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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방황하는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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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598g | 128*188*35mm
ISBN13 9788958830559
ISBN10 895883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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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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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선희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일본어교육과에서 수학했다. 부산대학교 외국어학당 한국어 강사를 거쳐 삼성물산, 숭실대학교 등에서 일본어를 강의했다. 현재 SBS 아카데미 일본어 영상번역 과정 강사로 있으며, 외화 및 출판 번역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주요 소설에는 『천국까지 100마일』『못생긴 꽃』『흑소소설』『독소소설』『괴소소설』『산타 아줌마』『비밀』『변신』『검은 집』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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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지는 지금 두 종류의 약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클로로포름이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약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많은 여자들을 성폭행했다고 한다. 여자를 기절시키기만 하면 그 다음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폭행한 다음 여자를 그 자리에 버려두고 재빨리 도망친다. 물론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했겠지만 지금까지 가이지에게 수사의 손길이 미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때문에 그가 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하나의 약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마법의 가루’라고 한다. 각성제의 일종인 그 약을 보며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여자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이 약을 사용하면 제발 내 안에 넣어주세요, 하고 애걸복걸하거든.”
그는 2, 3일 전에 시부야에서 구입한 그 약을 사용하고 싶어서 안달복달했다.
“여자 사냥을 가자!”
--- pp.11~12

그는 문득 생각난 듯 책상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핑크빛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 에마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 그날 이후, 한 번도 전원을 켜지 않았다. 사체가 발견될 때까지 그녀의 부모와 친구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전화를 걸었으리라. 문자메시지도 보냈으리라.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나 문자메시지는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별안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은 커다란 기계에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계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강한 불안과 공포가 그의 가슴을 압박했다. 가벼운 휴대전화가 돌연 무겁게 느껴졌다. 에마는 이 휴대전화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이어져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줄기 희망에 매달려 이 휴대전화번호를 눌렀을까?
--- pp. 59~60

생기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소녀가 에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그에게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소녀가 등장하는 순간 알아차렸지만, 그의 내부에서 인정하는 마음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비명을 지를 뻔했기 때문이다. 입을 막는 것만으로는 새어 나오는 비명을 막을 수 없어서 그는 가운뎃손가락을 힘껏 깨물었다.
에마는 전라의 모습으로, 남자의 손에 머리를 눌린 채 그에게 봉사하고 있었다. 공허한 눈과 얼굴에서는 인간의 표정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저항하고 있는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캠코더로 찍고 있는 남자인지, 에마에게 봉사를 받고 있는 남자인지는 알 수 없다. 남자들은 다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말투에서 음모에 가득 찬 즐거움이 느껴졌다.
--- pp. 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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