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젊음, 30대의 아름다움은 모두 잊어라! 여자의 진짜 인생은 마흔 이후에 시작된다.”
시간과 나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어 일과 인생, 사랑을 장악하기 위한 여성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줄
프리 에이징(free-aging) 심리 전략
많은 사람들이 젊음의 시기가 지나면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수명도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 오히려 젊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지기도 하고,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기쁨을 경험하기도 하며, 인생 후반에 들어 생애 최고의 걸작을 완성하기도 한다. 소설가 박완서는 마흔 살에 등단했고 발레리나 강수진은 마흔의 줄리엣으로 무대에 올라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마더 테레사는 마흔 하나에 혼자 힘으로 ‘자비의 선교회’를 열어 전 세계에 사랑을 전했고 코코 샤넬은 일흔하나에 장식끈을 단 트위드 수트로 패션계의 여왕이 되었다. 이들 모두 시간 앞에 무력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되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녀들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롤 모델이자 나이가 들었다고 꿈조차 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었다.
이처럼 시간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이고 창조적으로 움직인 여성들을 통해 ‘시간=여자의 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책이 출간되었다. 『시간을 정복한 여왕들(김영사刊)』은 여성들이 마주한 사회적, 심리적 현실을 어루만지면서 나이 들수록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한 차원 높은 자기발견법을 제시한다. 여기서 ‘여왕’은 젊은 여성들과 대비되는 의미로 깊고 풍부한 원숙함을 가진 중년 여성을 뜻한다. 시간의 흐름에 맞게 나이 먹되, 나이에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펼쳐가는 존재가 바로 여왕인 것이다. 관용과 조정, 여유로움으로 사람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모이게 하는 여왕은 일과 인생, 사랑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
20여 년 동안 뉴욕 출판계에서 일하며 수십 종의 베스트셀러와 권위 있는 책들을 출판한 저자 해리엇 루빈은 자신이 나이 들어가며 겪는 심리적 변화들을 관찰하며 중년 여성이 가진 영향력과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했다. 이를 통해 그리스 신화의 여신들부터 16세기 초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영국을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발전시킨 엘리자베스 여왕, 오십이 넘어 뜨거운 창작열을 불태운 시인 에밀리 디킨슨, 일흔이 넘은 나이로 병석에 누워 있어도 언제나 머릿속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했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화가 조지아 오키프, 주부의 가사노동을 사업으로 전환시킨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까지. 인류 역사상 시공간을 초월해 시간과 나이로부터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삶을 창조한 여성들을 추적하며 그들의 공통점과 성공의 비결을 찾아냈다. 저자는 ‘시간을 정복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 앞에 의연해지는 법(46쪽),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법(74쪽), 남성성과 여성성을 초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법(94쪽), 품격 있게 세상을 호령하는 법(242쪽) 등을 안내한다. 단순한 행동 제시형의 방법론이 아닌 독자와의 정서적인 교감을 통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여성 자신이 진정 원하는 나이 듦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완성하게 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젊음을 잃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것이다!
“살며 사랑하며 쉼 없이 나이 들어가는 여자들이여! 지나간 인생을 추억하며 눈물짓는 대신 삶의 강렬한 기쁨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라!”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프린세스 마법의 주문』 등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2030 여성들의 성향을 반영한 ‘생존 요령형’과 『서른 아홉 그녀 이력서를 쓰다』『여자 나이 50』 등 마흔, 오십 등 특정한 나이를 기점으로 삶을 나누어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 이야기하는 ‘변화준비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격렬한 메시지로 독자들을 자극하거나 삶을 단편적으로 분할해 삶의 외연에만 집중한다. 삶을 진지하고 균형감 있게 바라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남보다 성공해야 하고, 점점 나이 들어가니 더 늙기 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전적인 성장과 지속적인 변화를 생각하는 것은 관심 밖에 있었다.
『시간을 정복한 여왕들』은 어느 한 순간 성공을 거머쥔 여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나이인 마흔 살이 넘어 일과 삶에서 자신을 새롭게 탄생시킨 여성들을 통해 삶과 시간에 대한 철학을 제시한다. 사회적인 성공은 물론 인생을 풍성하고 자신감 넘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시간과 싸워 나이 드는 것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더할수록 자기다움을 완성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여성은 나이 먹을수록 군림하지 않고도 세상을 지배할 수 있고(112쪽) 한 번의 깊은 미소로 갈등과 전쟁을 잠재울 수 있으며(186쪽) 한없이 자비로운 모습을 드러내지만 결정적인 순간 맹수로 돌변해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214쪽). 이것이 바로 젊은 여성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중년 여성이 가진 놀라운 힘이다.
캐서린 그레이엄은 남편에게 정신적 학대를 당하던 연약한 주부 신세에서 벗어나 워싱턴 포스트 신문사의 발행인으로 재탄생했다. 워싱턴 포스트를 전 세계의 주도적인 뉴스 공급 신문으로 만들고 워터게이트사건을 취재·보도하도록 함으로써 워싱턴 포스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켰다. 또한 자신의 멘토인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의 분신 같은 존재에서 벗어나 스스로 동물행동학의 창시자로 재탄생한 영국의 인류학자 제인 구달, 예순 살에 미국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외고집 메들린 올브라이트, 사십 대 후반에 전업 작가로 글쓰기를 시작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 등 수많은 여성들이 인생 후반기라 불리는 중년의 나이에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저자가 강조하는 점도 바로 이것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나이 앞에 스러져가기보다 자신의 삶을 뜨겁게 개척했다고 전하며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을 현명하게 다룰 것.’ 이것이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경험과 수많은 여성 리더 탐구를 바탕으로 파워풀한 삶의 주인공으로 태어나는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방법과 과정들을 통해 젊음조차 부러워하는 현명함과 기품, 강인한 정신력과 매력적인 지성으로 세상을 압도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