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04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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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44쪽 | 612g | 128*188*35mm |
ISBN13 | 9788957076484 |
ISBN10 | 8957076484 |
발행일 | 2012년 04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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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44쪽 | 612g | 128*188*35mm |
ISBN13 | 9788957076484 |
ISBN10 | 8957076484 |
-한국어판 서문 : 글쓰기의 반역 제1장 『하늘의 아이』 제2장 『옛길』, 『죄인록』 제3장 『하늘의 아이』, 『옛길』 제4장 『죄인록』 제5장 『옛길』, 『죄인록』, 『하늘의 아이』 제6장 『죄인록』 제7장 『옛길』, 『하늘의 아이』 제8장 『옛길』, 『하늘의 아이』, 『죄인록』 제9장 『하늘의 아이』, 『옛길』 제10장 『하늘의 아이』 제11장 『하늘의 아이』, 『옛길』 제12장 『옛길』 제13장 『하늘의 아이』 제14장 『옛길』 제15장 『하늘의 아이』 제16장 『시시포스의 신화』 |
소설에 등장하는 사서四書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 아니라 『하늘의 아이』, 『옛길』, 『죄인록』, 『시시포스의 신화』이다. 이중 『옛길』과 『죄인록』은 ‘작가’라고 불리우는 이가 작성한 것으로 『죄인록』은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일종의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자질하기 위한 공식 문서이고, 『옛길』은 같은 ‘작가’가 공식 문서를 작성하고 남은 시간에 도구를 이용해 작성한 비공식 문서이다.
“산의 한편에서 시시포스는 서양의 시시포스였다.
산의 다른 한편에서 시시포스는 동양의 시시포스였다.” (p.533)
그런가하면 『하늘의 아이』는 구술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작자미상에 가깝고, 『시시포스의 신화』는 ‘작가’와 같은 수용소에 있었던 ‘학자’의 출판되지 못한 원고인데, 이러한 사실 또한 ‘작가’의 글을 통해 확인된다. 소설은 이러한 사서四書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설 전체가 사서四書(우리가 알고 있는 사서가 아니라 작가가 ‘작가’의 글을 통해 만들어낸)라고 할 수 있다.
“상부에서 내게 『죄인록』을 쓰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99구 동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기록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조속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어떤 단락은 서랍에 남기고 어떤 단락은 제출했다. 제출한 것은 교화로 인한 공적이자 충성심의 발현이었고, 남긴 것은 교화 과정이 끝난 뒤 쓸 소설의 소재이자 기록이었다. 나는 작가의 생명과 그의 작품 생명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판가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난 글을 쓸 수 있었다...” (pp.49~50)
소설은 ‘작가’를 비롯해 ‘종교’, ‘학자’, ‘음악’, ‘실험’ 등 이름이 아닌 일종의 직업군 분류로 불리우는 인물을 통해 진행된다. 이들은 지식인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지만, 현재는 ‘아이’의 지도 하에 정해진 책들만 읽을 수 있고 목표 완수를 위한 노동에 매진하는 것으로 일상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곳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 사상개조운동을 목적으로 지식인들이 내려간 농촌의 노동교화소일 것이고 ‘아이’는 극좌 사상으로 무장한 홍위병의 일원인 청년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 작은 꽃 다섯 송이를 중간 꽃 한 송이로 바꾸고, 중 꽃 다섯 송이를 큰 별 하나로 바꿔 별 다섯 개를 모으면 위신구를 더나 자유의 몸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다. 별 다섯 개를 모으려면 중간 꽃 스물다섯 송이나 작은 꽃 125송이를 모아야만 했다...” (pp.125~126)
소설은 문화대혁명 그리고 그 이전의 대약진운동 시기를 다루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대약진운동 시기의(1958년부터 1962년) 무리한 증산 운동과 그로인한 대기근(4000만 명의 아사자를 발생시킨)이 있고, 이러한 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격으로 마오쩌뚱이 취한 문화대혁명이(1966년부터 1976년) 있었지만 소설은 이를 하나의 시기에 포개놓았다. 무수한 인민의 죽음을 담보로 진행되었던 두 개의 거대한 시행착오가 원인과 결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강철 제련은 전국이 떠들썩했던 일입니다. 거국적 운동이었지요. 모두들 강철을 만든다면서 산과 강변, 마을 입구의 나무란 나무는 전부 베었습니다. 나무를 전부 베어냈으니 홍수가 나지 않을 수 없고 가뭄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홍수와 가뭄이 겹쳤으니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지금 1인당 식량을 매일 두 냥씩 받고 있지만 올겨울이면 그 두냥도 끝날 겁니다. 우리가 죽든 살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겁니다...” (p.369)
마오쩌뚱의 오류로 가득한 두 사건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니만큼 《사서四書》는 자국의 출판사에서는 출판을 거부당하였다. (극좌가 되었든 극우가 되었든) 어느 한 쪽으로 심하게 경도된 사상이 갖게 되는 경직성, 그 경직성이 무오류의 인간이라고 칭해지는 슈퍼스타의 스피커를 통해 전파될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비극을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 그 소설이 별 수 없이 철저한 은유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데에 또 다른 아이러니가 있다.
옌롄커 閻連科 / 문현선 역 / 사서 (四書) / 자음과모음 / 538쪽 / 2012 (2011)
『사서(四書)』 옌렌커 / 자음과모음
옌롄커(閻連科)에 대해
옌롄커는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학과를 거쳐 1989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지금까지 11편의 장편소설과 8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비롯한 다수의 수필과 산문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즐거움(受活)』, 『풍아송(風雅頌)』, ,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 등이 있다.
작가의 주요 작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간 즉시 당국으로부터 판금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된 일화로 유명하다. 2005년 봄 광저우의 문예지 <화청 花城>에 게재된 이 작품은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 되자마자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금(禁)'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강압적인 탄압이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자국 내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몰래 돌려보는 금서로, 국외로는 미국과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소개되었다.
제1, 2회 루쉰 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 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중국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옌롄커는 중국작가협회 위원, 북경시 작가협회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 사서(四書)는 옌롄커가 2011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이루어진 지식인 탄압을 다루는 비판적인 내용으로 인해 중앙 정부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자국 내 출간 금지를 당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늘의 아이」
소설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시대적 상황과 배경이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이다. 중국의 문혁은 아직도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대단히 실패한 혁명이라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 이유는 혁명이라는 기치아래 인본을 저버린 행위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자식이 부모를, 학생이 교사나 교수를, 새파랗게 젊은 아이들이 마을에서 공경 받던 어른들을 무참하게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소설에서 작가는 좀 다른 시각으로 문혁을 그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문화혁명이 필요했다면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바람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울리지도 않는 모자와 완장에 총이나 몽둥이를 든 붉은 아이들이 아닌 ‘하늘의 아이’가 중심에 있다. 왜 하늘의 아이인가
“대지와 발이, 돌아왔다. 가을이 지난 뒤 한없이 황량한 들녘, 아무것도 없이 평평하게 펼쳐진 대지 위로 사람들이 아득하니 작았다. 검은 점 하나가 점점 커졌다. 위신구에 처음으로 집이 들어섰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지와 발이, 돌아왔다.’는 표현이 참 좋다. ‘땅이 발을 받쳐 들고 돌아왔다.’라는 표현이 이어진다. 이 작가의 장점이다. 어둠의 묘사조차도 매우 서정적이다. 특징적인 것은 소설 행간에 성경이 들어있다. ‘하늘의 아이’도 결국 성경에서 따온 것이다. 결말을 보니 더욱 그렇다.
“아이가 돌아 올 때 땅이 그의 발을 받쳐주었다. 위신구의 문이, 허공이 열렸다. 그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두 나왔다. 물 사이에 공기가 있어야겠다. 신이 말했다. 그리고 물을 위와 아래로 갈랐다. 공기를 만든 다음 공기 아래에 있는 물과 공기위에 있는 물로 나누었다. 그렇게 이루어졌다. 위쪽의 공기는 하늘이 되고 아래쪽 공기는 땅이 되었다. 땅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받쳤다.”
밀과 철 그리고 ‘위신구’
밀은 사람이 살기 위해 절실한 식량이다. 그러나 철은 그렇지 않다. 먹고 사는 것과 관계없다. 죽고 사는 것에 관여한다. 수비용이 아닌 공격용이다. 중국 상부의 상부는 문화대혁명 기간의 키워드이기도 한 ‘교화’를 위해 황허 기슭에 분산된 사람과 땅, 작물을 ‘위신구’ 라 정했다. 상부에서, 교육하고 처벌하기 편리하도록 구역 내의 사람과 땅에 번호를 매기라고 했다. 하늘은 땅을 다스리고 땅은 사람을 다스렸다. 소설의 무대 주소는 그 마지막인 99구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원래 교수였든, 간부였든, 학자였든, 교사였든, 화가였든, 지식이 많든, 재능이 풍부하든 모두 그곳에서 노동을 통해 교육받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야 했다. 그래서 상부는 그들을 밤낮으로 일하게 하고 교육하고 개조했다.
밀과 철의 양산을 위해서 그야말로 목숨을 걸게 된다. 아이는 상부의 상부에 상부로 전할 양을 늘리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다행히 그리 폭력적이지는 않다. 단지 겁을 주고 그들이 목표량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만큼 상을 주겠다고 독려한다. 당근과 채찍을 잘 운영하는 편이다.
아이는 사람들이 위신구에 올 때 짐 보따리 속이나 가슴에 품고 왔던 책들을 점검한다. 당연히 당에서 인정하는 책 이외엔 모두 압수다. 거의 모든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무리 중에 이 소설의 화자이기도 하면서 내려다보이는 사람이기도 하는 ‘작가’가 있다. 그에게는 아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육체적 노동)과 다른 임무가 부여된다. “당신은 책을 쓸 수 있다. 생각과 바람이 현실이 될 수 있어. 상부에서 『죄인록』이라고 책 제목도 미리 정해주었다. 한 번 분량은 원고지 50매고, 50매가 완성되면 제출한 다음 다시 50매를 받아 가라고 했다. 이 책을 써야만 성도로 돌아가 가족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당신 책이 출판 될 수 있다더군. 당신을 도성으로 보내 전국 저자들을 관리하게도 하고.”
이 소설은 소설 속 작가가 상부의 지시대로 쓴 『죄인록』의 일부와 나중에 세상이 평정된 후 자신의 책을 내기 위해 썼던 글들이 혼합되어있다.
다시 옌롄커
진짜 작가 옌롄커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글쓰기의 반역자’ 옌롄커가 스스로 붙인 닉네임이다. 스스로 붙여 놓고도 멋쩍어한다. 워낙 큰 명예라서 부담이 된다고 한다. 루쉰(魯迅)의 소설 속 ‘아Q’에게 자오(趙)성을 사용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그 영광스러운 호칭이 자신에게 걸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굳이 이 표현(글쓰기의 반역자)을 『사서』의 한국어판 서문에 쓰게 된 것은 ‘중국식 문학’에 위배되는 문장이 『사서』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옌롄커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는 출판이 아니라 제 ‘현실’을 반영하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소망했다고 한다. 『사서』 원고를 메울 때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중국 내 출판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출판을 생각하면 글다운 글을 쓸 수 없어서 아예 마음을 비우고 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막상 쓰고 나니 출판을 하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하여 이곳저곳에 원고를 보여주니 예상했던 대로 완곡하거나 단호한 거부뿐이었다. 여전히 중국 내에선 ‘서랍문학’으로 분류되는 『사서』. 이 책은 수많은 외국어 번역본 가운데 가장 먼저 출판된 번역본이라고 한다.
위신구 99
맨 땅에 헤딩 정도가 아니라 맨 땅에서 밀을 뽑아내고 강철도 만들어 내야한다. 그러니 그들의 생활은 궁핍을 지나 피폐한 나날이 이어진다. 급기야 생산량이 턱도 없이 부족해지자 상부에선 식량을 줄이기 시작해 나중엔 아예 공급이 끊긴다. 겨울이 다가오자 더욱 상황이 안 좋아진다. 강철을 만들기 위해 황허 부근에서 흑사를 모아 용광로에 녹이느라 나무가 하나도 안 남았다. 춥다. 서로 몸을 끌어안고 자야 동사를 막을 수 있다. 배고프다. 사람들이 하나 둘 굶고 병들어 죽어간다. 급기야 인육을 먹기 시작한다. 교화 이전에 사느냐 죽느냐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사람들은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위신구 99지역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국적으로 아사자(餓死者)가 늘어난다. 도대체 혁명이 누구를 위한 것이더냐? 무엇을 위한 것이더냐
다시 아이, 하늘의 아이
아이는 상부, 상부의 상부 또 넘어 상부의 상부의 상부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 무척 애쓴다. 한편 아이의 중요한 자산이기도 한 위신구 주민들을 위해(비록 상부에선 모두 죄인이라고 부르고 있지만)마음을 쓴다. 양 끝에 아슬아슬한 줄을 걸어놓고 줄타기를 한다.
아이는 시기적으로는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지역적으로 위신구에선 금서(禁書)에 속하는 성경에 유난히 관심을 쏟는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챌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 특히 압수한 책들 중 삽화가 들어있는 성경책에 애착을 많이 갖는다. 마리아를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고, 예수가 아이들에게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전해주는 삽화에도 오랜 시간 시선을 머문다. 그리고 아이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상부를 향해 쏟던 에너지를 그와 함께 여러 해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위신구 주민들에게 애정을 쏟는다.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다. 성경에 애착을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가긴 했었으나. 아이가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이 장면은 일부나마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 “모두들 하얀 구름이 천사의 형상으로 변해 멀리서 이쪽 하늘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천사의 구름과 자주색 구름 아래 밝고 맑으며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을 보았다. 연자주색 환한 하늘 아래 아이의 숙사 앞, 99구 대문 안에 커다란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깊게 판 땅에 십자가 아랫부분이 단단하게 박혔다. 그리고 아이의 수백 송이 꽃과 상장이 전부 십자가 아래에 널려 있었다.” 이어지는 글은 아이가 어떻게 혼자서 십자가에 못 박혀 걸렸느냐이다. 다소 믿기 힘든 상황이지만, 어쨌든 스스로 못 박았다. 왜 그랬을까?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아이가 마지막으로 눈을 뜨고 최후의 말을 했다.
“내가 나를 여기에 못 박은 것이다. 당신들은 떠나라. 한 사람당 식량 주머니 하나와 붉은 별 하나씩을 가지고 내 아래를 지나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아이는 어떻게 식량을 구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몇 달 동안 아니 한참 동안 식량 구경도 못했었다. 어제 상부(도성)에 다녀온 아이가 어찌어찌 구해 왔나보다. 그리고 붉은 별은 통행증이다. 이것이 있어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갈 수 있다.
소설 속 작가의 입을 빌어 『시시포스의 신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신이 시시포스에게 내린 벌은 하늘이 대지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준 것과 같다고 한다. 시간은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간다. 더러는 시간이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뒤로 물러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한정 되풀이 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의 순환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시시포스의 형벌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비관적인가?
소설 속 아이의 존재를 통해 옌롄커는 중국이라는 땅을 이끌어갈 정신적 지도자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인류애를 지닌 사람이길 바라고 있었던 듯하다. 그 땅, 그 시기에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이 땅, 이 시기에도 절실히 기원하는 존재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