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종종 대중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 앞에 놓인다. 예측이 불가능한 그 상황은 최악일 수도, 혹은 한마디의 말조차 조심스러운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럴 때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사례가 아니라, 말하는 이의 마음속에 담긴 진실에 감동을 받는다.
나는 사람의 말이란 어린 시절 즐겨 하던 집짓기 놀이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똑같은 재료를 가져다 놓아도 저마다 다른 모양의 집을 만든다.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또한 어떤 색깔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집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경험이나 기억, 상황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인생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나만의 집을 지을지는,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pp.26~27, ‘chapter 1_자기철학의 언어’ 중에서
몇 년 전 혼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고민 끝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행객을 선택했다. 그의 일정이 매우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몇 군데의 도시를 따라다닌 것 같다. 하지만 자꾸 눈이 마주쳐서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에는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정이 비슷했는지 가는 곳마다 계속 마주쳤다. 결국 나는 그에게 다가가 사실 당신을 따라다녔노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탁월한 안목 덕분에 여행의 완성도가 높아졌으므로 고마움의 표시로 밥을 사겠다고 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따라다닌 김에 자신의 집까지 따라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농담을 섞어 이야기했다. 나도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스위스 집 주소를 적어주고는 떠났다.
얼마 후 나는 시골에 위치한 그의 농가에서 가난한 배낭여행객이 누릴 수 없는 호사스런 대접을 받고 왔다. 낯선 도시에서 그는 나의 멘토였다. 나의 여행을 그에게 맡긴 것이다. ---pp.75~76, ‘chapter 2_ 비전의 언어’ 중에서
당신은 당신의 언어가 얼마나 명확하다고 생각하는가? 분명히 정확하게 말했는데 상대방의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나는 이렇게 알아들었는데 상대방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 불통 상황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부장님, 이 기획안 어떻게 할까요? 확인하셨어요?”
“그게 말이지. 시작이 반이긴 한데, 한번 칼을 뽑았으며 두부라도 썰긴 해야 하는데 말이야. 김 대리 이번 일 자신할 수 있겠어?”
“네? 아니, 부장님께서 그렇게 자신하시더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그러게 말이야. 아직 이른 것 같기도 하고……. 기획서 좀 잘 다듬어 봐. 미끈하고 흠잡을 데 없도록 말이야. 김 대리 잘 하잖아.”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데 100퍼센트 확신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리더의 불확실성은 신뢰도를 떨어트린다. ---p.104, ‘chapter 3_ 명확성의 언어’ 중에서
오바마는 ‘침묵’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굉장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이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알았다. 그 어떤 말로도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릴 수 없는 순간에 그들과 눈을 맞추며 공감해주는 침묵이야말로 최고의 위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얼마 뒤 또 한번 침묵의 소통으로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5월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에서 9?11 테러 10주년 추도식이 열렸을 때의 일이다. 그날 오바마 대통령은 헌화한 뒤에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순이고는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희생자들과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목숨을 바쳐 생명을 구했던 인명구조대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자리에서는 그 어떤 말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p.140, ‘chapter 4_ 공감의 언어’ 중에서
예전에 순풍 산부인과로 대한민국 시트콤의 한 획을 그은 연기자 박영규 씨가 한 인터뷰에서 시트콤 연기의 생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리액션이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시트콤에서도 연기자들의 리액션, 즉 반응은 장면과 장면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다리인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준비한 말만 하려고 하면 대화의 흐름이 깨진다. 차라리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잘 반응해주는 것이 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유재석, 강호동, 박미선과 같은 진행자들이 오랫동안 인기를 얻는 가장 중요한 비결도 바로 리액션이다. ---p.207, ‘chpater 5_반응의 언어’ 중에서
신상필벌은 역사적 위인들이 가졌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들은 원칙과 배려의 균형을 삶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또 그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리더의 언어는 균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때로는 엄하고 단호한 말투가 필요하다. 또한 사람을 대할 때는 한쪽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말을 들어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한쪽 편의 말만 들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조직의 기강 자체가 무너진다. ---p.234, ‘chapter 6_균형의 언어’ 중에서
리더는 수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팀의 창조자이며, 코치이며, 조련사이기도 하다. 더불어 관리자, 매니저, 상담가,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업무 성과만으로 직원을 대하면 효율이 떨어지고, 관계가 무너진다. 관계와 효율의 조화는 리더의 언어와 행동의 일치를 담보로 한다.
언어는 힘을 갖고 있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특히 리더의 말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말이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관계를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반성해야 한다. 말에 대한 점검은 행동 점검을 선결과제로 하는 것이다. 리더의 언행일치의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튼튼한 다리를 놓는 행동 언어이기도 하다.
---pp.294~295, ‘chapter 7_언행일치의 언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