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버드Cool bird’와 ‘핫 버드Hot bird’를 아는가?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져 봄이 와도 북쪽으로 날아가지 않고 안락한 생활에 정착한 야생오리를 ‘쿨 버드’라고 불렀다. 야성野性의 본질과 열정을 잃어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반면 ‘핫 버드’는 야성을 잃지 않고 본질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난관에 도전하는 사람을 상징한다.
목적을 상실한 회사에서 사용하는 ‘복지’는 구성원들을 제도화의 감옥에 가두어 쿨 버드로 만든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회사의 복지제도는 인센티브와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이 성과를 내게 하는 직접동기가 아닌 간접동기다.
직접적 동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엉뚱하게 간접동기에 회사의 전략적 자산을 집중한다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마치 성과가 숲속 깊이 숨어 있는데, 이들을 소탕하겠다면서 엉뚱하게 숲 바깥에서 무분별하게 총알을 다 써버리는 것과 똑같다. 간접동기만 자극하는 회사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과창출에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회사의 목적과 일에 의미를 되살려내는 데 실패한 회사가 성과를 높이자며 복지에 승부를 거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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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무엇을 중심으로 정렬하는지에 따라 세 부류로 나눠진다. ‘무엇을’을 중심으로 사업하는 사람, ‘어떻게’를 중심으로 사업하는 사람, ‘왜’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사람이다. 가장 초보적인 사업가들은 사업 아이템인 ‘무엇을’ 중심으로 사업한다. 이들은 철저히 장사꾼 마인드로 무장해, 어떤 물건이든 돈이 되는 물건을 잘 선정해 최대의 이윤을 남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고객에게 파는 것은 ‘가격’이다.
두 번째 부류는 ‘어떻게’를 중심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업의 노하우know how인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시작한다. 물건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져서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단계와 과정을 이해하고, 각각의 단계와 과정에서 창출될 수 있는 차별적 가치의 흐름을 이해하며, 이를 혁신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파는 것은 ‘가성비’다.
가장 고수인 세 번째 부류는 내가 무슨 의도로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철학인 ‘왜Why’를 설명해주는 사명과 이 사명을 통해서 ‘무엇을What’ 팔 것인지와 어떤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이를 ‘어떻게How’ 구현할지 정렬해가며 사업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 단계의 중심은 ‘왜’이고 ‘왜’를 중심축으로 한 통합과 정렬은 경쟁자가 카피할 수 없는 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공해준다. 누군가가 내 브랜드인 ‘왜’에 대한 철학을 베낀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 나의 아류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왜’를 중심에 놓은 사람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철학과 문화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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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이기는 전략경영으로 승부하던 시대가 저물고 초연결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이처럼 세상이 변화하자 목적경영을 기반으로 근원적 변화에 성공한 회사들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뉴발란스, BMW, 스타벅스, IDEO, REI, L. L. 빈, 웨그먼스, UPS, IKEA, 제트블루항공, 조던스퍼니처, 존슨앤드존슨, 카맥스, 캐터필러, 커머스뱅크, 더컨테이너스토어, 코스트코, 트레이더조, 팀버랜드, 파타고니아, 레고, 할리데이비슨, 홀푸드마켓, 메르카도나, 구글, 3M, 넷플릭스, SAS, IBM, GE, 펩시코, 피치북 데이터, 자포스, 노보노디스크, 인디텍스, 발레오, 라스무센레포츠, 헨켈, 아디다스, 아틀라스콥코, 랜드골드리소시즈, 나투라, 버진그룹, 유니레버 등이 각 산업군을 대표하는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구성원·고객·공동체가 회사의 목적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목적에 대한 간절한 소망에서 시작해, 끝없는 혁신을 통해 목적에 대한 믿음을 검증해왔으며, 이 믿음을 진화시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내리게 했다. 이 회사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가치의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자신만의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가진 고유명사의 회사를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보통명사의 회사로 바꾸어 우리 삶의 플랫폼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목적경영으로 근원적 변화에 성공한 회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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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과거의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을 성숙시켜가는 종업원들의 모습을 상상해가며 세운 회사가 마쓰시타 전기였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목적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마쓰시타 전기는 1917년에 창업했지만,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이런 사명을 각성한 것은 14년이 흐른 뒤인 1932년 5월 5일이다. 마쓰시타는 회사의 사명을 깨달은 이 날을 회사 창업기념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회사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마쓰시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쓰시타 전기는 사람을 만드는 회사이다. 그리고 동시에 가전제품도 만들고 있다.” 또한 마쓰시타라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일을 통해서 전문가로 성장하며, 또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가며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마쓰시타는 경영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인간을 길러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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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업이 정렬되고, 목적·비즈니스 모델·업이 일과 과제에 통합되어 수행되고, 구성원들이 회사의 역사를 써나가는 작가가 된다면, 그 회사는 ‘전문가들의 즐거운 놀이터’다. 구성원들은 회사가 제공해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자신의 일을 통해서 전문성을 갈고닦을 수 있는 성장체험을 한다.
회사가 성장체험의 공간을 허락해주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포함한다. 전략을 구성원 간 생존경쟁을 위해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의 놀이터’ 모형은 전쟁터가 아니라 올림픽 경기장과 비슷하다. 올림픽과 전쟁은 똑같이 경쟁을 강조하지만, 경영전략이 차용하고 있는 전쟁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올림픽은 경쟁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신장시키고 이를 통해 더 숭고한 목적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전쟁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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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사회에서는 경쟁자의 개념도 바뀐다. 이제 경쟁자는 스파링 파트너다. 겉으로는 경쟁자처럼 보이더라도 뿌리를 파고들어가 보면 같은 뿌리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를 들어 삼성과 LG가 다른 모양의 휴대전화를 만들어 판다 하더라도, 두 회사 모두 리눅스 기반의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사용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현대차는 경쟁자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경쟁자는 자동차 회사들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같은 회사가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을 쓰고 있고, 결국은 엔진을 공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엔진과 내비게이션을 넘어 이들 제품 속에 구현되는 부품의 상당 부분은 같은 제조사가 납품한 것이다.
결국 겉으로는 경쟁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존을 위해 같은 생태계에서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적이라기보다는 같은 링에서 서로의 실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해 훈련하는 스파링 파트너이다. 또한 근원적으로 LG와 삼성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의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LG와 삼성이 서로 간의 경쟁에 함몰되어 자신들이 뿌리내리고 있는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면, 그 순간 이들이 아무리 강한 뿌리를 가졌어도 결국은 토양만 산성화시키고 둘 다 무너지게 되어 있다.
전통적인 산업군에 속해 기업 간의 경계가 분명할 때, 기존의 전략이론에서는 역량을 제고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쳤다. 하지만 지금처럼 각각의 산업과 산업이 기술적 융합에 의해서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이 플랫폼이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생태계로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의 전략이론이 주장하듯이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개념을 가르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뜻이다. 산업과 산업 간 기술적 컨버전스가 보편화되어 전략이론이 전제로 삼고 있는 산업의 경계가 사라졌고, 이와 동시에 경쟁자와 협력자의 경계도 모두 사라졌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져버려 적군과 아군의 경계마저 모호해진 상태에서 겉으로 보이는 경쟁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그를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집행한다는 것은 서로가 공멸을 자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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