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온몸이 떨렸다. 꿈속의 옥상에서, 나는 바다를 등지고 카로나는 바다를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최면을 거는 듯한 그의 손길에 사로잡혔고, 그 순간 그에게 끌렸던 건 아야의 기억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 그에게 끌렸던 건 나였고, 내 마음, 내 영혼, 내 욕망이었다.
“안 돼요! 제발 그만해요.”
나는 그가 무시할 수 없도록 강한 목소리로 외치려 했지만, 목소리는 약하고 희미했다.
“그만하라고?”
그는 다시 키득거리며 웃었다.
“넌 믿음을 잃어버린 것 같군. 넌 내가 그만하길 바라지 않아. 네 몸은 내 손길을 갈망하고, 넌 그 사실을 부인할 수 없어. 그러니 어리석게 저항하려는 마음은 떨쳐 버려. 날 받아들이고 내 곁으로 다가와. 나와 함께하면 우린 새로운 세상을 만들 거야.”
나는 카로나에게 몸을 기울이면서 겨우 속삭일 수 있었다.
“그럴 수 없어요.”
“나와 함께하지 않으면 넌 내 적이 될 거고, 난 널 다른 쭉정이들과 함께 불에 태울 거야.”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의 시선은 내 얼굴에서 가슴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이제 그는 양손으로 내 가슴을 움켜잡았다. 나를 애무할 때 그의 황갈색 눈동자는 부드러워져 초점을 잃었고, 원치 않는 차가운 욕망의 물결이 내 몸에 밀려와 내 심장과 머리, 그리고 내 영혼이 메슥거렸다. 몸이 너무 떨려서 목소리도 함께 떨렸다.
“이건 꿈이야……. 한갓 꿈일 뿐이야. 실제가 아니야.”
나는 나 자신에게 확신을 주려는 듯 힘주어 말했다.
나를 갈망하는 그의 모습은 훨씬 더 매혹적이었다. 그는 친밀한 미소를 지으며 내 가슴을 계속 어루만졌다.
“맞아. 넌 꿈을 꾸고 있어. 하지만 꿈속에는 진실과 현실, 그리고 너의 가장 은밀한 욕망이 있지. 조이, 꿈속에선 네가 바라는 건 뭐든지 해도 괜찮아. 우린 네가 바라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나는 나 자신에게 되뇌었다.
‘이건 단지 꿈이야. 닉스님이여! 진실의 힘이 나를 깨우게 해 주소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카로나의 입가에 승리에 찬 고약한 미소가 떠올랐지만, 나는 그가 익숙한 손길로 나를 감싸 안기 전에 덧붙였다.
“내가 당신을 간절히 원하는 게 진실이라 해도 난 여전히 아야가 아니라 조이 레드버드예요. 그건 이번 생애에서는 내가 닉스님을 따르기로 선택했다는 뜻이죠. 카로나, 난 당신에게 굴복해서 내 여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났고, 성의 지붕에서 떨어져 바위투성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내 고함 소리 사이에서도 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카로나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