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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이 숨 쉬는 방

도마뱀이 숨 쉬는 방

탁명주 | | 2016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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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07g | 135*200*16mm
ISBN13 9788982182167
ISBN10 898218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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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탁명주
서울에서 출생하여 경기도 여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후, 인하대학교 대학원 한국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창작전문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부업」이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컨테이너」로 아르코창작기금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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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 모여 앉은 주민들은 불행이 비껴간 자리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시와 당국에 환경관리 보상금을 청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이장 강씨는 모여 앉은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으며 또다시 자신이 나서서 할 일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 알 수 없는 열정을 느꼈다.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밤이 늦도록 마을회관엔 불이 밝혀져 있었다. 안전관리를 위한 보상금에 대해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잔칫날처럼 설레는 밤이었다.
강가에는 까맣게 녹아 형체를 알 수 없어진 검은 물체가 놓여 있었다. 털이 그을려 까칠한 강아지 한 마리가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냄새를 맡으며 그 주변을 서성댔다. 이따금 강아지는 심하게 몸을 떨면서 환하게 불이 켜진 마을회관 쪽을 건너다보았다. 하지만 강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컨테이너」중에서

“이 징한 것을 나라고 하고 싶어서 하는 중 아나? 못할 짓인 건 내가 할 소리네. 내 가진 거라곤 이놈의 집배끼 없는데, 허리도 못쓰는 우리 집 양반 일자리 털어묵고 나댕기지. 나도 몸뚱이는 아퍼 쌓고, 내가 무슨 재간 있냐고. 그 집 애덜은 그래도 에미 애비는 있잖어. 불쌍한 우리 조카 새끼덜 데려다 멕이지도 못허고 입히지도 못허고 사는디. 내 맘 졸이는 걸 누가 안가, 개새끼라두 팔어묵어야 내가 산게. 사람이 살고 봐야지. 인자 집 떠날 날도 머잖았는디, 불쌍한 그 새끼덜 고등핵교는 갤켜야 헐 거 아닝가. 나 내놀 것은 목숨배끼 없어. 가덜 델고 있는 동안은, 날 죽인대도 할 수 없당게……”
---「부업」중에서

라인! 라인을 생각하자 정신이 명료해진다. 그녀에게 전염병자라고 말하는 손가락들이 보인다. 추파를 던지는 동창들의 얼굴도 보인다. 하지만 상관없다. 라인이 있는 한. 라인을 키울 수만 있다면. 브레이크를 밟은 다리와 운전대를 잡은 팔에서 연소되지 않은 기이한 힘이 뻗쳐 올라온다. 마치 그녀의 몸안에 무쇠 같은 힘이 갇혀 있어 이 순간 출구를 찾는 것 같다. 심호흡을 하고 핸들을 돌려 갓길을 벗어나면서 유빈은 턱이 으스러지도록 어금니를 문다. 네트워크를 거느린 사업자로서 완벽하게 성공한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대로 가속기 페달을 밟고 방향 조정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물의 벼릿줄은 이미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다. 유빈의 얼굴에 떠오른 살기 띤 웃음이 입술 근육을 따라 눈가로 옮겨간다.
---「전염」중에서

쓰레기통 뒤에서 도마뱀이 느리게 모습을 드러낸다. 리모컨을 집어던진다. 쓰레기통을 맞추고 떨어진 리모컨에서 야단스럽게 건전지가 굴러나온다. 용케도 조준을 피한 채 벽으로 기어오르는 놈의 꼬리가 유연하다. 소름이 돋는 목덜미를 문지르면서 나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갑자기 온 집 안이 도마뱀 소굴 같다. 방 안 구석구석에 사냥감을 노리며 숨어 있는 놈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집 안뿐이 아니다. 도처에 우글거리는 놈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축축한 혓바닥을 날름대며 단물을 찾아 눈을 번들거리는 저놈의 유연한 몸뚱이. 그 징그러운 살비늘 속에서 화 한 번 낸 적 없는 최사장의 얼굴이 느물대며 웃고 있다.
---「도마뱀이 숨 쉬는 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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