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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는 줄리!
그림자를 피해 공원으로 간 줄리는 그곳에서 여자 같다고 놀림 받는 남자아이를 만납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고, 한 가지 이름표를 붙여야 하는 건 아니라고, 나에게는 나다울 권리가 있다고. 그리고 줄리는 깨닫습니다. 까불고, 지저분하고, 나부대고, 덜렁대는 왈가닥, 천방지축, 선머슴 같은 모습도 모두 나라고. 줄리는 줄리라고요! 저마다의 빨강을 품고 선묘 형식의 흑백 삽화가 인상적인 《줄리의 그림자》에서 빨강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빨강은 밝은 곳에서는 가장 밝게 보이고, 어두운 곳에서는 가장 어둡게 보이는 색으로, 사랑과 증오? 자유와 억압? 허용과 금지? 해방과 구속의 상반된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 책에서 빨강은 프레임 있는 의자, 반 양말, 엄마의 칼, 궤, 머리핀, 신발끈, 반창고와 같이 구속과 속박, 인습을 상징하는 물건과 줄리의 흐트러진 옷과 롤러스케이트, 잼, 인형, 공, 털실 등과 같은 일탈, 탈주, 해방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작가가 빨간색으로 표현한 것은 경계를 가로지르자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이 세상은 검은색과 하얀색, 이 두 가지 색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빨강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나답게! 이 책은 1975년, 프랑스 68혁명 직후에 발표되었습니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를 모토로 자유와 항의를 외치던 프랑스의 이 움직임은 그동안 어린이 문학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 뒤로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성별이 어떤 역할과 행동을 해야 한다는 해묵은 고정관념은 옷, 색깔, 장난감, 책, 놀이, 생필품까지 어느 것 하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에 얽매여 살아가지요. 어디 그뿐인가요. ‘어린이답다’, ‘어른답다’, ‘엄마답다’, ‘아빠답다’. ‘선생님답다’, ‘학생답다’……. 이 수많은 ‘~다움’ 때문에 ‘나다움’을 놓친 채 살아갑니다. 《줄리의 그림자》가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단지 성별과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 때문만은 아닙니다.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인정을 찾게 만드는 힘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책과 함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과연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나답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