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2년 09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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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32쪽 | 624g | 135*225*35mm |
ISBN13 | 9788937462955 |
ISBN10 | 8937462958 |
발행일 | 2012년 09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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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32쪽 | 624g | 135*225*35mm |
ISBN13 | 9788937462955 |
ISBN10 | 8937462958 |
1부 프롤로그 1 아침 2 모슬렘과 상인 3 청년 튀르크 4 약국 5 옛날에 살았던 마을 6 점심 식사 7 파샤 저택에서 8 시간과 가족 그리고 인생에 관하여 9 니샨타쉬의 석조 가옥 10 환자의 바람 11 영리한 사람과 아둔한 사람 12 밤과 인생 2부 1 젊은 파티흐, 이스탄불에 오다 2 명절 식사 3 오후 4 옛 친구들 5 한 집 더 6 인생에서 뭘 해야 하지 7 길을 나서기 전에 8 베이올루의 여자들 9 하루의 끝 10 동부에서 온 편지 11 베쉭타시에서의 휴일 12 작은아버지와 군인 조카 13 언약 14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려고 15 시인, 엔지니어의 약혼식에 참석하다 16 야망을 품은 약혼자 17 반세기 동안의 사업 인생 18 장례식 19 더위와 아기 20 우리는 왜 이럴까? 21 베쉭타시의 술집 22 비망록 I 23 또다시 명절 24 폭풍 25 라스티냐크의 방 26 첫날 아침 27 시인, 베이올루에서 28 시간을 보내려고 29 비망록 II 30 음악 애호가들 31 각성인가? |
상인의 아들. 걱정도 없고 고민도 없는 한심한 놈. 난 결혼했고. 아이가 태어났어. ㅈ ㅣ금에 와서야 삶에 의미가 있었으면 하는군. 약간의 고투, 답답함과 무료함을 없애 줄 약간의 생각 그리고 아주 작은 폭풍. 상인의 아들이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싶어 하는군. 아르누보식 침실에 게으르고 나태하게 앉아서, 다위에 지쳐 하품을 하고 있어. 이제 늦었어. 아이가 생겼어. 야망이 사라졌어. 열정이 사라졌어. 근심도 사라졌어. 행복에 겨워 기분을 좀 내고 싶었던 거야. 파샤의 손자인데 당연한 거 아냐. 내 혈관에 상인의 피가 더 많이 흐른다 하더라도, 숭고한 목표를 찾아야 한다는 건 알아. 뭘 찾아야 하지? 책을 좀 읽을까. 여행을 떠날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술을 너무 마셨어. 술을 줄여야 해. 계획을 짜야지. 고민을 하며, 내 인생을 좀 정돈해야지. p.376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처녀작입니다. 22세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5년에 걸쳐 쓴 소설이라는데, 과연 약관을 갖 넘긴 나이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고,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삶에 이로운 글은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나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00여년의 터기 근현대사를 오롯이 반영하고 있어 읽기에 쉬운 글은 아니었습니다.
1부 프롤로그와 2부, 3부 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1905년 제브데트 씨가 잠에서 깨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905년이라는 시간이 말해주듯이 가장 먼저 해가 질 때를 12시로 맞췄던 옛 터키 시간 체계인 알라투르카, 오스만제국 당시의 고위 관리를 가리키던 파샤 등의 생소한 단어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해 여름 아버지의 작은 장작 가게를 떠맡게 된 제브데트 씨가 철물점으로의 사업 확장하고는 파샤의 딸과의 결혼으로 좋은 가정을 꾸리려고 하는 것과 파리로 건너가 혁명의 냄새를 한껏 들이키고는 제브데트 씨의 삶과 생각을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경멸하지만, 그에게서 돈을 받는 그의 형 누스레트가 그의 어머니와 같은 폐결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으로 프롤로그가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슷하게 이 시기의 터키는 마지막 술탄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술탄에서 공화국으로의 변혁의 과도기의 시대상황을 좋은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번창시키고 싶다는 다소 소박한 목표를 가진 제브데트 씨의 눈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부에는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입니다. 중심이 되는 인물도 이미 노년이 되어 버린 제브데트 씨나 니갼 부인보다는 그들의 두 아들과 딸, 오스만과 레피크, 아이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세상은 이제 입헙공화정이 되어 혼란스럽지만 제브데트 씨는 사업이 크게 성공을 했고, 두 아들에 며느리, 손자들까지의 대가족을 이룹니다. ‘유럽식 가족을 만들고 싶었지만, 모두 터키식이 되었다’는 자조와 함께 말입니다. 또 하나의 변화로는 이름에 성(姓)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성(姓)이 생기는 것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자신의 가족과 조상들을 구분했을까하는 의문과 함께 말입니다. 덕분에 우리 주인공 제브데트 일가는 "으슥츠"라는 성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들보다는 둘째 아들 레피크의 친구들이 더 많이 등장하긴 합니다. 이야기도 유학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정복자라는 의미를 가진 “파티흐”가 되겠다고 자칭하는 레피크의 친구 외메르가 이스탄불로 오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서른이 되기 전에 위대한 시인이 되지 않는다면 자살을 하겠다는 무히틴도 등장합니다. 대학 동기인 그들은 서로 토론을 하면서 앞날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반면 큰 아들 오스만은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열심히 사업에 매달립니다. 그러던 중 중요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제브데트 씨가 회고록을 준비하려고 공책을 뒤적거리다 그만 숨을 거둔 것입니다. 이쯤되면 <제브데트씨와 아들들>이 아니라 “제브데트씨의 아들들”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제브데트 씨의 사후 둘째 아들 레피크는 ‘야망이 사라졌어! 열정이 사라졌어! 행복에 겨워 기분을 좀 내고 싶었던 거야. … 내 혈관에 상인의 피가 더 많이 흐른다고 하더라도, 숭고한 목표를 찾아야 한다는 건 알아 … 뭘 찾아야 하지? (p. 376)'이란 고민을 하면서 더욱 더 방황을 합니다. 그 고민과 방황이 아마 격변기 시대의 터키 지식인들이 가진 공통이 아님가 합니다. 결국에는 철도사업으로 부자가 되어 ’파티흐‘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약혼녀도 남겨두고 철도공사지로 떠난 외메르를 찾아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떠나갑니다.
뒤숭숭한 정세로 유럽은 시끄럽지만,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레피크는 외메르와 한 독일인과 토론 등으로 자신이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을 발견해 나가고, 또 한명의 친구 무히틴은 자신이 별 볼일 없는 시인이었음 자각하고 마히르 알타일르라는 국어 교사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터키주의자가 되어가는 것으로 1권이 끝이 납니다.
아직 절반밖에 읽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하나는 염상섭 님의 <삼대>였습니다. <삼대>도 당시 청년들의 의식과 고뇌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임에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삼대>에 나타난 식민지 시대의 봉건적 구세대의 전형과 봉건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과도기적 인간형 및 소극적인 인간상 등을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의 인물들과 매치하기 힘들지만 아버지와 아들, 손자의 눈을 통해 당시 사회적인 현상을 투영해 낸 점이 오래전 국어시간에 배운 <삼대>를 떠올리게 해 나름 친숙한 느낌이었습니다.
책읽기와 책쓰기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최근작 <소설과 소설가; http://blog.yes24.com/document/6830644>를 읽고서 오르한 파묵의 전작을 읽어보지 않겠느냐 하는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사실 터키라는 나라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경계면에 있는 나라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고, 2002년 월드컵 당시 3,4위전에서 맞붙으면서 6.25동란 당시 참전한 혈맹국가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면서 나름대로는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는 것은 여전히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소설과 소설가>를 읽으면서 그의 작품세계를 조금이라도 엿보아야 그의 말이 이해될 것 같아서 그의 소설 <순수박물관; http://blog.yes24.com/document/6823256, http://blog.yes24.com/document/6824691>을 읽게 된 것이었습니다. 소설의 경우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알고 읽으면 작가가 생각하는 바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다시 말씀드리면 <순수박물관>을 통하여 작가가 독자에게 주려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오르한 파묵의 전작읽기는 저에게는 터키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파묵의 첫 번째 소설작품으로 그의 문학세계의 시발점을 알려주는 신호탄과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나의 모든 소설은 이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태어난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에 나오는 젊은이들에서 <고요한 집>이 탄생했고, <고요한 집>에 나오는 파룩에게서 <하얀성>이 나왔다.”고 파묵이 말한 것처럼 첫 작품이 그의 문학세계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하겠습니다. 저 역시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에서 <순수박물관>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퓌순을 발견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그림을 공부하던 파묵이 소설쓰기로 방향을 바꾼 다음 5년에 걸쳐 완성한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05년부터 1970년까지입니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터키가 극심한 변화를 겪던 시기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네 인생으로 따지면 1갑자 즉 환갑을 넘기는 세월에 걸친 터키 식자층의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제 1부에는 1905년 7월, 자수성가한 상인 제브데트 씨의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폐결핵을 앓고 있는 형과의 갈등,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 니갼의 아버지 파샤와의 만남 등이 줄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당시 터키사회는 술탄이 지배하는 왕정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면서 이에 반발하는 젊은이들의 혁명의식이 꿈틀대던 시기로 제브데트의 형은 아버지를 이어 상업에 투신한 젊은 제브데트의 삶을 경멸하지만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은 병사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세월을 훌쩍 건너뛴 1936년 2월부터 1939년 12월까지 약 4년간에 걸쳐 제브데트씨와 그의 두 아들과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2부에 담고 있습니다. <제브데트 씨의 아들들 1권>에서는 2부의 중반까지를 담고 있는데 2부의 중반에서 제브데트씨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으면서 가족의 중심축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1권에서 읽을 수 있는 20세기 초반의 터키사회는 우리의 과거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가족이 한 집에서 사는 대가족제도나, 술탄의 오랜 실정에 대하여 젊은 식자층이 반발하고 있는 점이라거나(실제로 1905년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술탄에게 폭탄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모슬렘이 상업에 종사하는 일을 천하게 여기는 사회풍조 등이 그렇습니다.
제브데트 씨는 형이나 주변의 시각 따위는 무시하고 착실하게 장사에 몰두하였고, 유럽에서 발생한 1차 세계대전을 틈타 무역에서 성공하여 부를 일궈내고 두 아들과 딸을 제대로 교육시키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첫 작품인 까닭인지 에피소드별로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상황을 설명하는데 치중하는 느낌이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쉽게 흥분하는 듯한 터키인의 품성을 엿볼 수 있는데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는지는 애매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3부 에필로그에는 제브데트 씨의 손자인 화가가 보내는 1970년 12월 12일 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부의 후반과 함께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2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