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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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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76g | 145*215*30mm
ISBN13 9788993143744
ISBN10 899314374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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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속한 세계에서는 들을 수 없는 사람과 들을 수 있는 사람, 이렇게 둘로 나뉘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쪽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집에서부터 그런 문화적 차이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유대인이고, 엄마는 개신교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리를 듣지 못하셨지만, 나머지 식구들은 들었다. 입양한 내 동생 앤디는 흑인이고, 나머지 식구들은 백인이었다. 우리는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특별한 행동이나 방식을 배웠다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저절로 습득했다.
--- p.16


그들의 작별 인사는 늘 그렇게 길었다. 헤어지기 싫은 마음, 관계의 고리를 끊고 공허한 밤 속으로 들어가길 꺼려하는 그 마음, 바로 이것이 청각장애 문화의 본질이다. 직장에서, 지하철과 시장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냈는데, 다른 청각장애인들과 저녁에나 잠깐 어울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문가에서 서성대며 아쉬워하는 그 짧은 시간은 관계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 p.19


한쪽에서는 우비를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쇼핑백을 움켜쥔 여자 세 명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길 건너편에서는 웬 괴팍스러운 집주인이 현관에 나와 길모퉁이에서 얘기 나누는 렉싱턴 학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리들 가!” 그러더니 낡은 실내화 바람으로 집 계단을 중간쯤까지 내려왔다. “거기들 서있지 말라니까!” 학생들은 차분한 얼굴로 집주인의 무의미하게 오물거리는 입술과 붉으락푸르락한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돌려 하다 만 얘기를 계속했다.
… (중략)…
수화는 빠르고 맛깔스럽고 육체적이다. 우비를 입은 여자들이나 길 건너 집주인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한 학생이 구내매점에서 사 입은 티셔츠엔 ‘청각장애인의 자긍심’이라는 글귀가 박혀 있었다.
--- p.41~42


제임스는 생각했다. 나라고 해서 왜 운동화가 여덟 켤레면 안 된단 말인가? 왜 필라, 리복, 패트릭유잉, 뉴밸런시스를 오렌지색과 청록색, 보라색과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갖춰 신으면 안 된단 말인가? 왜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면 안 된단 말인가? 이제 일도 하고 돈도 벌어서 그럴 능력이 생겼을 뿐인데, 금붙이를 찬들 뭐가 대수란 말인가? 강하고 냉철하고 제 의지대로 살아가는 주변의 건청 또래들처럼 하고 다니면 왜 안 된다는 건가? 왕자에겐 금장식이 어울리는 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임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다니니까 꼭 마약 장사꾼 같다.? 그러면 비단 같던 눈동자가 얼음처럼 싸늘해졌지만, 다른 태도는 여전히 느긋했다.
--- p.61~62


다른 장애 집단과 달리 청각장애인들에겐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다. 그들만의 모임과 경기연맹, 극단과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고, 그들만의 대학과 잡지가 있으며, 심지어 국제올림픽도 독자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소수인종과 달리 청각장애인들은 부모에게서 문화를 물려받지 않는다. --- p.71~72


아버지는 이걸 ‘공인된 광란’이라고 불렀다. 10년 전부터 렉싱턴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무지개 올림픽은 보름간의 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많은 아이들에게 다가올 방학은 거대한 침묵, 끝 모를 심연을 예고했다. 앞으로 보름 동안 꼼짝없이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외로움 속에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맹렬한 기세로 게임에 임한다.
… (중략)…
초롱초롱한 그 눈망울 속에는, 그리고 서로를 가만히 지켜보는 그 온기 속에는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학교에 나올 수 없다는 서늘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 p.80~82


이식수술만 받으면 청각장애인이 건청인으로 ‘통하거나’, 청각장애가 ‘치료’될 것이라고 간주하는 건 옳지 않다. 그 수술만 받으면 외롭고 고립된 세계에서 활기찬 의사소통이 가능한 따뜻한 세계로 기적처럼 옮겨갈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청각장애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 안에서 이미 그런 따뜻함과 활기찬 의사소통의 세계를 누리고 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정체성과 자긍심은 공동체 안에서 대단한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는 건 공동체 전체를 모욕하고 ‘보다 건청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다.
… (중략)…
안타깝게도 전문의 훈련을 받는 동안 대부분의 의사(그리고 청능치료사와 언어치료사, 그리고 수많은 교육자 역시도)가 청각장애를 오로지 병리학적으로 접근하도록 학습받을 뿐, 청각장애를 문화로 보는 시각을 되살리지 못한다.
--- p.143~144


늦은 오후, 숨죽인 어둠 속에서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얘기했다. 진실하지만 쓰라린 그 얘기의 결론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귀머거리 아이를 갖느니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요.” 얘기를 다 들은 소피아가 마음을 추슬러서 한 말이었다. “원망하지 않아요. 엄마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걸 아니까요. 나도 그래요. 그리고 나는 청각장애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워요. 이제 그걸 받아들이셔야 해요.”
--- p.204


청각장애인들은 항상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그 현실을 바꾸려면 ‘정상’에 대한 사회적 정의부터 바꿔야 한다. 어쩌면 이런 불이익의 무게 때문에 공동체 내의 모임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함께 모여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특별한 필요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접촉을 통해 지식이 싹트고 문화가 전수된다. 청각장애인들은 특수학교를 다니고 모임에 나가 활동하면서 잃어버렸던 소중한 조각들을 되찾는다. 이건 교육뿐만 아니라 정체성과 자긍심이라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 p.239~240


청각장애인 총장 추진운동이 전개될 무렵 갤로뎃의 학생들은 청각장애 문화에서 박수에 해당할만한 새로운 시각적 표현을 만들어냈다. 그건 팔을 높이 들고 손가락을 펼친 채 손을 흔드는 동작이었다. 조용하게 반짝이는 그 박수는 청각장애 공동체 전역으로 널리, 그리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제는 너무나 뿌리 깊이 정착한 나머지 그 전통이 생겨난 게 실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반짝이는 박수는 청각장애 문
화가 학교로부터 꽃을 피우고 확산된다는 완벽한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어깨 너머로 킹 총장의 마지막 발언이 불러일으킨 반응을 바라봤다. 어둑한 강당 곳곳에서 조용히 들어 올려 앞뒤로 흔드는 그 많은 손은 보이지 않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희미한 바닷속 생물 같았다. 그것은 들리지 않는 갈채의 바다였다.
--- p.246


내일이면 소피아는 자신의 진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곳이 자신의 진짜 집이라는 걸 소피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죄책감과 안도가 뒤섞인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생각 사이로 가족들이 아무리 말린다고 해도 갤로뎃 진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떠올랐다.
가족들은 소피아를 보내줘야만 할 것이다. 소피아가 문화적 가족에 대해 배우도록 허락하고, 이해해야 한다. 또한 그렇게 하더라도 소피아가 타고난 가족을 잊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어야 할 것이다. 소피아는 두 가족을 모두 사랑할 수 있다. 두 가족을 모두 사랑하는 건 소피아의 권리이다.
--- p.287


문화적 감수성을 말해주는 것은 공통의 언어, 그 언어의 습득이다. 건청인들은 존경스럽다 못해 거의 신비롭다는 투로 수어가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하곤 한다. 어느 정도는 언어 자체에 움직임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어가 지닌 아름다움의 힘은 그것이 상징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것은 의사소통을 향한 이들의 의지를 뜻한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서로 소통하려는 인간의 의지에 바치는 찬사이다. 청각장애 문화가 지금의 모습으로 존속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이 상징성에 잠재된 힘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우리의 필요 역시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 p.324~325


“위대한 사회 운동의 훌륭한 점은 우리 모두가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제임스는 연설자 바로 앞에 서있는 통역사를 보고 있다. 무대 건너편 연단에 있는 어른들을 위해 수어통역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빛의 물결과 소리의 물결 속에서도 그 메시지는 강당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수화와 말은 섞이면서 일종의 주문이 되었고, 두 개의 집과 두 개의 가족을 하나로 합쳐주었다.
… (중략)…
오늘 제임스가 얼마나 부자가 된 기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전 처음으로 그의 양쪽 가족들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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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준다. 포용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본 경험이 적다면, 그래서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인간은 누구나 서로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배운다. 이 책은 우리들 중 일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러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끝끝내 위대하고 감동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통을 위한 노력 중에서도 대단히 특별한 사례를 힘 있고 통렬하게 다룬 책이다.
- 로버트 콜스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 퓰리처상 수상 작가)
나고 자란 가족과 청각장애 공동체라는 또 다른 가족 사이를 오가며 성장하는 청각장애아들의 삶을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 킹 조던 박사 (갤로뎃 대학 총장)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청각장애의 세계를 다루지만, 소통에 대한 비유로도 읽을 수 있다. 마치 연애소설처럼 아주 살갑고 다정하면서도 절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뉴욕타임스 북리뷰
기존의 시각을 완전히 깨부수는 책. 제대로 된 지식과 애정으로 청각장애라는 세계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
- 시카고 선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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