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렌은 먼저 세계의 작동구조를 설명하고 이어서 그 내부의 고통스러운 몸부림, 대안적 탈출시도, 좌파정치세력의 다양한 구도를 설명한 후, 대안적 노선을 제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그는 20세기 말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갖는 실질적 의미, 그로 인해 인간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그로부터 벗어나려는-사실 자유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반드시 진보적이거나 전향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다양한 몸부림, 기존의 노동과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저항적 운동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운동, 이러한 운동들이 기존의 좌파정치세력과 조우하며 만들어 내는 다양한 모습의 좌파담론을 차례로 점검한 후, '제3의 길'을 비판하고 보완하는 의미에서 낡은 사회민주주의와 제3의 길 사이에 존재하는 '2½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와 같은 사상적 줄기를 가지고 각 장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씌어졌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먼저 제1장 '자본주의의 회귀'에서는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업과 빈곤의 문제를 설명하고, 세계화 담론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자유주의가 프랑스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일국에 대한 세계적 규정성을 설파하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다.
제2장 '자본주의로부터의 네 가지 출구'는 이 척박한 현실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 행위자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몸부림을 예시하고 그 의미를 진단하고 있다. 그의 표현이 상징적으로 말해 주듯 이 몸부림은 '과거 지향적' '미래 지향적' '지배계급 중심적' '피지배계급 중심적'이라는 네 가지 상이한 지향성을 지니고 각축하고 있다.
제3장 '새로운 사회운동들'은 이러한 몸부림을 관통하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다양한 형태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면서 이를 통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맹목적 합리화나 칭찬보다는 새로운 사회운동 속에 존재하는 취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제4장 '사회적 좌파와 극좌파'는 이처럼 사회운동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좌파정치세력이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투렌은 최근 출현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운동에 대해 프랑스 좌파정치세력의 전통적 구분인 '공화주의적 좌파(현재 사회당 중심의 좌파)'나 '극좌파(공산당 중심의 좌파)'와 구분되는 '사회적 좌파'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여기에 새로운 희망을 부여하고 있다.
제5장 '두 개의 정치적 대안-제3의 길과 2½의 정치'는 이 논의를 좀더 확대시켜 현재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제3의 길' 논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새로운 사회운동과 국가의 사회 연대적 정책의 복원을 핵심 기조로 하는 이른바 '2½의 정치'를 제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제3의 길이 중도우파로 정의될 수 있다면, 2½의 길은 중도좌파를' 의미하고, 이것은 생산과 분배를 동시에 고심하는 좌파정치로 정의할 수 있다.
투렌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현재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안은 공화주의적 길도, 극좌파의 길도, 더욱이 어설픈 재3의 길도 아니며, 새로운 사회운동이 발현하고 자발성이 계획과 조화를 이루는 '2½의 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