들어오고 싶어했지만 못 들어왔답니다. 만세!
제가 얼마나 비열한 마음보를 가지고 있는지 아셨겠지요.
대학은 점점 더 멋져 가고 있습니다. 학생도 선생님도 교실도 교정도 그리고 먹는 음식도 다 저는 좋아합니다. 아이스크림이 1주일에 두 번 나오고, 옥수수죽 같은 것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아저씨는 제 편지를 한 달에 한 번만 읽고 싶어하신댔지요? 그런데 저는 2, 3일이 멀다 하고 아저씨에게 편지를 자꾸자꾸 퍼부어 버렸군요! 하지만, 저는 이 모든 새로운 모험에 들떠 있어서,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그 얘기를 전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고, 또 제가 아는 분이라곤 아저씨뿐이까요. 아무쪼록 제 넘칠 듯한 감정을 용서해 주세요. 이제 곧 차분해질 테니까요. 저의 편지가 번거로우시면 언제라도 휴지통에 버리셔도 괜찮습니다. 이제, 11월 중순까지는 편지를 쓰지 않기로 약속드리겠습니다.
매우 수다스러운
주디 애벗

* 11월 15일
키다리 아저씨께.
제가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아무쪼록 들어 주세요.
'정각뿔의 옆넓이는, 두 밑면의 둘레를 합친 값에 빗높이를 곱한 수의 2분의 1과 같다.'
정말같이 들리시지 않겠지만, 그러나 정말입니다―증명할 수 있다고요!
아저씨, 제 옷에 대해서 아직 알려 드리지 않았지요? 여섯 벌 있는데, 모두 다 새 것이며 깨끗하고 저를 위해 산 것뿐입니다―큰 사람들한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고아의 생애에 얼마나 더 없는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 아저씨는 아마 확실히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요? 이 옷들을 모두 주신 분은 아저씨예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것도 멋진 일입니다만, 새로 지은 제 옷이 여섯 벌이나 있다는, 현기증이 날 듯한 경험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옷을 골라 주신 분은 시찰위원이신미스 프리처드입니다―리펫 원장이 아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어요. 실크에 분홍빛 깁을 댄 야회복(이것을 입으면 저는 참으로 아름다워져요)에다, 푸른색 교회용 드레스, 동양식의 장식이 달린 빨간 엷은 비단의 디너드레스(이것을 입으면 마치집시처럼 보여요), 그리고 또 하나 장미빛 샬리천(??가벼운 여자 옷감) 디너드레스, 거기에 회색 나들이옷과 교실에 입고 가는 평상복이 있습니다. 이러한 드레스는 줄리아 러틀리지 펜들턴에게는 아마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제루샤 애벗에게는……아아, 모두 제 드레스!
아저씨는 지금 저에 대해서, 정말 어리석은 천박한 계집애로구나, 여자아이를 교육시키다니 정말 돈의 낭비구나 하고 생각지는 않으시는지요? 하지만 말예요, 아저씨, 만일 아저씨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푸른 체크 무늬의 깅검옷만 입어 오셨다면 제 기분을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저는,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는, 체크 무늬 깅검옷 시절보다도 더욱 더 괴로운 꼴을 당했던 거예요.
자선함.
그 불쾌한 자선함에 들어 있던 옷을 입고 학교에 가기가 얼마나 두려웠던지 아저씨는 아실 수가 없을 거예요. 저는 교실에서 제 옷의 첫 주인이었던 아이와 나란히 앉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늘 다른 아이들에게 귓속말을 하기도 하고 낄낄 웃기도 하면서 제가 입은 옷을 가리키고는 했습니다. 적이 벗어던진 옷을 입는 고통은 제 영혼을 먹어들어갔습니다. 이 상처만은 앞으로 제가 실크 양말을 신는다 하더라도 평생 지울 수가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최근의 전황 속보!
―전선으로부터의 뉴스―

11월 13일, 목요일 제4시각에 한니발은 로마군의 전위를 격파하고, 카르타고군을 이끌고 산악지대를 넘어 카실리눔 평원으로 침입했습니다. 경장비를 한 누미디아군의 일대는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의 보병과 싸웠습니다. 두 차례의 전투와 소규모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로마군은 대손해를 입고 격퇴당하였습니다.
전선 특파원으로서의 명예에 빛나는
J. 애벗
추신
아저씨에게서 어떤 종류의 편지라도 회답을 받고 싶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또 질문 같은 것을 해서 아저씨를 번거롭게 해 드려서도 안 된다고 누누이 주의를 받았습니다만, 아저씨, 이번 한 번만은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아저씨는 나이가 엄청나게 많으신 분인가요, 아니면 조금 나이 드신 분인가요? 그리고 완전히 대머리이신가요, 아니면 아주 조금 벗어지셨나요? 아저씨에 대해서 기하의 정리처럼 추상적으로 생각하기란 아주 어려워요.
키가 크시고 부자이시며 여자아이를 아주 싫어하시는 한 남자분이 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어떤 몹시 건방진 여자아이에게는 매우 관대하시다, 어떻게 생긴 남자일까요?
회답을 기다리고 있어요.

* 12월 19일
키다리 아저씨에게.
제가 여쭈어 본 일에 아직 회답을 주시지 않는군요, 아주 중요한 일인데도요.
아저씨는 대머리이신가요?
아저씨는 어떤 모습을 한 분이신지 빈틈없이 그림으로 그려 보았습니다―아주 만족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하지만, 머리 꼭대기까지 그려 놓고서는 갑자기 난처해지고 말았습니다. 아저씨의 머리털이 흰지 검은지, 희끗희끗 센 머리인지 아니면 깨끗이 대머리이신지, 저로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는 거예요.
여기에 아저씨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쯤 머리털을 더 그려 넣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눈의 빛깔은 어떻게 했는지 알고 싶으시죠? 눈은 잿빛, 그리고 눈썹은 현관의 차양처럼 앞으로 나와 있습니다('털벌레처럼'이라고, 소설에 곧잘 나오는 그것입니다). 입은 크고 좀 휘었지만 한일자(一)입니다. 오오, 아저씨를잘 알고 있지요! 아저씨는 신경질쟁이에다 성급한 영감님이세요.
(예배당의 종소리)

* 오후 9시 45분
저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절대로 어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설령 이튿날 아침에 아무리 어려운 시험이 있다손치더라도 절대로 절대로 밤에는 공부하지 않을 것. 그 대신 밤에는 딱딱하지 않은 책을 읽습니다. 아시다시피 저에게는 18년이란 공백의 시절이 있었으므로, 이 독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아저씨, 제 머리가 얼마나 깊은 무지의 늪인지를 아무래도 믿지 못하실 거예요. 이제야 겨우 저는 스스로의 그 깊이를 확실히 깨달은 것입니다. 제대로 부모형제를 갖춘 가족과 가정과 친구들도 있고 책꽂이에 책이 버젓이 꽂혀 있는 그런 환경에서 자란 계집아이라면 아마도 저절로 배우게 될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을 저는 전혀 들은 적도 없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마더 구스'라든지 '데이비드 코퍼필드', '아이반호', '신데렐라', '푸른 수염', '로빈슨 크루소', '제인 에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것을 읽어 본 일도 없으며, 러디야드 키플링의 작품도 한 가지도 읽은 일이 없습니다. 또 헨리 8세가 몇 번이나 결혼한 사실도, 셸리가 시인이라는 사실도 몰랐었습니다. 인간이 옛날 옛적에는 원숭이였다는 것도, 에덴 동산이란 것이 아름다운 신화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R.L.S.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약자라는 것도, 조지 엘리엇이 여자라는 사실도 몰랐었습니다. 저는 '모나리자'란 그림도 본 적이 없고, 그리고 셜록 홈즈란 말을 들은 일조차 없었습니다(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정말입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으며 그 밖의 것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열심히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을 아저씨도 아시겠지요. 그렇지만, 아아,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요! 저는 온종일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다가, 밤이 되면 문에다 '공부중'이라는 표찰을 걸고, 기분 좋은 빨강 실내복에 푹 싸여 털가죽 슬리퍼를 신고, 긴의자의 등받이에 방석이란 방석은 다 갖다대고서, 팔꿈치 곁에 놋쇠로 된 학습용 스탠드를 놓고는 읽고 읽고 또 읽어댑니다. 한 권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한꺼번에 네 권을 읽는 것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은 테니슨의 시집과 '허영의 도시'와 키플링의 '평이한 이야기'와 그리고―웃지 마세요―'작은 아씨들'입니다. 소녀 시절에 '작은 아씨들'을 읽지 않고 자란 사람이라곤 학교 전체에서 저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에게도 그것을 말하지 않았습니다(알면 괴짜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 것입니다). 저는 살그머니 나가서, 지난달에 보내 주신 돈 중에서 1달러 12센트를 주고 이 책을 샀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누가 소금에 절인 라임 이야기(??'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저도 알게 되었다고요!
(열시의 종소리. 이 편지는 여러 번 방해받으면서 써 낸 것입니다.)

* 토요일
삼가 올립니다.
기하의 분야에서 새로이 개발한 결과를 삼가 알려 드립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저희는 앞서의 연구 '평행육면체'를 단념하고, '절두삼각기둥'으로 나아갔습니다. 앞길은 몹시 험난하고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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