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쓴 책』으로 새로운 문학 천재의 탄생을 알렸던 데이비드 미첼의 세번째 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한국 독자를 찾아온다. 데뷔작 『유령이 쓴 책』으로 이미 영미 문단의 폭발적인 찬사를 받았던 데이비드 미첼은 더욱 대담하고 현란하고 수수께끼 같은 이 작품으로 2004년 영국 도서상 문학 부문, 제프리 페이버 메모리얼 상, 사우스 뱅크 쇼 문학상을 수상하고, 맨 부커 상과 커먼웰스 상, 네뷸러 상, 아서 클라크 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영국 안팎에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유령이 쓴 책』에서 보여주었던 데이비드 미첼 특유의 독창적인 구성과 다양한 플롯을 한층 살린 그의 야심작이다. 포스트모던 문학의 대가 이탈로 칼비노의 걸작 『겨울밤의 나그네라면 If on a Winter's Night a Traveler』에서 착안하고 발전시킨 구조, 여러 장르를 종횡무진 누비며 펼치는 정교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마르크스 역사론에 빗대어 인간과 문명을 향해 던지는 깊이 있는 시선까지, 이 작품은 데이비드 미첼이 이 시대의 새로운 대가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서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묘하게 얽힌 여섯 개의 퍼즐 조각 같은 이야기!
이탈로 칼비노의 『겨울밤의 나그네라면』은 소설 속 독자 역시 『겨울밤의 나그네라면』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으면서 시작된다. 소설 속 책의 첫 장이 끝났을 때 제본 상의 실수로 이야기가 끊어지고, 독자는 다음 이야기를 찾기 위해 서점에 찾아간다. 그러나 다른 독자와 만나 교환한 책에도 다음 이야기는 없고 새로운 이야기의 첫 장만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서 우리는 열 개의 이야기(의 첫 장)를 만나게 된다. 데이비드 미첼은 자신의 작품에 이탈로 칼비노가 『겨울밤의 나그네라면』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구조를 차용하면서도 데칼코마니 같은 대칭구조를 더해 이야기를 마무리함으로써 한층 정교한 형식을 완성해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9세기 남태평양 뉴질랜드에서 고향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선량한 공증인 애덤 어윙의 이야기인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로 시작해서, 1930년대 벨기에의 고성에서 펼쳐지는 방탕하지만 천재적인 젊은 작곡가 로버트 프로비셔의 이야기인 「제델헴에서 온 편지」, 1970년대 미국에서 핵발전소에 숨겨진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여기자 루이자 레이의 모험담 「반감기-첫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 21세기 초 인생 최고의 대박과 함께 찾아온 위기 때문에 피난처를 찾아 도망치는 티머시 캐번디시의 시련을 다룬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 한국에서 최하층으로 살아가다 지성을 얻고 변모하는 복제인간 손미의 이야기를 그린 「손미~451의 오리즌」을 거쳐, 모든 문명이 파괴된 머나먼 미래 하와이에서 살아가는 양치기 자크리의 이야기 「슬로샤 나루터와 모든 일이 지나간 후」까지 여섯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다섯 개의 이야기는 차례대로 펼쳐지되, 끝을 맺지 못하고 중단된다. 여섯번째 이야기는 중단되지 않고 완결되는데, 이후 앞에서 중단되었던 다섯 개의 이야기들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전개된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 이야기를 손에 넣는다. 프로비셔는 절반쯤에서 뜯어져버린 어윙의 일지를 침대 밑에서 발견한다. 루이자 레이는 우연히 프로비셔의 편지를 손에 넣고, 티머시 캐번디시는 투고작으로 들어온 루이자의 이야기 1부를 읽게 되며, 손미는 캐번디시의 모험담을 영화로 본다. 자크리는 손미를 신으로 섬기고 있으며, 손미의 인터뷰 영상이 담긴 기기를 보게 된다. 소설은 여섯번째 이야기를 축으로 대칭구조를 이루며, 첫번째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애덤 어윙의 일지로 끝을 맺는다(여섯 개의 각 이야기에 번호를 매기면 이 소설은 1-2-3-4-5-6-5-4-3-2-1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각 장의 형식과 상관없이 앞 이야기와 뒷 이야기의 연관성을 자연스럽게 추리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장치인 동시에 주제를 뒷받침하는 퍼즐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
구름이 하늘을 가로지르듯 영혼은 기나긴 세월을 가로지른다!
이 책의 제목인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는 ‘구름 지도’라는 뜻이다. 이 제목은 「제델헴에서 온 편지」에서 로버트 프로비셔가 혼신을 다해 작곡한, 후에 루이자 레이의 손에 들어가는 육중주곡의 곡명이기도 하다. 이 육중주는 「서로 겹치는 독주자들을 위한 육중주」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이는 이 작품의 전체 구조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문학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구름에 대한 비유는 여러 개의 이야기인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인 이 작품의 형식과 주제의식을 해석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형태는 달라도 구름은 언제나 같은 구름이다. 영혼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이 구름에 빗대어 영혼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나는 카약의 바닥에서 하늘에 피어오르는 구름을 바라보았어. 구름이 하늘을 가로지르듯 영혼은 기나긴 세월을 가로지른다지. 모양이나 색조나 크기는 다르다 해도, 구름은 여전히 구름이야. 영혼도 마찬가지지. 구름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아침이면 영혼이 어떤 이가 되어 있을지 누가 알겠니? 손미 님만이 동쪽인지 서쪽인지, 얼마만 한 크기에 어떤 모양인지 아시겠지. 그래, 구름의 모든 형상을 말이야.”
_『클라우드 아틀라스』2권, p.122
"젊을 때 서너 번 조이어스제도를 스치듯 지나친 적이 있다. 섬이 안개와 저기압, 한랭전선, 재난과 역류하는 조수에 사라지기 전의 일이었다. 나는 그 섬들이 성년기라고 잘못 생각했다. 내 삶의 항해에서 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있을 줄로만 알고, 그 섬들의 위도와 경도, 접근하는 길을 기록해두지 않았다. 젊은 바보 같으니라고. 지금이라도, 언제나 한결같지만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의 영원히 변치 않는 지도를 얻을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아까우랴? 말하자면, 구름의 지도책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_『클라우드 아틀라스』2권, p.221
인간을 향한 인간의 야만성-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마르크스는 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처음은 비극, 그다음은 희극으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이 말처럼 반복되는 역사와 그 속의 인간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우연과 운명의 존재에 대해 역설했던 데이비드 미첼은, 이 작품에서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는 야만성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백인이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애덤 어윙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라고는 없이 그저 그들을 착취와 압제의 대상으로 보는 무리 속에 섞여 있다. 로버트 프로비셔는 혼신을 다해 쓴 자신의 작품을 스승이자 저명한 작곡가인 거장 에어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루퍼스 식스스미스와 루이자 레이는 핵발전소에 숨겨진 진실을 공개하려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티머시 캐번디시는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피해 피난처에 들어갔다가, 노인을 죄수처럼 가두고 억압하는 요양원에 갇힌다. 복제인간 손미는 동료 복제인간과 달리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지식을 추구하면서 자기와 같은 복제인간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크리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코나 족에게 가족을 잃고 자신 역시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간의 야만성을 맞닥뜨리고 목도하며 그것에 맞선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문명과 야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정말 인간다움을 지키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고, 온몸으로 답을 얻고, 의지를 다지며 실천한다. 작품의 마지막이자, 실제로는 출발점인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삶이 끝없는 바다에서 한 방울의 물방울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될 테니 헛수고하지 말라”는 장인의 말에, 애덤 어윙은 말한다. "하지만 바다 또한 무수히 많은 물방울이 모인 것이 아닌가"?결국 기묘하게 연결된 여섯 개의 물방울, 여섯 개의 퍼즐 조각은 선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악은 제값을 치르며 인간성이 이상적으로 펼쳐질 수 있는 세계를 위해 한 걸음씩 내디딘 위대한 개인들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언론사 서평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보여주는 데이비드 미첼의 스토리텔링은 최고다. 적절한 말을 찾자면, 나는 이 책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_인디펜던트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수수께끼는 책 안에 있지 않다. 책 자체가 수수께끼이다. _워싱턴 포스트
비범한 재능과 축복받은 대담함…… 그저 “브라보!”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_토론토 스타
데이비드 미첼의 작품은 점점 걸작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올해 나온 그 어떤 책보다 더 깊고, 다채롭고, 인간적인 태피스트리다. _아레나
어쩌면 데이비드 미첼은 진정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잘 짜인 플롯, 흥미진진한 내러티브, 이외에도 이 소설은 여러 층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_아이리시 인디펜던트
복잡하게 뒤얽힌 의외성, 교묘하게 짜인 내러티브, 독창적인 자기 색깔. 데이비드 미첼은 소설의 본원적인 즐거움을 꿰고 있는 작가이다. _뉴욕 타임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그저 대단한 책 한 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것은 완벽하게 뛰어난 서로 다른 여섯 권의 책이 모인 컬렉션과 같다. 역사, 스릴러, 코미디, 공상과학…… 데이비드 미첼은 손쉽게 각 장르의 소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을 절묘하게 엮어 그 총합보다 훨씬 뛰어난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_선데이 인디펜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