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설일용근로자를 현장에 보내는 일을 한다. 일용근로자는 일당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사정상 월급제, 고정급을 받지 않고 하루씩 근무한다. 이러한 건설일용근로자들을 전국 6천여 인력소개소에서 매일 40만 명을 현장에 보내고 있다. 이 글은 그분들과 인력업소 그리고 내 삶의 기록이다. 이러한 인력업계관련 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용근로자와 인력업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도 아쉬움이 많았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작은 정보라도 주기 위해 용기를 내어 집필하였다. 누군가 개척자의 길을 먼저 간다면 나중에는 따라오기 쉽다고 믿는다.
먼저 책 제목에 대해 고민을 하였다. 평범하면서도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름을 공모하여 『하루 일자리 미학』이라 정했다. 하루 일자리는 일용근로자를 다르게 표현한 신조어이고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연구학문이다. 즉 일용근로자의 현실은 힘들어도 아름다운 미래를 연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역량부족으로 인해 책을 쓰는 내내 한숨을 내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찌되었건 이 작은 정성이 일용근로자와 인력업소에 실제적 도움을 준다면 그 이상의 보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5년간 신문을 돌렸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 일당 일용직을 많이 경험해 보았다. 궁극적으로 지금 현제 일용직으로 일하시는 분들께 단순히 현실에 머물지 말고 나의 실패와 좌절 극복 사례를 참고 삼아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를 바란다. 한심해 보일지도 모른다.
내가 뭐 잘났다고 나의 삶을 남에게 밝히려는가?
그러나 나의 지난 삶의 여정을 정리하며 내일의 거울로 삼고자 한 나의 욕심이다.
신앙을 언급한 것은 현재 보이는 세계만이 아니고 영원한 세계를 알고 하나님을 알면 삶이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앙 언급은 못나고 부족한 나에 대해서가 아니라 전지전능하면서도 매우 인간적이신 하나님을 얘기하므로 신나게 소개하였다!
나는 5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인력사업을 하리라곤 꿈에서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우연한 기회에 유료직업소개소인 인력사업을 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말 잘 선택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새벽 3시 반에 기상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아침 7시면 출력 일을 마치게 된다. 사무실에는 갖가지 사연을 가진 분들이 등산 배낭에 작업복, 안전화를 넣고 나온다. 불과 몇 개월 전엔 어엿한 중소기업을 이끌던 사장님, 건설현장 기술자로부터 고시원에 살고 있는 일당 근로자까지 계층도 다양하다. 기존 선입견으로는 그분들이 와일드하고 좀 거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다수 분들은 누구보다도 마음이 여리고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그리고 작은 정에도 정말 고마워할 줄 안다. 이제는 내가 일자리를 주는 사람이 아닌 그분들에게 무언가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작은 것이라도 주고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루 힘든 일을 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면 “아이구! 정말 수고 했습니다.”라는 반가운 인사부터 하고 따끈한 커피를 타 주기도 한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은 누구나 친구가 된다. 나이와 경험에 상관없이 나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러면 그 반응이 너무도 쉽게 돌아온다. 일당노동자 즉 하루 일자리를 하는 분들은 어려운 역경 속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웃의 고통을 공감하고 돕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다. 나는 그 운전대 역할을 해 주고 싶다. 우리 오케이인력은 하루 출력인원은 많지 않더라도 복지와 공감대 측면에서는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다고 자부한다. 야유회와 등산대회를 하고 출력자 자녀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모두 한두 푼씩 성금을 모아서 일정 기금이 되면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수시로 자금집행을 한다. 또한 작업자에게 장갑, 각반, 컵라면, 생수 물병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재원은 자발적인 성금에 더해 회사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 준다. 처음에는 손해 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모두들 즐겁게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도 크기에 다른 인력업체로 거처를 잘 옮기려 하지도 않는다. 나는 일용근로자 그분들에게 애착감도 크지만 작은 아쉬움도 있다. 개인적으로 좀 더 성실하면서 돈을 아끼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삶의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 보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꾸기로 하였다. 무엇을 변화시키는 것이 스스로의 힘으로 너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분들에게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실천하기로 하였다.
현재 일용근로자는 4대 보험, 노후 퇴직연금 등 모든 부문에서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나의 작은 날갯짓이 더 큰 바람으로 바뀌는 시금석이 되길 기원한다. 이 책은 1부에서 인력업계와 일용근로자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책을 제시하였다. 2부에서는 내가 살면서 느꼈던 성공요인과 후회되는 일들에 대안을 살펴보았고 3부는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면서도 크게 방황하였던 나의 종교생활과 비교하여, 참되고 파워 넘치는 믿음생활의 비결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하였다.
이상의 글들은 나의 직업과 삶에 대해 미래방향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기록하였다. 필자는 성격이 급하고 미련한 점이 참으로 많은 사람이기에 어떤 내용은 일방적 주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늘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려던 한 남자가 깨달은 삶의 기록들이 누군가 1명에게라도 조그만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격려와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다. 먼저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 진주, 보배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손영훈 박사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추천서를 흔쾌히 써주신 유용태 장관님과 김용태 의원님, 안효준 협회장님, 김청만 변호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책 쓰는 틈틈이 자문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동언 벗, 심용석 친우, 금용호 형, 김장배 국장님, 김현수, 김계원, 신현봉 사장님 그리고 늘 마음으로 함께 해준 존경하는 동생 미정, 홍승주 매제와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끝으로 늘 기도로 밀어 준 윤형선 목사님, 이종한, 이명섭, 김홍수, 임병철 집사님 덕분에 이 책이 출간 되었다고 보며,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님의 크신 배려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드리면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