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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PEN CLUB(블랙펜 클럽)-04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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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10g | 153*223*20mm
ISBN13 9788954657501
ISBN10 89546575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러는 동안 노벨리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어쩌면 내가 이미 시공간적 방황의 상태로 넘어간 것은 아닐까? 존재의 어느 한 군데에 난 구멍 속으로. 어쩌면 유예 상태의 자살자, 죽은 자이자 동시에 산 자와 같은 내 상태가 이러한 평온함의 경지로 이끈 것은 아닐까? 더이상의 두려움도, 불안도, 아주 사소한 형이상학적 의문조차도 나를 괴롭히지 못했다. 난 이제 자동차 뒷좌석에 내팽개쳐진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다. 어떤 타격에도 상처를 입지 않는 무기력한 몸뚱이에 불과했다.
--- p.69

“모든 국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똑같은 성공의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불평등이란 출생의 임의성이나 그와 관련된 사회적·경제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각자 다른 노력이나 재능이 이유가 되었을 때에만 용인될 수 있는 것입니다. 스포츠에 비유해 얘기하자면, 우리가 결승점에 모두 동시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것은 정당하고 공평한 것이죠. 하지만 거기엔 우리 모두가 똑같은 출발점에서 달린다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p.81

“우선 당신이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 이 기회를 받아들임으로써 국가에 엄청난 공헌을 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이 놀라운 실험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당신과 또다른 선구자들 덕분에 이제 곧, 어쩌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될 테니까요. 기회의 평등이 마침내 실현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우리의 경제적·사회적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지는 것입니다.”
--- p.109

여전히 나한테는 누군가에게 양도하거나 남겨줄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해야 하나? 내 삶의 짐을 떠맡을 가엾은 사람에게 무엇을 알려줘야 하나? 난 상자를 품에 안고 곰곰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사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난 대체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만들어냈던 것일까?
--- p.121

난 그가 방금 말한 대로 내가 시작한 새로운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삶이 내게 선사하는 그 모든 놀라운 혜택에 대해서도. 난 노벨리의 비전에 반박하거나 이견을 제시할 어떤 근거도 찾지 못했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그런다고 해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 영혼을 잠식해가는 고통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 p.277~278

“간단히 말하면, 하나의 창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심지어 의도하지 않아도 창작자의 신체적, 정신적인 상태를 반영한다는 게 그 사조의 핵심 사상이에요. 그림은 화가의 몸짓을 유도하는 생체 에너지와 더불어, 그림을 구성하는 재료와 색상 자체의 고유한 반응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는 거죠. 따라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작품의 원동력이자 의미 자체인 것으로 간주되고요. 작품은 그 순간의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신체의 증거가 되는 셈이죠. 사실 이 모든 것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객관적 우연의 개념과도 아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 무의식의 개념이 섞여 있는 거고요.”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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