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석다산에는 을지문덕에 관한 전설 한 가지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을지문덕은 하루도 쉬지 않고 무술을 익히고 학문을 연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을지문덕은 석굴 속에서 글을 읽다가 돌로 만든 책상에 엎드려 잠깐 잠이 들었다. 그때였다. 어마어마하게 큰 구렁이 한 마리가 잠든 을지문덕을 향해 기어 왔다. 구렁이는 당장이라도 을지문덕을 삼킬 듯이 눈을 빛냈다. 을지문덕은 꿈속에서 요란하게 꾸짖는 소리를 들었다. “당장 눈을 뜨지 못하겠느냐! 네 목숨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졸장부가 어찌 나라를 지킬 수 있단 말이냐!” 을지문덕은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구렁이를 보았다. 책상 위로 올라온 구렁이는 눈을 빛내며 달려들고 있었다. --- '석다산의 전설' 중에서
수 양제가 대군을 동원하고 있다는 정보를 파악한 을지문덕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백만 명이 넘는 군사를 동원했다면 그것은 수나라의 큰 약점이 될 것이다. 그 많은 인구가 원정에 동원된다면 중국의 국내 군사력은 거의 텅 비게 된다는 뜻이 된다. 만에 하나 반란이라도 일어나거나 주변의 이민족이 침공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마련인데 수나라가 그런 꼴이다.” 을지문덕은 수나라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짰다. --- '위험에 빠진 고구려' 중에서
단재 신채호는 '을지문덕전'에 이렇게 적었다. ‘살수의 전투는 한 나라의 흥망의 기틀이었다. 을지문덕이 싸우라 하면 전 군사와 백성이 싸웠으며 을지문덕이 물러가라 하면 모두 다 물러가고, 을지문덕이 속임수로 항복하여도 상하가 그 속임수 항복을 의심하지 않았다. 임금과 온 백성의 신뢰가 이와 같이 깊었으니 그야말로 나가면 장수, 들어오면 재상의 자리에 있으며 재정을 잘 다스리고 외적을 물리치는 정책을 강화하여 일국의 안정과 위험이 그 한 몸에 매어 있음에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