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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95이동
리뷰 총점9.2 리뷰 12건 | 판매지수 72
베스트
세계각국소설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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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532쪽 | 624g | 135*225*35mm
ISBN13 9788937462955
ISBN10 893746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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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프롤로그
1 아침
2 모슬렘과 상인
3 청년 튀르크
4 약국
5 옛날에 살았던 마을
6 점심 식사
7 파샤 저택에서
8 시간과 가족 그리고 인생에 관하여
9 니샨타쉬의 석조 가옥
10 환자의 바람
11 영리한 사람과 아둔한 사람
12 밤과 인생

2부
1 젊은 파티흐, 이스탄불에 오다
2 명절 식사
3 오후
4 옛 친구들
5 한 집 더
6 인생에서 뭘 해야 하지
7 길을 나서기 전에
8 베이올루의 여자들
9 하루의 끝
10 동부에서 온 편지
11 베쉭타시에서의 휴일
12 작은아버지와 군인 조카
13 언약
14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려고
15 시인, 엔지니어의 약혼식에 참석하다
16 야망을 품은 약혼자
17 반세기 동안의 사업 인생
18 장례식
19 더위와 아기
20 우리는 왜 이럴까?
21 베쉭타시의 술집
22 비망록 I
23 또다시 명절
24 폭풍
25 라스티냐크의 방
26 첫날 아침
27 시인, 베이올루에서
28 시간을 보내려고
29 비망록 II
30 음악 애호가들
31 각성인가?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청춘들의 성장기

1905년 7월, 자수성가한 상인 제브데트 씨의 하루를 좇는 1부 프롤로그, 1936년 2월부터 1939년 12월까지 약 4년간 그의 두 아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2부, 제브데트 씨의 손자인 화가의 1970년 12월 12일 하루를 담은 3부 에필로그로 구성돼 있다. 작품의 70퍼센트 이상에 달하는 2부가 주된 비중을 차지한다.

□ 1부 프롤로그 : 자수성가한 상인 제브데트 씨의 이야기
“인생이 뭐냐고? 정말 쓸데없는 질문이야!”


1905년 터키 이스탄불. 혁명을 꿈꾸는 젋은이들이 술탄에게 폭탄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오랜 기간 술탄이 지배해 온 터키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다. 제브데트는 이스탄불에서 자신의 사업을 일구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신경 쓰지 않았고, 아버지와 장작 가게로 시작한 일이 자리를 잡는 동안 그는 서른일곱이 되었다. 이상적인 가정을 그리며 살아온 그는 얼마 전 파샤의 딸과 약혼도 했다. 그녀를 세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좋은 여자 같았고, 무엇보다 자신이 꿈꾸던 가정에 알맞은 여자 같았다. 결혼해서 살기에 적당한 큰 집도 니샨타쉬에 봐 두었다. 결혼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병상에 누워 죽어 가는 형이다. 형은 의사였고 결혼도 했지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그는 폐결핵이라는 병과 혁명이라는 헛된 꿈을 품고 있었다. 제브데트가 주는 돈으로 살아가면서도 형은 장사를 하는 제브데트를 업신여길 뿐 아니라, 자기가 죽고 나면 자신의 아들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상인이야……. 푸아트도 물었지, 쉬크뤼 파샤도.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푸아트에게 그건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했어. 쓸데없지, 쓸데없고말고.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책을 읽는 사람들, 머리가 혼란스러운 사람들이나 하는 질문이야! 제이넵 아주머니가 그런 걸 물은 적이 있나? 그녀는 살아 있고, 나도 살아 있어. 이제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아침에는 일어나고,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음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웃어야지. 이런 걸 아주 많이 할 거야. 그런 후 저세상으로 갈 거야.

제브데트는 상업에 종사하면서 차근차근 부를 쌓아 올렸다. 그러나 당시 사회는 모슬렘이 장사를 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 여겼고, 유대인이나 아르메니아인, 그리스인들이나 그런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브데트는 사람들 눈을 신경 쓰지 않았고, 스스로 사업을 일구어 부자가 되기 위해 애쓴다.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그의 꿈은 돈을 많이 벌고, 현대적인 가족을 꾸리는 것이다. 그런 그를 대놓고 비웃는 사람이 그의 형이다. 형은 터키에서도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병든 몸 때문에 자신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저주한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터키에서의 변화를 꿈꾸는 그가 바라보는 곳은 서구이며, 용감하게 운명을 헤쳐 나가는 동생을 멸시한다. 현실에 발 딛지 못하는 전형적인 이상주의자인 그의 그림자는 이후 세대에서도 계속 발견된다.

□ 2부 : 인생의 의미를 찾는 제브데트 씨의 아들들 이야기
“내 마음으로 이성의 빛이 떨어졌어, 그래서 나는 이방인이야!”


30여 년이 지난 1936년 2월, 제브데트 씨는 사업에 크게 성공했고, 그가 꿈꾸던 가정도 이루었다. 두 아들도 결혼하여 손주들을 얻었고,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그의 귀한 보물이다. 큰아들 오스만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업에 열심이고, 노쇠해진 그를 대신해 회사를 지휘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작은아들 레피크는 아직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형 때문에 회사에 나가고는 있지만, 삶에는 다른 의미가 있을 거라고 여전히 고민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내와 크게 싸운 어느 날 그는 충동적으로 집을 나오고, 아내와 딸을 남겨 둔 채, 친구 외메르가 철도 건설 공사를 하고 있는 동부로 떠난다. 외메르는 4년간 영국에서 유학한 후 터키로 돌아왔고, 동부에서 건설 중인 대규모 철도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 지금은 산골의 건설 현장에 틀어박혀 있지만, 곧 돈을 많이 벌고 ‘정복자’가 되기를 꿈꾸는 야심만만한 청년이다. 그들의 또 다른 친구 무히틴은 시인이다. 셋은 공과대학 동기들로, 무히틴은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주말이면 시를 썼고,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위대한 시인이 되지 못하면 자살하겠다고 선언했다.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는 레피크를 무시하고, 정복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은 외메르를 비웃지만, 그가 출간한 시집을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자 크게 절망한다. 그런 그에게 터키 민족주의자들이 접근하고, 그는 그동안 사로잡혀 있던 이성의 힘은 잊고 행동하기로 결심한다. 레피크의 여동생 아이셰는 함께 악기를 배우던 남자애와 사랑에 빠졌지만,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녀의 집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에 바이올린이나 켜는 남자애라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결국 그녀는 집안에서 연결해 준 남자와 결혼한다. 레피크는 동부에서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목격한 후 그들의 삶을 개선할 계획을 세우고, 그것이 책으로 출간되지만, 아무것도 실행된 것은 없었다. 그는 7개월 만에 이스탄불로, 그를 기다리던 가정으로 돌아간다.

“난 이런 걸 배웠어. 네가 이해하지 않고 조롱했던 것들이 무슨 의미인지를. 이 삶에서 뭔가 해야 해. 이 삶을 채워야 해. 모든 걸 넘어서서 앞서 나가야 해……. 뭔가를 해야 해. 그리고 내가 한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해……. 난 평범한 삶을 원하지 않아!”

제브데트 씨는 바라던 대로 부자가 되었고, 꿈꾸던 대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 그의 시대는 가고 아들들이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스물여섯 살인 둘째아들 레피크와 그의 친구들은 이제 서서히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셋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각기 다른 희망을 품고 사회 속으로 들어갔다. 정복자가 되겠다거나 위대한 시인이 되겠다는 꿈은 비현실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아무런 꿈이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레피크는 전형적인 이상주의자로, 자신의 꿈을 찾는 데만 오랜 세월을 보내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그러나 결국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격변하는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읽다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다. 세상을 욕하기만 했던 큰아버지에 비하면 한 걸음 나아갔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 3부 에필로그 : 여전히 고민하는 젊은 화가의 이야기
“터키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소리를 지르며 말해야 하는 나라에서 벙어리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과 같아.”


다시 30여 년 후인 1970년 12월 12일, 레피크의 아들 아흐메트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지붕 층에 살고 있다. 4년 전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해 버려 아무런 유산도 받지 못했다. 서른 살인 그가 살고 있는 지붕 층은 무허가이고, 식사는 아래층 할머니 댁에서 해결한다. 아이들에게 프랑스어나 그림 과외를 해서 번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는 그림 도구를 산다. 오스만의 아들은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하고, 다른 가족들도 번듯하게 살고 있다. 아흐메트는 극도로 불안정한 사회에서 그림만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다가 서재에서 아버지가 남긴 공책과 무히틴의 시집을 발견한다. 친구 일크누르와 함께 아버지의 비망록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지만 그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날 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는 조용히 지붕 층으로 올라가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한다.

‘내 그림은 이해받지 못해. 아무도 그 그림을 보며 혁명을 일으키지 않아. 짜증나는 일이지. 다른 건?’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비아냥거리지도 못하고 자기 고민이 마땅히 필요하고 중요하다고도 생각지 못했다. ‘난 두 갈래의 길 사이에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이쪽저쪽 비틀거리며 걷고 있어. 한쪽에는 인생, 다른 한쪽에는 예술! 아냐! 한쪽에는 혁명, 다른 한쪽에는?’

부유한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화가 아흐메트는, 오래전 가족들의 반대로 아이셰와 헤어진 바이올리니스트 제즈미를 떠올리게 한다. 사업가 집안에서 예술가인 그는 이방인 혹은 주변인과 같다. 그뿐 아니라, 좌우의 갈등이 심했던 사회적 상황에서도 예술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인식된다. 터키에서는 1965년에 좌익계 노동당이 처음으로 국회에 진출한 이후 심각한 정치적ㆍ사회적 격동기를 맞는다. 대학가에서도 좌우익 학생들의 충돌이 계속되었고, 이듬해인 1971년에는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아흐메트는 이런 상황에서 그림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그의 이런 모습은 아버지인 레피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스물두 살까지 화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파묵의 모습 역시 연상된다. 파묵의 자전 에세이 『이스탄불』에는, 화가가 되겠다는 그에게 가족들은 “이 나라에서는 아무도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아서 먹고살 수 없다. 넌 비참하게 살 것이고, 무시당할 것이고, 평생을 콤플렉스와 불안에 싸여 예민한 상태로 살아갈 거야.”라고 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고민했던 그 자신의 모습이 아흐메트에게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회원리뷰 (12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파묵 문학의 출발점을 들여다보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e***i | 2012.10.09 | 추천7 | 댓글13 리뷰제목
터키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2006년)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 그의 첫 소설이라는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권을 읽었습니다. 민음사에서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인 『소설과 소설가』와 이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첫 작품을 알아야 그의 작품세계에 좀 더 쉽게 접근할 듯 하여 이 책을 손에 잡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
리뷰제목

터키인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2006년)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 그의 첫 소설이라는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권을 읽었습니다. 민음사에서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인 『소설과 소설가』와 이 책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첫 작품을 알아야 그의 작품세계에 좀 더 쉽게 접근할 듯 하여 이 책을 손에 잡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파묵 작품의 특성인 탄탄하고 긴 호흡의 문학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이군요. 이렇게 적고 보니 긴 호흡의 의미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묵의 책 속에선 시간이 아주 천천히, 서서히 흐르지요. 다르게 표현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사실은 이것이 바로 파묵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느리디 느린 진중함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담담하게 통찰해 나가는데 이게 묘하게 독자를 흔들어 놓습니다. 일종의 내러티브 형식(narrative style)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꼭 뭔가 터질 듯 터질 듯 하면서도 끝까지 절제하는 치밀함에 허탈해 하는 독자가 있기도 하고 동화되는 독자도 있는 거지요.

 

출판사에서는 이 작품을 두고 "파묵 문학 세계의 시발점을 알려 주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라고 하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실 이 이후의 작품인 <고요한 집>이나 <하얀 성>, <새로운 인생>, <순수 박물관>에서도 같은 얼개로 짜나간다는 느낌입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갈등'이 전반에 깔리면 '새로운 인생'과 '현실의 장벽'이 화자의 심연에 파문을 일으키고, 곧 이어 <연민과 관조>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지요. 그러고 보면 파묵의 초기작품에는 할아버지, 아들, 손자로 이어지는 3대의 가족연대기를 통해 시대 정서의 변화를 보여 줄려는 경향이 있었군요. 이 책 보다 먼저 우리에게 소개된 <고요한 집>도 이런 구조였지요. 소설가들이 처음엔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삼아 글을 쓰는 경향이 있다는데, 파묵도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차용하여 터키의 전통적 가족환경과 고뇌하는 젊음,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플롯을 보여주는군요. 어쨌든 <고요한 집>과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책 뒤표지를 보니 "나의 모든 소설은 이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태어난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에 나오는 젊은이들에게서 『고요한 집』이 탄생했고, 『고요한 집』에 나오는 파룩에게서 『하얀 성』이 나왔다."고 소개하고 있네요. 그러고 보면 제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소설은 1부 프롤로그 - 2부 - 3부 에필로그로 비교적 간단한 구성이며, 각각 30여 년의 격차를 두고 풀어나갑니다. 1권에서는 자수성가한 상인 제브데트 씨가 결혼하기까지의 일상(1부 프롤로그)과, 그의 두 아들(오스만, 레피크)과 아들의 친구들, 특히 둘째아들 레피크 친구들인 외메르와 무히틴의 이상과 방황을 그리고 있지요(2부 총 62장 중 31장). 현대판 파티흐(Fatih 터키어로 정복자) 정도는 되어야한다는 야망을 가진 외메르, 아버지의 사업을 형과 함께 이어받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방황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레피크, 좋은 시인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의지와 강단이 약한 무히틴이라는 큰 캐릭터가 중심주제가 되고, 그 주변에 여러 군상들이 별개의 내러티브인 듯 하면서도 어우러져 큰 강물처럼 시간이 흐르는군요.
1900년대 초반과 1930대 중반의 터키(오스만 튀르크)가 시대 배경인데, 이때가 사실 터키의 격변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터키의 역사를 한번 알아보는 것도 좋을 꺼라 생각해 봅니다. 현재의 터키는 한때 서아시아 전체를 평정한 오스만 튀르크제국의 후손이며 이슬람권국가의 종주국이었지요.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점점 쇠약해져 1차 세계대전(1910) 때 독일과 손을 잡았다가 결국 1922년 오스만 왕조는 혁명으로 물러나고 터키공화국이 생겨나게 되지요. 소설은 바로 이런 혼란기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젊은이들은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겠지요. 소설의 아주 좋은 무대가 되는 셈이지요. (기본적 내용은 출판사의 리뷰에 워낙 잘 요약되어 있으므로 그걸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푸아트 씨는 양 손을 눈 옆으로 가져가 눈가리개처럼 만들었다.
"자네 형제는 이 사이로 보이는 것 말고 다른 건 못 보고 있어. 인생이 이런 건가? 인생이 뭔가? 살아가고 지켜보고 그렇게 보내는 것……. 인생은 형형색색이야! 그래, 자네 생각에는 뭔가?" (76쪽)

 

인간에게는 두 개의 삶과 두 개의 영혼이 있어야 해. 하나의 삶으로는 사업을 하고, 다른 삶으로는 즐겨야 해! 이 둘을 섞지 않고 살아야 해! 이 둘은 서로를 서로 도와줘야 하고, 서로 걸림돌이 돼서는 안돼. 그래, 그래야만 해! 내 인생도 이렇게 돼야 해! 나는 살아 갈거야! (151쪽)


아직 읽지 않은 2권의 목차를 보니 2부의 나머지 부분과 절반과 1970년대의 손자 이야기가 전개될 모양입니다. 소설이란 게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알 수 있게 해 준다지요. "인생이 뭐냐고? 정말 쓸데없는 질문이야!"는 제브데트 씨와, "난 평범한 삶을 원하지 않아!"라며 방황하는 그의 아들 레피크. 이들의 사고(思考)와 도덕적 가치관은 우리네 세대의 갈등과 그렇게 다른 모습이 아니군요. 성장이라는 것이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했나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갈등을 거쳐 온 기성세대에겐 아련함 같은 걸 주고,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이제 2권을 읽어야 하는데, 일단 한 템포 쉬렵니다. 연속적으로 읽기엔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긴 호흡의 소설이구, 그렇게 긴장감이 도는 책이 아니라서 생각 좀 하고나서 2권을 잡으렵니다.

 

레피크는 눈에 빛이 익숙해지도록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 모든 것을 감싸는 깨끗하고 넓고 반짝이는 하늘, 푸르고 잠잠하고 깊은 하늘이 있었다. '난 어쩌면 저것 때문에 여기 왔는지도 몰라. 산산이 부서져서 내 머릿속에 흐트러져 있는 뭔가를 저 빛, 저 하늘이 합치시켜줘서 내가 편안하고 평온하게 느끼는 것 같아. 평온함!' (459쪽)
…… 중략……
"이 빛, 이 움직임! 그런데 나는 뭘 하고 있지?"
레피크는 중얼거렸다. 그의 의식은 강건했고, 모든게 제자리를 찾아 평온했다. 하지만 깊은 곳에서, 더 깊은 곳에서 뭔가 꿈틀거렸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다른 것, 어쩌면 절대 찾을 수 없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462쪽)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13
포토리뷰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오르한 파묵의 첫 작품을 읽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빛****정 | 2012.10.16 | 추천5 | 댓글9 리뷰제목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 』권을 읽으면서 사실 주인공이 죽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런데 제목의 주인공이 죽다니 나에게 완전 새로운 소재의 글이다. 읽으면서 저자인 ‘오르한 파묵’의 글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루를 표현하는데 그 하루를 이리도 잘 표현하다니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이 끌리게 만든다. 첫 작품을 이리 대작을;
리뷰제목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 권을 읽으면서 사실 주인공이 죽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런데 제목의 주인공이 죽다니 나에게 완전 새로운 소재의 글이다. 읽으면서 저자인 오르한 파묵의 글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루를 표현하는데 그 하루를 이리도 잘 표현하다니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이 끌리게 만든다. 첫 작품을 이리 대작을 쓰다니 역시 노벨 문학상 받을 자격이 충분한 멋진 작가인 것 같다. 이제야 읽게 되어 아주 영광이었다.

 

제브데트 씨의 일대기와 아들들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다. 1부에서 1905년 여름, 제브데트 씨는 안 좋은 꿈을 꾸면서 일어난다. 꼭 이런 날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장작가게에서 일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회사를 크게 키웠다. 제브데트씨는 상인이다. 파샤(예전문무 고위관리)의 딸과 약혼을 했고. 그의 형은 폐결핵에 걸려 아프다. 형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고 자기만을 위해 공부를 선택했는데 아프니 사람이 더 이기주의자가 된 것 같다. 그리고 형의 아들 지야를 동생에게 부탁한다. 제브데트 씨는 결혼 하기위해 마차를 대여해서 보기 좋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공부는 포기했지만 그는 가정을 이루고 싶고, 잘살고 싶어 한다.

 

제브데트가 바라보는 인생

내 생각은.... 좋은 가정이 있었으면 하고, 사업도 잘 되었으면 해, 좋은 부인, 아이들.... 내 목표는 바로 이런 거야!” p75

친구인 푸아트가 바라보는 제브데트 형제의 모습

자네 형제는 이 사이로 보이는 것 말고 다른 건 못 보고 있어. 인생이 이런 건가? 인생이 뭔가? 살아가고 지켜보고 그렇게 보내는 것..... 인생은 형형색색이야! 그래, 자네 생각에는 뭔가?” p76

참 소박한 인생이지만 어렵다. 제브데트 씨는 어릴 적 가정환경이 안 좋아 이 목표를 가지고 산 것이다. 물론 돈을 많이 벌었다. 1권에서는 좋은 가정도 얻은 것 같다. 아직 2권는 안 읽어서 모른다. 부인도 괜찮아 보이고, 목표는 성공한 것 같다. 친구인 푸아트가 바라보는 두 형제는 사이가 안 좋은데 제브데트 씨가 친구 말을 듣고 생각을 하면서 좋게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형이 죽음으로서 아무도 없는 현실이 두려운 건가? 제브데트 씨 1부를 읽으면서 참 하루가 길다고 느껴졌지만 글을 읽는 하루가 참 빨리 갔다. 문장력도 좋고 흥미로웠다.

 

터키라는 나라의 시대적 배경이 들어간 책이다. 아마 그 시대의 암울한 그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그 사람들 체제가 어떤지는 내가 살지 않아서 모르지만 그 시대의 이야기를 들으니 대충 내용하고 비슷한 것 같다. 형은 자기 아들인 지야가 동생과 살면서 변화하길 바란다. 더 낳은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지금까지 살고 있는 자기 친척들에게 물들지 말고 동생과 살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낳은 삶을 개척하길 바란다. 나태해지지 말고, 바보처럼 살지 말고 세상을 이해해가면서 살기를 원한다.

 

2부에서 세월이 30년이 흘렀다. 1936년 제브데트 씨는 결혼해서 가족과 이스탄블 니샨타쉬 광장 근처에 산다. 파샤의 달 니갼과 결혼 했고 아들 둘(오스만, 레피크)가 있고 며느리(네르밀, 페르한) 손자손녀가 있다. 명절날 제브데트는 가족의 모습은 참 행복해 보인다. 집도 좋고, 주변 분들도 인사하러오고 행복한 나날들이다. 그런데 나이가 많아 제브데트는 몸이 안 좋다. 제브데트가 누워서 가족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행복 이거야, 바로 이거야! 전부 이걸 위한 거였어.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 타닥거리는 난로, 귀를 어루만지는 소리들, 시계처럼 돌아가는 가정.....’집은 언제나 잠처럼 드넓게 끌려드는 곳이었다. p183 참 소박하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가정이다. 제브데트 씨가 바라던 그런 가정이다.

 

제브데트 시에게 찾아온 조카 지야는 돈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억지를 쓴다. 벗어 날 수 없어! 장작 가게에서, 하세키에서, 외파의 집에서, 형에게서, 유령에게서!’ p312 왠지 지나온 세월 제브데트는 다 잊고 잘 산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마음속에 항상 형이 있고 어려웠던 장작가게가 있고 고향이 있다. 그것들에게서 벗어나려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행복하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자기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느낀다. 회고록을 준비하다 어느 날 죽음을 맞이한다.

 

큰아들 오스만은 아버지의 일을 한다. 나름 전략을 세워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작은 아들 레피크는 회사에도 시들, 가정에도 시들,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한 듯하다. 부인인 페르한과 딸을 남겨두고 친구인 외메르에게 간다. 레피크가 무산티쉬로 돌아가지 않고 펼처질 미래가 기대가 된다. 외메르는 유학을 다녀온 친구가 그리고 정복자가 되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로 생각한다. 그는 국회의원의 달인 나즐리를 좋아한다. 그녀와의 약혼도 한 상태다. 앞으로 사회적 성공이 기대가 된다. 레피크의 다른 친구 무히틴은 30살에 시인이 되기를 꿈꾼다. 그는 시인이 안 되면 자살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책은 출간하는데 인기가 없다. 무히틴이 터키인으로서의 변신이 기대된다.  

 

앞으로 2권에서 이들의 인생이 궁금하다. 그리고 자식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네피르가 친구인 외메르가 일하는 철도 건설현장에 간 어느 날은 이런 라디오 뉴스가 나오는 걸 해석해준다. 왈츠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 흘러 나온다.끝났어!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삼켰어. 히틀러는 빈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어...” 스페인에서는 프랑코파의 승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프랑스 정권은 위기 상황이었고,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p 475 그 시대의 주변 나라들을 말해준다.

 

아마 이 시대는 전쟁으로 나라가 많이 바뀌었을 것이고 사람들의 자유나 살아온 것들이 많은 변화들이 있었을 것이다. 제브데트 씨도 전쟁 중에 설탕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아마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그걸 타파해가면서 앞으로 진취적으로 나간 그가 장작가게에서 이렇게 큰 회사를 세우고 가정을 이만큼 행복하게 만든 것 같다. 그렇기에 가난한 그가, 그의 집안이 장군인 파샤집안에서 아내를 맞이해 그의 집안이 널리 알려진 것 같다. 그 시대에 제브데트는 괘 유명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안 좋은 터키에서 그냥 안일하게 살지 않고 성공의 가두에 올라선 것 같다. 그런 점은 본 받을 만 하다. 자서전 같은 제브데트 시와 아들들 1권을 읽으면서 저자의 첫 작품이 이렇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그의 자손이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해진다. 2권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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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니까 청춘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빨***나 | 2012.10.09 | 추천3 | 댓글4 리뷰제목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어떤 이들은 ‘우물쭈물’은 부정적 의미가 있다며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오르한 파묵의 첫 소설이다. 건축학을 공부했던 그;
리뷰제목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어떤 이들은 ‘우물쭈물’은 부정적 의미가 있다며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오르한 파묵의 첫 소설이다. 건축학을 공부했던 그는 스물세 살 소설가가 될 결심을 했고 5년에 걸쳐 이 소설을 완성했다. 파묵은 “나의 모든 소설은 이전에 발표한 소설 속에서 태어났다”며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의 젊은이들에게서 『고요한 집』이, 『고요한 집』의 파룩에게서 『하얀 성』이 탄생했다고 했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파묵 소설의 바탕이 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1대 제브데트를 시작으로 2대 둘째 아들 레피크, 3대 레피크의 아들 아흐메트를 중심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터키인들, 특히 터키 청춘들의 삶과 방황을 그리고 있다. 제브데트의 시절은 1905년이고 레피크의 시절은 30여 년이 지난 1936년이다. 아흐메트의 시절은 다시 30여 년이 지난 1970년이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터키 청춘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브데트는 사업과 가족이라는 분명한 삶의 목표가 있었다. 군의관이었고 개혁을 원했던, 이혼한 형 누스레트는 아들 지야는 친척 집에 맡기고 애인의 곁에서 폐결핵으로 죽어갔다. 제브데트에게 인생이 뭐냐는 질문은 허튼소리였다. 제재업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이 사업을 물려받았더라면,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그는 다른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에게 현실주의자로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다.

 

제브데트의 큰아들 오스만은 열심히 사업을 했지만, 둘째 아들인 레피크는 예의상 사무실을 오갔다. 오스만이 열심히 사업을 한 건 ‘큰아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혼한 레피크는 딸이 있었고 가족과 함께 살았다. 레피크는 제브데트의 꿈을 살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이 제대로 된 삶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레피크의 친구 외메르는 야망이 있었다. 그는 돈을 벌어 모든 것(여자들, 돈, 모두의 선망)을 손에 넣고 싶어 했다. 레피크의 또 다른 친구 무히틴의 꿈은 시인이었다. 그는 서른 살에 시인이 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김난도 교수의 책 제목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지만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방황하니까 청춘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목표가 있든, 아직 정하지 않았든 그들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던졌다. 세 친구는 삶의 방향에 대해 갈팡질팡했다. 그림을 그렸던 아흐메트는 자신의 그림이 사회를 바꿀 수 있기를 바랐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지 않자 좌절했다. 아들들의 고민은 우유부단이 아니라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분투로 보였다.

 

아버지 세대들은 돈을 벌어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개혁에 앞장서는 삶으로 분리되었다. 다른 듯 보이는 두 삶의 공통점은 ‘나’라는 개인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아들(손자) 세대들은 국가와 가족의 안녕보단 자신들의 자유와 행복을 고민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국가와 가족이 필요했다.

 

작가 쉘레이만 아이첼릭은 레피크와의 만남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열정이 없다고 말했다.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정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닐까. 버나드 쇼가 어떤 이유로 묘비명을 남겼는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겐 ‘우물쭈물’이란 단어가 인생의 의미를 찾느라 고민하는 단어로 읽힌다. 제대로 삶을 살지 못한 자의 자조(自嘲)가 아닌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던 자의 자조(自照)로 읽혔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답을 찾았든 그러지 못했든 삶의 끝에서 한결 가벼워진 자가 느낀 여유가 만들어 낸 문장으로 읽혔다. 인생의 목표가 확실했던 제브데트든 선로를 이탈한 레피크와 외메르, 무히틴이든, 아흐메트든 그들은 모두 살아갔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상황 속에서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브데트의 가족은 더는 한집에 살지 않는다. 변화의 흐름 속에 그들의 집이 있던 자리엔 아파트가 들어섰다. 레피크의 삶은 제브데트나 니갼 부인이 원하는 삶을 아니었을 것이다. 레피크는 아들 아흐메트가 자신 같은 사람이 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흐메트의 삶을 보자니 레피크의 삶이 보였다. 레피크와 아흐메트는 소설과 그림으로의 혁명을 꿈꿨다. 아흐메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공책, 비망록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며 위태롭게 선로 위에 서 있었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있었다.

 

 

오르한 파묵은 『소설과 소설가』에서 “텍스트를 작가의 자서전 또는 경험담을 약간 고친 연대기로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소박한’ 독자들”이라고 했지만, 청춘들의 고민과 방황에서 젊은 파묵의 고민과 방황이 보였다. 레피크와 친구들, 아흐메트는 공과대학을 졸업한, 그림을 그렸던 소설가 파묵의 분신들로 보였다. 소설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한국의 오늘날로 치환하면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읽힐 만큼 보편성이 있었다. 청춘들의 고민과 방황에서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보았다.

 

“삶을 살게! 저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우리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줄 아는가? 저 거대한 역사에서는 흘러가는 강물 속의 물 한 방울도 아니라네……. 자신을 옥죄지 말고…….”(2부, 405쪽)

 

2012년 가을을 살고 있다. 청춘의 시간을 지났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인생의 끝나는 순간까지 이 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이트가 레피크에게 한 말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사는 것! 오늘도 나는 살아간다. 그 시절, 그들처럼.

 

 

 

 

(*)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2권 통합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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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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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파묵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긍**넉 | 2019.02.23
평점5점
믿고 있는 오르한 파묵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v******1 | 2016.05.25
구매 평점5점
파묵의 처녀작이라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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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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