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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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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48g | 150*210*20mm
ISBN13 9791158541088
ISBN10 115854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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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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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 제 각각이라는 말은 참일까, 아닐까. 실상사 답사 중 뜻하지 않게 광한루를 찾은 것은 회원 중 한 사람이 그 곳에 걸린 춘향의 영정사진을 트집 잡았기 때문이었다. 이몽룡이 그네 타는 춘향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이 열여섯 살 전후인데 영정사진은 어머니격인 신사임당의 이미지라는 것이었다. 설익은 이팔청춘이 첫눈에 반하려면 어떤 타입이어야 한다는 걸까. 수선화 같은 청순가련형을 기대했을까.

광한루에 들어서자마자 우리의 눈길은 엉뚱하게도 한 여인에게 꽂혔다. 몽룡과 춘향의 옷을 비치해 놓고 사진을 찍어주는 세트장에서였다. 거울 앞에서 열심히 분첩을 두드리는 신新춘향 그녀. 오십대 중반쯤의 키가 크고 몸집도 굵었다. 얼굴은 한마디로 뺑덕어멈이 나들이 왔나 싶었다. 춘향 옷으로 몸을 감았으나 골격이 몸부림쳤고, 공들여 분을 발랐으나 푸르죽죽하니 피부에 스며들지를 못했다. 반대로 몽룡은 키가 작고 왜소했다. 거미줄처럼 엉킨 주름살만 아니면 아들로 보일 뻔한 체구였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 사람들은 거울도 안 보나? 제 얼굴은 못 봐도 상대 얼굴은 보일 거 아냐?

사진사가 두 사람 앞에 섰다. 웃으라 했다가 붙어서라 하더니 몽룡 보고 춘향을 안아보라 주문했다. 두 사람은 순순히 시키는 데로 따랐다.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지켜보는 우리도 덩달아 웃다가 옆 사람과 붙었다가 했다. 안는 것까지 해 보려다 낯선 사람들이라 흠칫 놀랐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두 사람은 우리 앞을 유유히 지나갔다. 뺑덕어멈이 심학규의 팔을 살포시 잡았다.
“사진 잘 나왔을까?”
심학규가 믿음직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걱정할 거 없어. 여러 장 찍었으니까 고르면 돼.”

우리는 두 사람이 옷을 갈아입고, 사진을 고르는 것까지 보고서야 버스에 올랐다. 오르고 나서야 문제의 춘향 영정 사진을 못 본 것을 깨달았다. 상관없었다. 수선화인들 신사임당인들 무슨 상관인가. 방금 수줍은 신新춘향을 보지 않았는가.
---「신춘향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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