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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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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 김영사 | 2012년 03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44건 | 판매지수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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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94쪽 | 495g | 153*224*20mm
ISBN13 9788934956402
ISBN10 8934956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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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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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말의 전각가 등석여의 인보를 뒤적이는데 ‘심한신왕’이란 네 글자를 새긴 것이 보인다. 마음이 한가하니 정신의 활동이 오히려 왕성해진다는 말이다. 묘한 맛이 있다. … 관건은 몸을 어디 두느냐가 아니라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마음이 넉넉해 몸도 따라 넉넉해야지, 몸은 한가한데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 지경이 되면 안 된다.
일 없는 사람이 마음만 바쁘면 공연한 일을 벌인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정신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건강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까? 나는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인가? 몸만 한가롭고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 사람인가? 그도 아니면 몸이 하도 바빠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인가? --- 「심한신왕 - 마음이 한가하면 정신이 활발하다」 중에서

도답자란 사람이 있었다. 3년간 질그릇을 구워 팔았다. 명예는 없이 재산만 세 배나 불었다. 그의 아내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남편에게 여러 차례 그러지 말라고 간했다. 도답자는 들은 체도 않고 부의 축적에만 몰두했다. 5년이 지나 그가 엄청나게 치부해서 백 대의 수레를 이끌고 돌아왔다. 집안사람들이 소를 잡고 그의 금의환향을 축하했다. 도답자의 아내가 아이를 안고서 울었다. 시어머니는 이 기쁜 날 재수 없이 운다며 그녀를 크게 나무랐다.
그녀가 대답했다. “남산의 검은 표범은 안개비가 7일간 내려도 먹이를 찾아 산을 내려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털을 기름지게 해서 무늬를 이루기 위해, 숨어서 해를 멀리하려는 것이지요. 저 개나 돼지를 보십시오.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제 몸을 살찌우지만, 앉아서 잡아먹히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나라가 가난한데 집은 부유하니 이것은 재앙의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어린 아들과 함께 떠나렵니다.” 시어머니가 화가 나서 그녀를 내쫓았다. 1년이 못되어 도답자는 도둑질한 죄로 죽임을 당했다.
어린 표범은 자라면서 어느 순간 짙고 기름진 무늬로 문득 변한다. 그 변화가 참으로 눈부시다. 『주역』에도 '군자표변'이라고 했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이다. 부스스 얼룩덜룩하던 털이 내면이 충실해지면서 어느 순간 빛나는 무늬로 바뀐다. --- 「남산현표 - 배고픔을 견뎌야 무늬가 박힌다」 중에서

『한비자』의 「해로」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들이 산 코끼리를 보기 힘들게 되자 죽은 코끼리의 뼈를 구해, 그림을 그려 산 모습을 떠올려 보곤 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뜻으로 생각하는 것을 모두 '상'이라 말한다.”
남은 뼈만 보고 이 괴상한 어금니 주인공의 생김새를 떠올린 그림은 얼마나 가관이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상상의 어원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 성인이 『주역』을 지을 때 코끼리 상 자를 취해 괘의 모양을 설명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 비유의 숲인 괘상은 말하자면 뼈만 남은 코끼리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상에 현혹되지 말라. 이미지를 유추해서 본질에 도달하라. 바야흐로 지금은 상상력이 경쟁력인 시대다. --- 「견골상상 - 이미지를 유추해서 본질에 도달하라」 중에서

세상은 캄캄한 어둠 속인데, 불의한 세력이 그 틈을 타고 횡행한다. 마음 맑은 사람은 변방으로 쫓겨나 하늘 끝 절벽 아래서 조그맣고 창백한 달빛을 보며 새벽을 기다린다.
수락석출! 초가을에는 안 보이던 바위가 제 생긴 대로의 몰골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소동파야 적벽강의 달라진 경물을 묘사하자는 뜻이었지만, 후대에는 흑막이 걷혀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는 의미로 쓴다. 추운 시절이 왔다. 물길이 넉넉할 때는 다 품어 안아 가려졌던 실상이 하나 둘 드러난다. 저기 저런 게 숨어 있었구나. 하마터면 배 밑창에 구멍을 낼 뻔 했다. 섬짓하다. 잠깐 만에 저렇듯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보기에 민망하다. 기실 산도 물도 바위도 원래 변한 것이 없다. 내 눈이 이리저리 현혹된 것일 뿐. --- 「수락석출 - 물이 줄자 바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중에서

까마귀의 암수 구분이 어렵다는 구실로 사람들은 제멋대로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우겨, 기리고 헐뜯음을 뒤집어 놓는다. 이덕무도 「우음」에서 같은 뜻을 담았다.

세간의 옳음과 그름이란 것
까마귀의 암수처럼 분간 어렵네.

다들 저밖에 적임자가 없다고 하고 자기만이 해낼 수 있다고 하나, 과연 누가 실상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선거 때만 되면 검증할 수도 없는 의혹이 난무하고,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다. 정책 대결은 간 데 없고, 흥신소 수준의 의혹 부풀리기만 횡행한다. 봐 주기가 민망하다. 그 틈에 훼예를 헝클고, 시비를 뒤집어 보자는 속셈이다.
--- 「자웅난변 - 까마귀의 암수는 분간하기 어렵다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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