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에미…….” 하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단숨에 이렇게 말했다. “내 남편을 돌려줘.” 프티 뒤트레이유 부인의 사교적인 미소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퐁타냉 부인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은 채였다. “아무 대답 안 해도 좋아. 난 너를 나무라지 않아. 제롬이 한 일일 거야……. 그이가 어떤 사람인지 난 잘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p.47
나는 그 순간들은, 우리가 완전히 서로의 것이 될 수 있었던, 아, 너무도 짧고 너무나 가질 기회가 적었던 그 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너는 나의 유일한 사랑! 나는 절대로 다른 사랑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 너에 대한 그 많은 열정적인 추억이 곧바로 나를 괴롭힐 테니까. 잘 있어. 열이 나고 관자놀이가 뛰고 눈이 흐려지네.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떼어 놓지 못할 거야. 그렇지? 오, 언제, 도대체 언제쯤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언제나 우리는 함께 살 수 있게 되고, 함께 여행할 수 있게 될까? --- p.70
너의 편지가 내게 준 기쁨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너는 전부터 나의 친구가 아니었니? 지금은 그 이상의 것, 나의 진정한 반쪽이 되지 않았니? 네가 내 영혼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듯이, 나 역시 너의 영혼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게 아닐까? 아, 나는 이 편지를 쓰면서 그것이 얼마나 진실되고 강력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어! --- p.71
방 안에 가구라고는 침대 둘, 의자 하나, 그리고 세면기 하나뿐이었다. 방 안에 들어섰을 때 그들은 서로 보는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한다는 생각에 똑같이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졸음이 싹 달아나 버릴 정도였다. (중략) 다니엘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구두끈을 풀었다. 자크도 그대로 했다. 마침내 다니엘이 결심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촛불을 훅 불어 껐다. “그럼, 불 끈다……. 잘 자.” 그리고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자리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 p.87~88
“너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어! 이젠 그런 구박은 지긋지긋해! 끝장이야! 우리가 어떤 인간인지를, 우리도 저들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 주기만 해 봐. (중략) 우리들은 생사를 같이할 친구니까 우리가 계속 친구로 지내겠으며 자유롭게 지내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거야!” 그는 입을 다물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아주 침착한 어조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못한다면, 전에도 말했지만, 난 죽어 버릴 거야.” --- p.95
“난 너무 지쳤어요.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똑바로 봐 달라는 것뿐이에요. 그러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른 어떤 해결책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거예요. 우리가 같이 산다는 건…….” 부인은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같이 사는 생활에서 아직 남아 있는 것,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그 알량한 것, 제롬, 이젠 난 못 견디겠어요.” 그녀는 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두 손을 벽난로의 대리석 위에 얹고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몸짓과 손짓으로 강조하며 끊어 말했다. “난? 이젠? 싫어요.” --- p.142~143
친구여,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친구, 내 삶의 사랑이며 아름다움인 벗이여!
나는 너에게 이 글을 유언으로 쓴다.
그들은 나를 너에게서 떼어놓고, 모든 것으로부터 떼어 놓고, 지금 나를 어떤 곳에 처넣으려고 해. 그곳이 어디인지 또 어디에 있는지는 너에게 말할 용기조차 없어. 나의 아버지가 부끄러워!
나는 너를, 나의 유일한 친구이며 나를 선량하게 만들수 있는 오직 단 하나의 친구인 너를, 다시는 못 만나게 될 것 같구나.
안녕, 친구여, 안녕!
--- p.160~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