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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책장 속 시대의 얼룩을 더듬다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청년들의 삶과 문화에 담긴 한국 현대사를 짚어낸 책. 치열하게 다른 미래를 꿈꾸었고 살아남고자 했지만 끝내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 탄탄하고 촘촘하게 기록한 책 읽기의 풍경 가운데서 그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2017.03.28.
역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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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 국가, 난민, ‘준’ 시발택시, 사바사바, 후라이 살아남은 자들의 허기 | 자유는 맘껏 누릴 권리야 | 어쨌거나 제임스 띵처럼 해적판, 금서 혹은 우량도서 소설에서 참고서까지 해적판 전성시대 | 너 때문이야, 네 잘못이야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살아남은 자들의 ‘詩 / 時’ 오발탄 같은 인생 혹은 잉여인간 | ‘진짜’처럼 살고 싶다 ‘준’의 책 읽기 어쩌다 난민 | 버젓이 읽기, 몰래 읽기 | 어느 국가도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2. 대학생, 가만히 있어라, ‘정우’ 촌놈과 문청, 찐빵 같은 혁명 “오열 개재”에서 “국민이 원한다면”까지 | ‘혁명의 혁명’이 재건되다 | 혁명은 어른들이 하는 거야 노란 샤쓰 입은 괴물들 노란 샤쓰 노란 조끼 입은 청년 | 신선한 감수성, ‘한글세대’ 등장 | 말랑말랑하되 생생한 100권의 세계문학과 그 적들 월급의 4배가 넘는 문화상품 | 할부로 장만한 폼나는 ‘교양’ ‘정우’의 책 읽기 소설에 양심을 걸고 싶었던 청년 | 무관심 하라, 가만히 있어라 | 내가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니 3. 여성, 한국적 현실, ‘혜린’ 식모, 여공 그리고 누이 식구인 듯 식구 아닌, 식모 |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못 된 철수와 영희 | 영자야 내 동생아 몸 성히 잘 있거라 불란서 시집 읽는 소녀를 허하라 혁명의 걸림돌 ‘고운 손’ | 땀 흘리지 않는 특권층으로 가공 | “난 몰라요”를 외치는 소녀 완구점 앞에 서 있는 소녀 하이킹 가는 틴에이저와 하이틴 | 소녀, 좋아 하네 ‘혜린’의 책 읽기 말테, 라비린스, 어셔 가 | 번역되지 못하는, 그 무엇을 찾아 | 그리고 남은, 말해지지 못한 말 4. 소년, 법과 밥, ‘태일’ 달려라 소년, 그리고 굴뚝 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 동상의 시대: 애국조회, 제식훈련 | 그래도 소년을 기다리며 소년은 자란다: 태권브이에서 타잔까지 ‘시민’과 다른 ‘등외지대’ 사람들 | 무관심이 낳은 비극, ‘무등산 타잔’ | 벌거벗은 임금과 소년 삼중당문고라는 사다리 ‘주머니 달린 옷’이 입고 싶었던 영희 | 품안의 도서관, 200원짜리 문고 | 베르테르의 ‘번뇌’, 헤스터의 ‘위반’ 혹은 갈매기의 ‘꿈’ ‘태일’의 책 읽기 배워야 산다, 중학1 | 길을 찾다, 근로기준법해설서 | 들립니까 들립니까 들립니까 더 리더 주석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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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그렇게 어려운 단어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외출할 때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처럼 사서 쓸 수 있는 것처럼 사용했다.……즉 자유는 돈으로 맘껏 누릴 수 있는 부유함과 다르지 않았다.” 자유는 맘껏 누릴 권리야’(21쪽)
‘조국은 그대들의 것’이라는 말이 좋았다. 해방이 이제야 온 듯싶었고, ‘조국’의 품에 안긴 듯싶었다. 다음 날부터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오갔다.“오열개재”에서 “국민이 원한다면”까지(71쪽) 영자를 걱정하는 아버지는 사장님이 아니라 ‘청소부’였고, 그를 걱정하는 오빠는 ‘장교가 아니라’ ‘뺑이 치는 군바리’였으며 서울에 있는 언니는 ‘여대생’이 아니라 ‘청계천하고도 지하공장서 뺑이 치는 공순이’였기 때문에 영자가 더 걱정되었다.-영자야 내 동생아, 몸 성히 잘 있거라(129쪽) 삼중당문고 한 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드러내는 것이었다. 적어도 한 권 두 권 읽고 있다는 사실에 ‘급우들이 신기해’했고 그런 시선에 으쓱할 수도 있었다. -품안의 도서관, 200원짜리 문고(208쪽) “나는 왜 언제나 이렇게 배가 고파야 하고 항상 괴로운 마음과 몸 그리고 떨어진 신발에, 남이 입다 버려 때 뭉치인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할까.” ---들립니까 들립니까 들립니까(229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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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돋보이는 사회적 맥락
단순한 독서문화사가 아니다. “계통 없이 처먹던” 꿀꿀이죽을 비롯해 쥐잡기, 여차장 인권 소동, 무관심이 낳은 무등산 타잔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신산한 우리 현대사를 엿보게 해준다. 『근로기준법해설서』를 읽던 전태일이 왜 대학생 친구를 아쉬워했는지, 세계위인전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식구인 듯 식구 아닌 식모는 어떤 의미였는지 등 굵직한 사회 문화 흐름을 짚어냈다. 2) 되살린 독서문화의 민낯 해적판 등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책 읽기 풍경을 되살렸다. 이를테면 일본의 인기 대중소설인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이 아사히신문에 연재 중이던 1965년 한국에서 먼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1960년대 선보인 ‘세계문학전집’은 월급의 4배나 되는 ‘문화상품’으로 문화적 허기를 달래주는 의미가 돋보였지만 200자 원고지 매당 30원을 받는 ‘세계문학 개칠사’들의 일본어판 중역에 힘입은 바 컸다. 3) 다채로운 책 읽기 풍경 입말의 말랑말랑함이 고스란히 배어 나오는 한글세대의 문학이 등장하면서 어떤 문화적 충격을 주었는지, 그래서 기성 작가들이 ‘김승옥이라는 벼락’에 맞아서 넋이 빠져 “이제 우리들 시대는 갔다”고 했는지 떠올려준다. 그런가 하면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가 어떤 논리로 군사혁명세력의 과녁이 되었는지, 제식훈련은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었는지 그려냈다. 4) 다양하고 풍성한 텍스트 『자유부인』에서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 등 베스트셀러는 물론 이제는 잊힌 손창섭의 『혈서』 ,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 등 이제는 잊힌 소설까지 50여 권의 문학작품이 거론된다. 여기에 〈맨발의 청춘〉, 〈맨발의 영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 영화, 대중가요 〈노란 샤쓰의 사나이〉 등 다양한 텍스트를 동원해 생생하고 다채로운 현대 한국의 ‘스케치’를 담아냈다. 주요 내용 “어느 국가도 선택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1장에 나오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명준’의 선택이다. 해방 이후 비로소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 때 책에서 보았던 것처럼 ‘모험’과 ‘성장’의 시간을 기대했다. 그런 이데올로기의 대결 속에서 그는 ‘어느 국가를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 식민지 시절 ‘나에게 국가가 있다면’이라는 물음을 뜨겁게 품었던 준에게 이 물음은 낯설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삶’을 동시에 지켜내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가 목도한 것은 국민이 국가 밖에 놓인다는 사실이었다. 준은 그렇게 생명도, 그리고 삶도 잃었다. “무관심 하라, 가만히 있어라” 2장에서 다뤄진, 김승옥의 소설 『환상수첩』의 주인공 ‘정우’를 괴롭히던 환청이다. 1960년 창경원에 벚꽃이 나부끼던 4월, ‘혁명’이 일어났다. 분명히 ‘혁명’이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어린’ 청년들의 ‘의거’라고 했다. 오히려 ‘혁명의 혁명’이 재건되고 청년들에게 “무관심하라”, 다시 말해 ‘가만히 있어라’고 했다. 어린 청년들이 목도한 ‘혁명’은 말해질 수도 없었고 기억될 수도 없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청년들이 속출했다. 그 속에서 ‘괴물’이 탄생하기도 했고, 새로운 ‘문학’이 등장하기도 했다. “내가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줘” 시대를 앞선 지식인으로, 여성으로 갈 곳 몰라 했던 전혜린이 쓴 마지막 편지에 실린 구절로 3장에 실렸다. 1960년대 가난한 시골집에서 ‘입하나 덜’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던 누이들, 그 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주인집’으로 그리고 공장으로 일하러 갔다. 학교에 다니는 소녀들이라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가 ‘일하지 않는’ 국가의 적폐로 말해졌다. 혜린 역시 두 개의 언어를 가진 번역가였다. 혜린은 그 시절 다른 소녀들처럼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였으며, 동시에 ‘두 개의 언어’를 가진 여성이었다. “들립니까 들립니까 들립니까” 4장에는 배움을 통해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전태일의 절절한 절규가 나온다. 한 소년은 세상이 책을 읽은 자와 읽지 않은 자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년은 곤로와 바지를 팔아 검정고시 책을 샀다. ‘배워야 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았기 때문이다. 이 소년의 이름은 ‘전태일’이다. 그러나 태일은 『중학1』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 15시간 일하는 노동자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뒤늦게 ‘법’이 있다는 것을 안 태일은 더 강하게 〈근로기준법〉 책을 파고든다. 그러나 태일이 절망 끝에 남긴 말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장을 인용하며 유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