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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리뷰 총점8.3 리뷰 9건 | 판매지수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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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설 top100 40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612g | 128*188*35mm
ISBN13 9788957076484
ISBN10 89570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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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한국어판 서문 : 글쓰기의 반역
제1장 『하늘의 아이』
제2장 『옛길』, 『죄인록』
제3장 『하늘의 아이』, 『옛길』
제4장 『죄인록』
제5장 『옛길』, 『죄인록』, 『하늘의 아이』
제6장 『죄인록』
제7장 『옛길』, 『하늘의 아이』
제8장 『옛길』, 『하늘의 아이』, 『죄인록』
제9장 『하늘의 아이』, 『옛길』
제10장 『하늘의 아이』
제11장 『하늘의 아이』, 『옛길』
제12장 『옛길』
제13장 『하늘의 아이』
제14장 『옛길』
제15장 『하늘의 아이』
제16장 『시시포스의 신화』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문현선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와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2012년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이화중국번역문화공간에서 중국어권 도서를 기획 및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 『사랑을 담는 지갑』, 『인의 경영』, 『경화연』(전2권)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이가 손에 닿는 대로 몇 권을 집어 들었다. 『외침』, 『파우스트』, 『파리의 노트르담』에 불을 붙였다. 이어서 『정신현상학』에 불을 붙였다. 『신곡』, 『요재지이』에도 불을 붙였다. 여러 권을 불태운 아이가 발자크의 소설에 불을 붙이려다가 다시 책 더미로 던져 넣었다. 톨스토이의 소설을 태우려다 책 더미로 다시 던졌다. 『죄와 벌』도 던져 넣은 뒤 두 청년에게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머지는 내 처소로 옮겨놔. 겨울에 불쏘시개로 쓰면 딱 좋겠어.”
책을 한 뭉치 옮길 때마다 아이가 중간에서 한 권씩 뽑으며 목청을 높여 물었다.
“이 책은 누구 거지? 자, 우리 99구에서 무당 600근을 달성하겠다는 게 많은 건가?”
또 한 권을 뽑아들고 물었다.
“600근이라고 책정한 게 높으냐고?”
이번에는 두꺼운 표지의 양장본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은 반동 중에서도 반동이군. 무당 밀 600근을 생산할 수 있겠냐고?”
정오 무렵이 되자 아이는 책을 전부 들었다 놓았고 질문도 끝냈다. 사람들이 모두들 기계를 들고 밭으로 나가 씨를 뿌렸다. ---『하늘의 아이』 pp.36-37

위신구는 당시 감옥의 옥사와 분포도에 따라 일망무제의 황허 옛길에 본부와 지부를 설치했다. 그런데 각 지부와 토지는 1000무가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만 무가량 되는 곳도 있고, 죄인이 총 1만 8700여 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만 3300여 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화가 필요한 죄인이 총 몇 명이고 토지가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대략 2만 명이라고 추산되는 교화 대상자들은 90퍼센트가 교수, 학자, 교사, 작가 및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10퍼센트는 정부 지도층과 고위 관료였다. 우리 제99구의 경우 총 127명에 95퍼센트가 지식인이었다.
99구는 본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변경의, 가장 황허에 인접한 곳이었다. 황허 바로 옆이다 보니 도망자를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었다. 거친 황무지를 밟으며 10리, 20리를 가봐야 다른 위신구의 죄수들을 만날 수 있을 뿐, 외부 사람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위신구에서는 도피 혐의가 있는 죄수를 신고하면 1개월, 도망자를 잡으면 3개월의 가족 방문 포상 휴가를 주었다. 도망자 세 명을 잡으면 석방돼 원래 도시와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위신구의 모든 죄수들은 누군가를 고발할 기회를 기다렸다. ---『옛길』pp.45-46

91구에서 돌아온 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녁 식사 때도 이전과 달리 밥그릇을 든 채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과묵해졌겠습니까? 바로 91구의 혁명 공연이 아직도 더 많은 개조가 필요한 그들의 마음과 영혼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며, 바로 여기에서 그들 모두에게 갱신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학자, 그는 강철 제련에 동의했다며 아이가 꽃을 줄 때 그 작은 꽃을 건네받은 뒤 기쁜 표정 대신 비꼬며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고는 아이가 멀어지기도 전에 들고 있던 꽃을 구겨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밟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누구 눈에도 띄지 않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제가 그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습니다. 꽃을 던져버린 뒤부터 저녁 식사 때까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고 그의 사상이 결백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와 늙은 죄수 언어학자와의 아래 대화를 살펴보십시오.
“정말 믿을 수 없군요.” 언어가 오늘 공연에 대해 길게 탄식했습니다.
“미쳤어요! 이 나라가 미쳐가고 있어요.” 학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습니다.
“누군가 상부에 편지를 써서 이런 행위를 막아야 합니다.”
그러자 학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습니다. “제가 쓸 테니 서명하시겠어요?”
늙은 죄수는 국가언어연구소의 옛 소장으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사전과 자전의 편찬을 주도했던 인물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언어를 멀리했습니다. 의견을 묻는 학자의 눈길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식사 때 학자와 언어학자는 더 이상 한 마디도 섞지 않았습니다. ---『죄인록』 pp.99-100

시시포스가 그렇게 불안에 휩싸인 채 매일 아침마다 정상에서 바위를 힘껏 밀어 내리면 거대한 바위는 황혼 무렵 다시 저절로 굴러 올라갔다. 하루하루 긴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더 이상 머리가 깨질 듯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다시 힘껏 밀어 내리는 끝없는 순환과 반복에 적응하고 반대의 징벌을 성실하고 불평 없이 행하게 되었다. 그러자 형벌이 그의 육체와 영혼에 녹아들고 어우러졌다. 상호 간의 적응은 죄와 벌이 가진 힘과 냉혹함, 황당함, 그리고 죽음까지, 또 기름 떨어진 등불 같은 적막과 절망까지 변화시켰다. 그러다 지난번 길에서 아이를 만났던 것처럼 시시포스는 바위를 산꼭대기에서 밀어 내리던 어느 날, 허리를 굽힌 채 힘을 주다가 시선을 바위 꼭대기 저편으로 옮겼고 산 밑의 초목과 집, 마을, 밥 짓는 연기와 어느 사원 입구에서 노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그는 신의 형벌 너머로 산 아래 사원과 속세의 밥 짓는 연기를 보았다.
그는 사원과 속세의 밥 짓는 연기가 담긴 풍광을 사랑하게 되었다.
---『시시포스의 신화』 pp.535-536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중국 내 모든 출판사로부터 거부당하고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팔린 비운의 걸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딩씨 마을의 꿈』 『나와 아버지』
옌롄커의 최신 장편소설!
“잊혀버린 역사 그리고 죽었거나 살아 있는 수많은 지식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옌롄커)

중국 내 발행 및 판매, 게재, 비평, 홍보의 전면 금지. 21세기 중국판 금서(禁書)
옌롄커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베트남,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페인, 일본, 스웨덴, 대만,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20여 개국에 작품이 번역되었으며 사회와 불화하며 억압받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적극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가다. 마오쩌둥의 사상과 중국의 혁명 전통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문예지 게재 즉시 중앙 정부에 의해 전량 수거당하고 발행과 판매, 게재와 비평, 홍보의 전면 금지, 소위 5금(禁) 조치를 당한 화제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통해 중국문학의 거장 옌롄커의 작품 세계가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된 이후 4년이 지났다. 2012년 봄, 옌롄커의 최신 장편소설 『사서(四書)』가 드디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 역시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있었던 정부의 지식인 탄압을 다루는 체제 비판적 내용으로 인해 2011년 탈고 이후 자국 내 모든 출판사로부터 거부당하고 일본, 대문, 홍콩,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해외 수십여 개국에 비평가와 에이전트들의 극찬을 받으며 판권이 수출된 비운의 작품으로 이번 자음과모음에서 출간하는 한국어판은 『사서』의 첫 외국어판이기도 하다.

작가 옌롄커조차도 ‘서랍 속 원고’가 될 것을 예감하면서도 결국 쓸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이 장편소설의 무엇이 왜 그를 금지된 작가로 만들었는가? “중국에는 인민을 해방시킨 진짜 혁명도 있었지만 문화대혁명처럼 미친 혁명도 있었다. 문학은 이런 잘못된 혁명에 대해선 질문하고 해체하고 비판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는 그의 이번 작품에는 ‘문화’를 개조한다는 명목하에 국가가 자행한 다양한 형태의 비극과 그로 인해 밑바닥까지 훼손당한 인간성의 절규로 가득 차 있다. 옌롄커의 문학 세계는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린 채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사회비판적인 시선 속에 그대로 드러내되, 다채로운 상징과 비유 속에 그러한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서사를 펼쳐보인다. 이러한 그의 문학은 중국 당대문학이 결여하고 있는 현실적 비극에 대한 참회의식을 구현해내면서 오늘의 중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문화대혁명이 말살해버린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어느 지식인의 처절한 글쓰기
문화대혁명 당시 황허 강변의 황량한 땅에 자리 잡은 강제노동수용소 99구가 배경이다. 이곳은 종교인, 교수, 예술가, 작가, 과학자 등 전국의 지식인들 중에서 ‘사상이 불충하다’는 중앙 정부의 판단하에 건전한 육체 노동을 통해 당에 충성을 배우고 사상을 개선하도록 보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99구의 감독은 아직 사춘기 티를 채 벗지 못한 공산당원 ‘아이’다. ‘아이’는 99구 죄인들을 서로 감시하고 밀고하기 위해 ‘홍화오성제’라는 제도를 도입한다. 99구 죄인들끼리 서로 감시하여 당에 불충한 행동을 했거나 금서를 지니고 있거나 그러한 글을 쓰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아이’에게 밀고할 경우 붉은 종이꽃을 1송이씩 주는 제도다. 그 꽃을 125송이 모으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증거”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 이후 ‘작가’는 종이꽃을 받기 위해 자진해서 『죄인록』이라는 밀고서를 쓰는 한편 ‘아이’에게 『죄인록』을 쓰라고 받은 종이와 잉크를 일부 빼돌려 남몰래 자신의 최대 걸작 『옛길』을 쓰기 시작하는데……

옌롄커는 이 작품 안에서 말 그대로 사서, 즉 네 권의 책(『죄인록』 『옛길』 『하늘의 아이』 『시시포스의 신화』)을 액자 소설처럼 배치하여 각기 다른 등장인물과 각기 다른 글쓰기 장르를 넘나들며 서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미완의 장편소설, 일부 삭제된 정부 보고서, 미완의 철학 연구서 그리고 신화적 상징을 내포한 한 편의 장편소설을 겹쳐가며 문화대혁명 시기에 부정되었던 지식인의 존재 가치가 어떠했는지,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반문하고 파헤쳤다. 이 작품은 ‘문화’를 혁명한다는 이름으로 국가 차원에서 금지당하고 부정당했던 인민들의 기억과 기록을 문학적 언어로 복원하고 그들을 대신해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작가의 노력과 믿음, 야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걸작이다.

| 『사서』 한국어판 저자 서문 중에서
저는 늘 제가 처한 ‘환경’에 맞는 출판이 아니라 제 ‘현실’을 반영하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소망해왔습니다. 그리고 『사서』는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음으로써 모든 구애에서 벗어나려 했던 제 도전의 산물입니다.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아 자유롭다는 말은 잡다한 내용을 적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글을 쓸 때 정말로, 철저하게 어휘와 서술에서 자유로워져 새로운 서술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서술 질서’ 속에서 저는 필묵과 출판의 노예가 아닌 글쓰기의 황제가 됩니다. 저는 그렇게 ‘중국식 글쓰기’의 황제이자 반역자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을 마치자 예상했던 대로 이전 저작과는 완전히 다른 찬사를 받는 동시에 이전 저작보다 더 강하고 빈번하게 거부를 당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사서』 원고를 스무 곳도 넘는 중국 출판사의 동료들, 책임자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나왔습니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단호하게 거부했지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렸습니다. 글을 쓰기 전부터 또 다른 ‘서랍 문학’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해졌습니다. 아무런 원망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제가 편집자자라도 이 변절적 성향의 소설을 거절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중국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중국식 현실일 것입니다. (옌롄커)

회원리뷰 (9건) 리뷰 총점8.3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사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t******8 | 2022.10.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옌롄커를 처음 읽은 책이자, 중국 문학의 편견을 깨준 작품 중 하나. 중국 근현대의 가장 큰 사건을 외피로 삼아 전개되는 이야기다. 문체가 세련되고 전개는 긴박하다. 페이지를 거의 다 넘어갈 때 탄식이 이어지곤 한다. 지난한 현실속에서 문학은 어떻게 버티는가. 이 책을 토대로 옌롄커의 세계로 빠지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론 이 책으로 옌롄커의 팬이 되어 최근 방한때 직접;
리뷰제목
옌롄커를 처음 읽은 책이자, 중국 문학의 편견을 깨준 작품 중 하나. 중국 근현대의 가장 큰 사건을 외피로 삼아 전개되는 이야기다. 문체가 세련되고 전개는 긴박하다. 페이지를 거의 다 넘어갈 때 탄식이 이어지곤 한다. 지난한 현실속에서 문학은 어떻게 버티는가. 이 책을 토대로 옌롄커의 세계로 빠지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론 이 책으로 옌롄커의 팬이 되어 최근 방한때 직접 찾아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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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경직된 사상이 무오류의 인간이라는 스피커로 전파될 때의 필연적인 비극... 옌롄커, 사서(四書)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0.04.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소설에 등장하는 사서四書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 아니라 『하늘의 아이』, 『옛길』, 『죄인록』, 『시시포스의 신화』이다. 이중 『옛길』과 『죄인록』은 ‘작가’라고 불리우는 이가 작성한 것으로 『죄인록』은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일종의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자질하기 위한 공식 문서이고, 『옛길』은 같은 ‘작가’가 공식 문서를 작성하고 남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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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 등장하는 사서四書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 아니라 『하늘의 아이』, 『옛길』, 『죄인록』, 『시시포스의 신화』이다. 이중 『옛길』과 『죄인록』은 ‘작가’라고 불리우는 이가 작성한 것으로 『죄인록』은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일종의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자질하기 위한 공식 문서이고, 『옛길』은 같은 ‘작가’가 공식 문서를 작성하고 남은 시간에 도구를 이용해 작성한 비공식 문서이다.


  “산의 한편에서 시시포스는 서양의 시시포스였다. 
  산의 다른 한편에서 시시포스는 동양의 시시포스였다.” (p.533)


  그런가하면 『하늘의 아이』는 구술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작자미상에 가깝고, 『시시포스의 신화』는 ‘작가’와 같은 수용소에 있었던 ‘학자’의 출판되지 못한 원고인데, 이러한 사실 또한 ‘작가’의 글을 통해 확인된다. 소설은 이러한 사서四書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설 전체가 사서四書(우리가 알고 있는 사서가 아니라 작가가 ‘작가’의 글을 통해 만들어낸)라고 할 수 있다.


  “상부에서 내게 『죄인록』을 쓰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99구 동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기록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조속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어떤 단락은 서랍에 남기고 어떤 단락은 제출했다. 제출한 것은 교화로 인한 공적이자 충성심의 발현이었고, 남긴 것은 교화 과정이 끝난 뒤 쓸 소설의 소재이자 기록이었다. 나는 작가의 생명과 그의 작품 생명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판가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난 글을 쓸 수 있었다...” (pp.49~50)


  소설은 ‘작가’를 비롯해 ‘종교’, ‘학자’, ‘음악’, ‘실험’ 등 이름이 아닌 일종의 직업군 분류로 불리우는 인물을 통해 진행된다. 이들은 지식인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지만, 현재는 ‘아이’의 지도 하에 정해진 책들만 읽을 수 있고 목표 완수를 위한 노동에 매진하는 것으로 일상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곳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 사상개조운동을 목적으로 지식인들이 내려간 농촌의 노동교화소일 것이고 ‘아이’는 극좌 사상으로 무장한 홍위병의 일원인 청년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 작은 꽃 다섯 송이를 중간 꽃 한 송이로 바꾸고, 중 꽃 다섯 송이를 큰 별 하나로 바꿔 별 다섯 개를 모으면 위신구를 더나 자유의 몸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다. 별 다섯 개를 모으려면 중간 꽃 스물다섯 송이나 작은 꽃 125송이를 모아야만 했다...” (pp.125~126)


  소설은 문화대혁명 그리고 그 이전의 대약진운동 시기를 다루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대약진운동 시기의(1958년부터 1962년) 무리한 증산 운동과 그로인한 대기근(4000만 명의 아사자를 발생시킨)이 있고, 이러한 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격으로 마오쩌뚱이 취한 문화대혁명이(1966년부터 1976년) 있었지만 소설은 이를 하나의 시기에 포개놓았다. 무수한 인민의 죽음을 담보로 진행되었던 두 개의 거대한 시행착오가 원인과 결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강철 제련은 전국이 떠들썩했던 일입니다. 거국적 운동이었지요. 모두들 강철을 만든다면서 산과 강변, 마을 입구의 나무란 나무는 전부 베었습니다. 나무를 전부 베어냈으니 홍수가 나지 않을 수 없고 가뭄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홍수와 가뭄이 겹쳤으니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지금 1인당 식량을 매일 두 냥씩 받고 있지만 올겨울이면 그 두냥도 끝날 겁니다. 우리가 죽든 살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겁니다...” (p.369)


  마오쩌뚱의 오류로 가득한 두 사건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니만큼 《사서四書》는 자국의 출판사에서는 출판을 거부당하였다. (극좌가 되었든 극우가 되었든) 어느 한 쪽으로 심하게 경도된 사상이 갖게 되는 경직성, 그 경직성이 무오류의 인간이라고 칭해지는 슈퍼스타의 스피커를 통해 전파될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비극을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 그 소설이 별 수 없이 철저한 은유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데에 또 다른 아이러니가 있다.


옌롄커 閻連科 / 문현선 역 / 사서 (四書) / 자음과모음 / 538쪽 / 20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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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혁명이었던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쎄******t | 2014.06.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사서(四書)』 옌렌커 / 자음과모음     옌롄커(閻連科)에 대해   옌롄커는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학과를 거쳐 1989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지금까지 11편의 장편소설과 8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비롯한 다수의 수필과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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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四書)옌렌커 / 자음과모음

 

 

옌롄커(閻連科)에 대해

 

옌롄커는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학과를 거쳐 1989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지금까지 11편의 장편소설과 8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비롯한 다수의 수필과 산문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즐거움(受活), 풍아송(風雅頌), ,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등이 있다.

 

작가의 주요 작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간 즉시 당국으로부터 판금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된 일화로 유명하다. 2005년 봄 광저우의 문예지 화청 花城에 게재된 이 작품은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 되자마자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강압적인 탄압이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자국 내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몰래 돌려보는 금서로, 국외로는 미국과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소개되었다.

 

1, 2회 루쉰 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 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국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옌롄커는 중국작가협회 위원, 북경시 작가협회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 사서(四書)는 옌롄커가 2011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이루어진 지식인 탄압을 다루는 비판적인 내용으로 인해 중앙 정부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자국 내 출간 금지를 당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늘의 아이

 

소설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시대적 상황과 배경이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이다. 중국의 문혁은 아직도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대단히 실패한 혁명이라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 이유는 혁명이라는 기치아래 인본을 저버린 행위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를, 학생이 교사나 교수를, 새파랗게 젊은 아이들이 마을에서 공경 받던 어른들을 무참하게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소설에서 작가는 좀 다른 시각으로 문혁을 그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문화혁명이 필요했다면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바람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울리지도 않는 모자와 완장에 총이나 몽둥이를 든 붉은 아이들이 아닌 하늘의 아이가 중심에 있다. 왜 하늘의 아이인가 

 

 

대지와 발이, 돌아왔다. 가을이 지난 뒤 한없이 황량한 들녘, 아무것도 없이 평평하게 펼쳐진 대지 위로 사람들이 아득하니 작았다. 검은 점 하나가 점점 커졌다. 위신구에 처음으로 집이 들어섰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지와 발이, 돌아왔다.’는 표현이 참 좋다. ‘땅이 발을 받쳐 들고 돌아왔다.’라는 표현이 이어진다. 이 작가의 장점이다. 어둠의 묘사조차도 매우 서정적이다. 특징적인 것은 소설 행간에 성경이 들어있다. ‘하늘의 아이도 결국 성경에서 따온 것이다. 결말을 보니 더욱 그렇다.

 

아이가 돌아 올 때 땅이 그의 발을 받쳐주었다. 위신구의 문이, 허공이 열렸다. 그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두 나왔다. 물 사이에 공기가 있어야겠다. 신이 말했다. 그리고 물을 위와 아래로 갈랐다. 공기를 만든 다음 공기 아래에 있는 물과 공기위에 있는 물로 나누었다. 그렇게 이루어졌다. 위쪽의 공기는 하늘이 되고 아래쪽 공기는 땅이 되었다. 땅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받쳤다.”

 

 

밀과 철 그리고 위신구

 

밀은 사람이 살기 위해 절실한 식량이다. 그러나 철은 그렇지 않다. 먹고 사는 것과 관계없다. 죽고 사는 것에 관여한다. 수비용이 아닌 공격용이다. 중국 상부의 상부는 문화대혁명 기간의 키워드이기도 한 교화를 위해 황허 기슭에 분산된 사람과 땅, 작물을 위신구라 정했다. 상부에서, 교육하고 처벌하기 편리하도록 구역 내의 사람과 땅에 번호를 매기라고 했다. 하늘은 땅을 다스리고 땅은 사람을 다스렸다. 소설의 무대 주소는 그 마지막인 99구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원래 교수였든, 간부였든, 학자였든, 교사였든, 화가였든, 지식이 많든, 재능이 풍부하든 모두 그곳에서 노동을 통해 교육받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야 했다. 그래서 상부는 그들을 밤낮으로 일하게 하고 교육하고 개조했다.

 

밀과 철의 양산을 위해서 그야말로 목숨을 걸게 된다. 아이는 상부의 상부에 상부로 전할 양을 늘리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다행히 그리 폭력적이지는 않다. 단지 겁을 주고 그들이 목표량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만큼 상을 주겠다고 독려한다. 당근과 채찍을 잘 운영하는 편이다.

 

아이는 사람들이 위신구에 올 때 짐 보따리 속이나 가슴에 품고 왔던 책들을 점검한다. 당연히 당에서 인정하는 책 이외엔 모두 압수다. 거의 모든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무리 중에 이 소설의 화자이기도 하면서 내려다보이는 사람이기도 하는 작가가 있다. 그에게는 아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육체적 노동)과 다른 임무가 부여된다. “당신은 책을 쓸 수 있다. 생각과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어. 상부에서 죄인록이라고 책 제목도 미리 정해주었다. 한 번 분량은 원고지 50매고, 50매가 완성되면 제출한 다음 다시 50매를 받아 가라고 했다. 이 책을 써야만 성도로 돌아가 가족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당신 책이 출판 될 수 있다더군. 당신을 도성으로 보내 전국 저자들을 관리하게도 하고.”

이 소설은 소설 속 작가가 상부의 지시대로 쓴 죄인록의 일부와 나중에 세상이 평정된 후 자신의 책을 내기 위해 썼던 글들이 혼합되어있다.

 

 

다시 옌롄커

 

진짜 작가 옌롄커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글쓰기의 반역자 옌롄커가 스스로 붙인 닉네임이다. 스스로 붙여 놓고도 멋쩍어한다. 워낙 큰 명예라서 부담이 된다고 한다. 루쉰(魯迅)의 소설 속 Q’에게 자오()성을 사용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그 영광스러운 호칭이 자신에게 걸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이 표현(글쓰기의 반역자)사서의 한국어판 서문에 쓰게 된 것은 중국식 문학에 위배되는 문장이 사서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옌롄커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는 출판이 아니라 제 현실을 반영하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소망했다고 한다. 사서원고를 메울 때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중국 내 출판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출판을 생각하면 글다운 글을 쓸 수 없어서 아예 마음을 비우고 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막상 쓰고 나니 출판을 하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하여 이곳저곳에 원고를 보여주니 예상했던 대로 완곡하거나 단호한 거부뿐이었다. 여전히 중국 내에선 서랍문학으로 분류되는 사서. 이 책은 수많은 외국어 번역본 가운데 가장 먼저 출판된 번역본이라고 한다.

 

 

위신구 99

 

맨 땅에 헤딩 정도가 아니라 맨 땅에서 밀을 뽑아내고 강철도 만들어 내야한다. 그러니 그들의 생활은 궁핍을 지나 피폐한 나날이 이어진다. 급기야 생산량이 턱도 없이 부족해지자 상부에선 식량을 줄이기 시작해 나중엔 아예 공급이 끊긴다. 겨울이 다가오자 더욱 상황이 안 좋아진다. 강철을 만들기 위해 황허 부근에서 흑사를 모아 용광로에 녹이느라 나무가 하나도 안 남았다. 춥다. 서로 몸을 끌어안고 자야 동사를 막을 수 있다. 배고프다. 사람들이 하나 둘 굶고 병들어 죽어간다. 급기야 인육을 먹기 시작한다. 교화 이전에 사느냐 죽느냐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사람들은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위신구 99지역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국적으로 아사자(餓死者)가 늘어난다. 도대체 혁명이 누구를 위한 것이더냐? 무엇을 위한 것이더냐 

 

 

다시 아이, 하늘의 아이

 

아이는 상부, 상부의 상부 또 넘어 상부의 상부의 상부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 무척 애쓴다. 한편 아이의 중요한 자산이기도 한 위신구 주민들을 위해(비록 상부에선 모두 죄인이라고 부르고 있지만)마음을 쓴다. 양 끝에 아슬아슬한 줄을 걸어놓고 줄타기를 한다.

 

아이는 시기적으로는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지역적으로 위신구에선 금서(禁書)에 속하는 성경에 유난히 관심을 쏟는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 특히 압수한 책들 중 삽화가 들어있는 성경책에 애착을 많이 갖는다. 마리아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고, 예수가 아이들에게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전해주는 삽화에도 오랜 시간 시선을 머문다. 그리고 아이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상부를 향해 쏟던 에너지를 그와 함께 여러 해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위신구 주민들에게 애정을 쏟는다.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다. 성경에 애착을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가긴 했었으나. 아이가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이 장면은 일부나마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 “모두들 하얀 구름이 천사의 형상으로 변해 멀리서 이쪽 하늘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천사의 구름과 자주색 구름 아래 밝고 맑으며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을 보았다. 연자주색 환한 하늘 아래 아이의 숙사 앞, 99구 대문 안에 커다란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깊게 판 땅에 십자가 아랫부분이 단단하게 박혔다. 그리고 아이의 수백 송이 꽃과 상장이 전부 십자가 아래에 널려 있었다.” 이어지는 글은 아이가 어떻게 혼자서 십자가에 못 박혀 걸렸느냐이다. 다소 믿기 힘든 상황이지만, 어쨌든 스스로 못 박았다. 왜 그랬을까?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아이가 마지막으로 눈을 뜨고 최후의 말을 했다.

내가 나를 여기에 못 박은 것이다. 당신들은 떠나라. 한 사람당 식량 주머니 하나와 붉은 별 하나씩을 가지고 내 아래를 지나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아이는 어떻게 식량을 구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몇 달 동안 아니 한참 동안 식량 구경도 못했었다. 어제 상부(도성)에 다녀온 아이가 어찌어찌 구해 왔나보다. 그리고 붉은 별은 통행증이다. 이것이 있어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갈 수 있다.

 

소설 속 작가의 입을 빌어 시시포스의 신화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신이 시시포스에게 내린 벌은 하늘이 대지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준 것과 같다고 한다. 시간은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간다. 더러는 시간이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뒤로 물러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한정 되풀이 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의 순환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시시포스의 형벌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비관적인가?

 

소설 속 아이의 존재를 통해 옌롄커는 중국이라는 땅을 이끌어갈 정신적 지도자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인류애를 지닌 사람이길 바라고 있었던 듯하다. 그 땅, 그 시기에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이 땅, 이 시기에도 절실히 기원하는 존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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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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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옌롄커의 최고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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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8 | 2022.10.20
구매 평점5점
유토피아적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중국의 혁명이 한계에 봉착했을 때 생긴 부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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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트**트 | 2022.09.04
평점4점
기대하며 구매,소감은 읽고 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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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9 | 201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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