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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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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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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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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407g | 128*188*20mm
ISBN13 9788973815777
ISBN10 8973815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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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이런 점을 좋아했던 거다. 곤란해하는 구석. 말이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듯한 구석. 히와코에게는 그 세계가 욕조처럼 따스하고 좁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점원에게 말을 걸 때의 요시노 할머니와 쇼짱에게 말을 걸 때의 나는, 고독한 점이 닮았다.

결혼반지를 낄 때면, 히와코는 늘 이상한 기분이 든다. 쇼조와 연애를 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는데, 대체 어떤 식으로 했는지 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쇼조는 착한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 착한 사람은 숱하게 많다. 그 숱한 사람이 아닌 쇼조와 결혼하고, 당연하다는 얼굴로 반지를 끼고 나가려는 자신을 히와코는 어쩐지 또 다른 누군가인 양 느낀다.

히와코는 빨간 장화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그러다보니 히와코 스스로도 설명 못할 어떤 이유에 의해, 선뜻 그것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빨간, 고전적인 모양새의, 새 것 같고, 반들반들한 쾌활함이 더해진 장화. 내버리기에는 너무나 티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것을 정색하고 미워하는 건 어른답지 못할뿐더러 몰인정한 행동이 아닐까. 장화는 쇼조의 선의(善意) 자체이자 자신의 어리석음 자체 같다고 히와코는 느낀다.

문이 열리기 전에, 쇼조는 시야 끄트머리에서 그것을 포착했다. 매우 엉뚱한, 그곳에 있을 리 없는 것.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둔 눈앞의 길을 지나쳐 간 것은 다름 아닌 히와코였다. 마음에 드는 듯 평소에도 즐겨 입는 물색 셔츠를 입고 있다.
엉뚱한 것. 그렇게 생각한 자신의 감정은ㅡ이건 물론 부당한 말이라고 쇼조 자신도 생각은 했지만ㅡ자신의 소유물이 공공의 것에 섞여 들어가 있는 광경을 발견한 듯한 놀람과 불안함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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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우리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나는 상징처럼.
에쿠니 가오리가 그려내는 결혼에 관한 ‘진실’


“결혼이란, 사랑이라는 감정적 동기에서 출발해,
현실이라는 정거장에 내리는 경험이다.” --- hubris

첫 시집 『제비꽃 설탕 절임』출간으로 2009년 겨울을 장식했던 에쿠니 가오리가 결혼이라는 불가사의한 풍경을 특유의 청아한 문체와 잔잔하고 나긋나긋한 화법으로 그려내는 연작소설 『빨간 장화』로 독자들을 찾아왔다.『홀리 가든』『장미 비파 레몬』『좌안』이후, 가장 에쿠니 가오리다운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두고 ‘무섭다’고 표현한다. 소리를 내지를 만한 무서움이 아니라 오싹하고, 절절하게, 미지의 것들과 잘 알고 있지만 눈치 채지 못했던 (혹은 눈치 채지 않으려 했던)것들을 들춰내어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10년, 아이가 없는 히와코와 쇼조의 일상을 단편의 형식을 빌려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린 연작소설 『빨간 장화』는 그런 에쿠니 가오리의 능숙한 심리 묘사와 날카로운 관찰력이 생생하게 연출되고 있는 작품이다. 미세한 마음의 변화나 희미한 빛의 반사와 같은 결코 밸런스을 잃지 않는 마음의 요동을 정확한 표현으로 빗댄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고 있는 동안 독자들은 주인공의 심리, 주변의 소품들을 표현하는 문장 속에서 품격과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결혼이라는 주제를 두고 있지만 결혼을 했던 하지 않았던, 결혼이라는 현실세계에서 두 주인공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은 그 어떤 연애소설보다 현실적이고 냉혹하게, 때로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독자들의 가슴에 다가올 것이다.

불협화음, 그것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얼마나 매력적인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인데도 부부인, 결혼이라는 불가사의한 풍경

남편 쇼조와 아내 히와코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아이가 없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 부부에게 특별히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두 사람의 일상이 각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질 뿐이다. 어느 스토리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서로 맞지 않는다. 히와코는 일상에서 자신이 보는 세상의 모습을 쇼조에게 풀어놓지만 언제나 “응.”이라는 무심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히와코는 항상 상실감을 느끼고 쇼조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지만, 쇼조와의 연애시절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히와코는 그런 자신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한편 쇼조는 아내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려 하고 아내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선물도 사주지만 쇼조의 의식 속에 깔려있는 것은 히와코에 대한 가벼운 모멸이다. 하지만 그에게 히와코는 자신의 곁에 있기에, 자신이 모르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아내를 상상하지도 못하기에, 그리고 아내를 경시하기 때문에 비로소 사랑과 가까운 존재이다.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독특하고 알 수 없는 쇼조의 행동과 히와코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는 부부라는 영역을 통해 무엇보다 리얼하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며 결혼생활의 ‘진실’은 바로 체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표현하지 않지만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는 역시 당신’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소설을 읽고 있는 내내 쇼조의 태도와 히와코의 심정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책을 덮는 순간 밀물처럼 잔잔한 행복이 밀려올 것이다.

“우리, 함께 있지 않는 편이 나을 거야.”
겉모습은 ‘좋은 부부’ 그렇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 존재하는 ‘진실’은...

『빨간 장화』에 등장하는 쇼조와 히와코는 타인의 눈엔 제법 사이좋은 부부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지만 충실하게 행복을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진실’은 체념이며, 경멸이며, 불만족이다. 연인사이에서 부부사이로 자연스럽게 흘러간 애정을 히와코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지속한다. 지금 이대로는 괜찮을 리 없는 부스럼 가득한 현실을 세게 긁고 또 긁어도 피가 나오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 자상버릇과도 같은 상태를 지속시킨다. 히와코가 지금보다 백년이나 젊었었던 무렵, 결혼생활의 ‘진실’을 타파하려고 했던 날들이 있었다.
ㅡTV 좀 꺼주면 좋겠어, 대답 좀 제대로 해주면 좋겠어, 뭐든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
어째서 언짢은 사람처럼 하고 있는데?
매일, 그런 말을 늘어놓았던 나날. 하지만, 그런 히와코에게 현재 남아있는 것은 체념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자연스럽게 변하는 애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평온무사한 부부라는 것은 선험적으로 허구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는 것 같아.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다고.
-우리, 둘이 있으면 둘 다 외로워지는 거야 _「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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