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처음에는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다. 이 시기 세포의 크기는 거의 비슷하며, 약 24시간 동안 머물러 있다가 둘로 갈라진다. 이것이 인간처럼 복잡한 다세포 유기체가 발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인간이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매혹적이다. 생명의 기본 단위 하나가 다음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스스로 알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 「생명의 기본 단위, 세포」 중에서
1675년, 레이우엔훅은 며칠 동안 한자리에 고여 있던 빗물 표본에서 조그만 생물을 관찰했다. 이 미생물은 당시 관찰되던 어떤 생명체보다도 훨씬 작았다. 그는 이것을 극미동물(animalcule)이라고 불렀다. 그 뒤로도 한참동안 같은 자리에 둔 강물이나 우물물, 바닷물을 연구했다. 그가 관찰한 것은 대부분원생동물이나 단세포 조류(藻類)로, 크기는 거의 훅의 코르크 세포와 비슷하거나 훨씬 컸다. 그러다가1676년 레이우엔훅은 이보다 훨씬 작은 극미동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생물은 크기가 무척 작아 100여 개를 이어야 모래알 크기와 비슷해질 정도였다. 세균(bacteria)을 처음으로 관찰했다고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나다」 중에서
한편, 영국 런던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에서는953명의 과학자가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돌파구가 될 주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바로 DNA분자 구조를 밝혀내는 작업으로, 이것은 현대 분자생물학을 탄생시킨다. 런던대학에서는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과 모리스 윌킨스(Maurice Wilkins)라는 분자생물학자 두 명이 엑스선결정학을 이용해D NA를 이루는 분자들의 상대적인 위치를 연구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는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엑스선결정학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DNA 분자 모형을 만들었다. 이들은 당, 인산, 핵염기를 나타내는 수백 개의 금속판을 조립했다. 왓슨과 크릭의 모형은 DNA가 이중나선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데, 그 전체적인 모양은 꼬인 줄사다리와 비슷했다. 이 사다리의 가로대를 이루는 것은 핵염기였다. 그들은 당·인산을 등뼈 삼아 두 가닥으로 줄사다리의 줄을 만들었다. 이 두 개의 줄은 가운데에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 서로 분리되지 않았다. 등뼈를 따라 이어지는 핵염기의 순서가 바로 유전정보를 운반했다. 생명의 암호를 구성하는 글자인 셈이었다. 이 글자들은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조리법을 나타냈다. 한정된 숫자의 핵염기가 각각의 조리법을 암호화하는데, 이것이 바로 하나의 유전자였다
--- 「생식과 유전을 둘러싼 비밀」 중에서
돌연변이와 유전적 변이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그것이 나타나는 개체가 스스로 증식해야 한다. 다윈은 선별적 육종을 하면 사람이 기르는 동식물의 겉모습에 극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윈은 비둘기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육종하는 실험을 했다. 즉, 특정 형질을 보이는 개체끼리 짝을 지어 그 형질이 계속 유지되고 강화되는지를 살폈다. 다윈은 이것을 ‘인공적 선택’이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비슷한 변화가 야생에서는 자연선택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연환경 속에는 다양한 선택의 압력이 존재하며(서식지 변화, 식량 감소, 종간 경쟁), 그 압력은 시간이 지나면서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를 후대에 가장 잘 전달하는 유기체를 ‘적자’라고 한다. 이 개체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존재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여러 섬에 사는 흉내지빠귀들이 각기 고유한 차이를 인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각각 자기가 사는 섬의 다른 조건에 적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다. 자연선택은 무작위로 의도치 않게 진로를 바꿔간다.
--- 「변이와 함께 진화하다」 중에서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또 다른 세균이 있다면 바로대장균이다. 사실 대장균의 대부분은 사람에게 전혀해롭지 않다. 오히려 도움을 주기도 한다. 대장균은 대장(결장)에 있는 몸에 좋은 원핵생물 중 하나로 비타민 K를 만들어내고, 다른 병원성 세균이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준다. 하지만 대장균 중에는 독성이 있는 것도 많은데, 이것들이 대장 밖으로 한번 빠져나가면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다. 이런 병원성대장균이 대장에 생긴 구멍을 통해 복막(배를 이루는벽)에 침입하면, 복막염이라는 병을 일으킬 수 있다.또한 특정 대장균이 비뇨기에 침입하면, 요로감염증이라는 고통스러운 병을 일으킨다. 만약 병원성 대장균 균주에 감염된 음식을 누군가 먹게 되면 위장염을 일으키는데, 이 병은 심한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다. 이 작은 세균을 대부분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은 이런 식중독 뉴스를 통해서다. 이런 나쁜 뉴스의 주인공이 될 때만 빼면 대장균은 해롭기보다는 이로운 세균이다. 전 세계 미생물학 연구실에서는 대장균을 표본 생물로 활용한다. 이렇듯 습성, 생화학, 게놈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있어서, 사실 대장균은 모든 원핵생물 중 가장 잘 알려진 종이다. 대장균은 배양하기도 쉽고 번식도 빨라서 1940년대 후반부터 유전학 연구에서 흔히 쓰이는 세균이었다. 1970년대부터는 막 발전하던 초기 유전공학 실험에서 많이 활용되면서 대장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오늘날까지도 대장균은유전공학자가 많이 선택하는 실험 대상이다. 대장균이 다른 유기체의 유전자를 충실하게 복제해주거나 그 유전자 암호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대신 생산해주기 때문이다.
--- 「단세포 원핵생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