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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뒤에 있었어

난 네뒤에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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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3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6g | 153*224*20mm
ISBN13 9788996121039
ISBN10 899612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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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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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혜원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 기획 네트워크 ‘사이에’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역서로는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과 베르네르 랑베르시의 『풍경을 소재로 한 단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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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 디에트로 디 테’가 뭔지 알아? ‘나는 네 뒤에 있었어’라는 뜻이야. 사실 그녀는 저녁 식사 시간 내내 줄곧 우리 테이블 뒤에 앉아 몰래 나를 훔쳐보고 있었거든. 그런데 나는 그게 얼마나 상징적인 말인지 지금에서야 힘겹게 깨닫고 있는 중이라니, 웃기는 일이지. 그 말은 이런 뜻이었을지도 몰라. “나는 요 몇 년 동안 줄곧 네 뒤에 있었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네가 나를 보지 못했을 뿐이야.
--- p.11

식사를 마칠 무렵 웨이터가 알리스라는 여자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네더라고.
내 테이블로 젊은 여자가 자기 전화번호를 건네는 게 익숙한 일이라고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내가 여자들한테 호감을 주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는 것쯤은 알아. --- p.45

나 자신을 믿어볼 요량이었어. 앞으로 로만체에서 보내게 될 48시간 동안, 그리고 요 몇 년 동안 충실한 남편이었다가 거짓말쟁이에 용서할 수 없는 죄인, 오쟁이 진 놈, 사랑의 파괴자로서 그 순간 이후로 영원히 신임을 잃게 된 아내 앞에서 기어코 명예를 회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채 보내게 될 내 삶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도 있을 만한 이틀 동안 말이야. --- p.49

결혼해서 사는 동안 나는 아내를 단 한 번도 속인 적이 없어. 어떤 여자든 아무리 진지한 마음이라 고 해도 내 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을 만큼 나는 유혹에 빠지는 걸 철저하게 차단했어. 그렇지만 그럴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라고. 그러다 보니 우선은 그날 저녁에 명함을 받은 것을 계기로 내 마음에 어떤 파장이 일었는지 모르겠고, 둘째는 무슨 마음이 들어서 그 여자한테 전화하고 싶어진 것인지 통 모르겠단 말이야. 지난번 타낭보에서 그 여가수와의 일 때문에? ‘한 번 금단의 사과를 맛보 고 나니 또 먹고 싶어지더라.’뭐 그런 것? 생존 본능? 수호천사의 손길? 복수? 자만심? 이런저런 게 조금씩 맞물려서? 오늘은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겠어. 단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오랫동안 나 자신한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야. --- p.78

어느 날 갑자기 알리스가 내 삶에서 사라져버린 것만큼이나 그녀의 느닷없는 출현이 불안했어. 그게 진짜 내가 바라는 걸까? 사랑? 그러고 나서도 또 사랑이라고? 대체 사랑이 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 자기암시이지? 알리스에 대한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내가 사랑하는 게 그녀일까, 아니면 사랑한다고 느끼는 내 생각일까? 나는 알리스와 함께 있으면 모든 게 훨씬 단순하게 느껴져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랑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 하고 자문하게 되기도 해. 나는 코엔 형제의 영화 속에 나왔던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나 자신을 꾸밀 필요가 없어.”라는 짤막한 대사가 머릿속에 떠 오르기도 했어. --- p.229

나는 그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노력했고, 마침내 감당할 수가 없어서 기권을 선언하고 만 거야. 지나치게 무서운 나머지 잠자리에서까지도 불안에 떨게 만드는 여자랑 살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철부지 때 만나 둘 다 인생 경험 부족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룬 게 아닌가 싶어. 최근에 친구가 보낸 편지에 아주 멋진표현이 있던 게 기억이 나는군. “너희 부부는 준마 와 암사자의 결합이었어. 어찌나 눈부신 한 쌍이던지!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부주의한 짝 짓기였던 셈이지.”내 생각에는 미스 캐스팅이었다 싶어. --- p.233

나는 불안해. 이미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야 걱정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나도 언젠가는 안녕과 평화 와 삶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고통이 말끔히 사라질까? 나도 언젠 가는 모든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나게 될까? 니체가 말했지. “죽을 만큼의 고통을 겪고 나면 강해 지는 법이다.”라고.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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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한 여성의 권위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다 미력하나마 소생을 꿈꾸는 무기력한 남자의 눈물을 냉정한 필치로 그려낸 소설
렉스프레스
사랑한다는 것, 부부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가까운 친구에게 고백하듯 털어놓는 한 삼십 대 남자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때로는 우스꽝스럽지만 종국에 가서는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르 피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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