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은 금이를 양공주라고 불렀다. 소년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대충은 알았다. 그런데도 금이 누나가 좋았다. 누나에게선 항상 좋은 향기가 났다. 누나는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어주던 따뜻한 친구였고, 부끄럽고 비밀스러운 자위행위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이 알면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소년은 누나를 지켜주고 싶었다. 이제 금이 누나는 이 세상에 없다. --- p.15
“샤워할 땐 바짝 긴장해야 해. 특히 비누가 땅에 떨어질 때 말이야. 비누를 주우려고 허리를 굽혔다간 당장 똥구멍에 양놈들 페니스가 쑥 박힌다구. 미군부대에 얼마나 많은 호모가 득실거리는지는 금방 알게 될 거야.”--- p.26
“한국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 갈보년을 멋지게 죽여버리고 싶어. 그리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거지. 잭 더 리퍼의 업적을 칭송하는 의미랄까. 이건 농담이 아니야.” --- p.86
한국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사람들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고 나니 뒤에 숨어 있는 온기를 읽을 수 있었어요. 따뜻하고 달콤한 차 한 잔, 날개처럼 넓은 소매가 있는 한복, 거리에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아저씨의 박수 소리, 교외의 산을 뒤덮고 있는 둥근 무덤들…. 그들의 무덤은 공을 반으로 잘라 업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이에요. 그 흙 지붕 아래 죽은 사람들이 묻혀 있죠. 묘지에서도 온기가 느껴져요. --- p.121
“그 짓? 말 잘 했어요. 죽어도 이해 못한다고요? 당연하지! 나도 너 같은 서울대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죽어도 모르겠어! 중학교밖에 못 나온 년이라, 죽어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보지 팔던 나 같은 년은 어떡해야 다른 일 해서 먹고 살지, 죽어도 모르겠다고!” --- p.147
“여기가 왜 한국이야? 여긴 미군기지라고. 캠프 험프리스 주소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나 알고 떠들어? 니네 한국 정부의 기록에도 여긴 캘리포니아 주로 되어 있어. 너희를 지휘하는 게 누구야? 캐슬 대령이지? 니들 생활을 누가 통제해? 중대장 제니랑 인사계 데이비스잖아. 니네들이 영어를 쓰는 게 더 당연하지. 병신아 똑똑히 알아둬. 여기는 미국땅이야. (…) 너도 알잖아. 우리 미국이 없었다면 너희는 지금쯤 북한사람들처럼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있겠지. 여긴 미국이야.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 불쌍한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한 미국의 기지란 말이야, 이 좆대가리야.” --- p.154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몸을 판다. 남자로서 그보다 더한 치욕이 있을까? 여자로서 몸 파는 일보다 더한 천한 일이 없으니 그런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도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전대에서 내려온 불가항력적인 운명이 혜주를 내몰았다고, 혜주의 죄가 아니라고 항변하려고 해도 가끔은 또 다른 자아가 비웃었다. 어쨌든 매춘은 매춘이잖아? 돈만 내면 아무 남자에게나 다리를 벌리는 여자라고. 그런 가치 없는 여자를 사랑해?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이곳은 한국 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주소지가 되어 있다. 주인공 정태는 카투사로 이곳에 전입해 온다. 우연한 기회에 미군전용클럽에서 일하는 혼혈아인 아이린을 만나게 되고,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아이린에게는 로드리게즈라는 미군 장교 애인이 있다.
어느 날, 로드리게즈가 아이린의 방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린과 정태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며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간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아이린의 놀라운 과거와 정태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소설은 클라이맥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