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9년 10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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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98g | 130*210*11mm |
ISBN13 | 9791196254049 |
ISBN10 | 1196254044 |
출간일 | 2019년 10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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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398g | 130*210*11mm |
ISBN13 | 9791196254049 |
ISBN10 | 1196254044 |
‘꿈꾸는 엄마들의 성장카페’라는 기조를 가진 ‘엄마방송국’ 회원들이 엄마로서의 경험과 사유들을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담아낸 책으로,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묻어둔 마음을 세 명의 작가가 정리해 한 데 모아 대변한다. 숭고한 희생과 위대한 멀티플레어이어, 언제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눈물이 핑 도는 마법의 단어인 ‘엄마’. 하지만 이 호칭이 본래 이름 석 자 대신 자신을 부르는 말이 되면서 인생이 일시정지된 것 같은 엄마들이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며 고백이 시작된다.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삶과 꿈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하면서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서 얻은 경험과 사유들을 풀어냈다. 여느 책들에 비해 비교적 긴 문장들의 제목이 이끄는 짤막한 글 85개는, 보통의 엄마들의 진솔하고 현실적인 풀어내면서, 궁극적으로 아이와의 동행을 통해 엄마도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더 어른이 되고 더 근사해지고 있음을 긍정한다. |
프롤로그 _엄마란 이름 속에 묻어둔 85개의 진짜 마음들 1. 세상의 견고한 속임수, 그 시간들을 경험하며 “세상의 많은 것들이 제 영역을 늘려가는데, 왜인지 나의 시공간만은 점점 줄어간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당연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모성 넘치는 프로 엄마가 ‘되어지는’ 건 줄 알았다. 그러나 어떤 것도 저절로 된 것은 없었다.” “아무런 문제없이 임신과 출산을 하는 이들은 드문데, 이 사실을 알고 엄마가 된 이들도 극히 드물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야 비로소 ‘외로움’이란 단어를 가슴으로, 온몸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들이 집에 없는 시간, 이제 나 혼자서 집안일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우아한 엄마를 그려왔지만, 현실 속의 나는 짐승 엄마로 살고 있었다.” “이젠 아이 때문에 늦었다는 핑계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집과 직장 모두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직장맘’이라는 불리한 게임을 결국 시작한다.” “우리는 똑같이 부모가 되었는데, 나와 당신의 삶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아이가 아픈 건 엄마 탓이라는 죄책감, 하지만 진짜 나쁜 건 세상의 무책임이었다.” “비록 당장은 못할지라도, 누군간 비웃을 시시한 것이어도, 언젠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으며 행복회로를 돌린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보다 엄마의 촉이 곤란에 처한 아이를 구하곤 한다.” “늘 함께이기에 가장 친밀한 사이지만, 때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나면 너를 안는 마음이 더 커지곤 해.” “판타지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엄마라는 드라마, 극장을 가지 않아도 내 삶은 늘 버라이어티하다.” “술 취한 당신이 ‘썸’ 타는 순간, 잠에 취한 나는 ‘썽’ 날 뿐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만 빼고.” 2. 아주 만약에 더 버거웠더라도, 너를 사랑해 “밤새 울어대는 아이 옆에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같이 숨죽여 우는 것밖에 없었다.” “울음만 배우고 태어난 너에게 웃음을 가르쳐주기 위해 엄마는 오늘도 웃고 있는 거야.”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이야기에, 이 시기에는 다들 그렇다는 맞장구에, 묘하게도 위안이 느껴진다.” “나의 비루한 인격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엄마로서의 지혜도 인내와 노력으로 길러지는 것임을 알았다.”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씩 끝나갈 때, 마음이 약해지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어린이집에 보낼까 말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건, 내가 우유부단하거나 유난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관련된 결정은 언제나 두렵고 조심스럽지만, 그중 최고난도의 선택은 아이가 내 손을 떠나 시간을 보낼 어딘가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를 안정되게 한 가장 효과적인 마법은 일관된 어조로 차분하게 일러준 엄마의 언어였다.” “바로 옆에 잠들어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나 그립다.” “아이가 자랄수록 가방 속 준비물은 가벼워지고 마음속 준비물은 무거워진다.” “아장아장 너의 보폭으로 따라 걸으니 온 세상이 경쾌한 음악이 된다.” “어른의 도움이 필요했던 일을 네가 스스로 해냈을 때, 그 사소해 보이던 것도 내겐 얼마나 벅찬 감동인지!” “엄마는 걱정을 안 하고 싶지만, 걱정을 멈췄다가 걱정했던 일이 터질까 봐 정말 걱정이다.” “아무도 내 안녕에 대해 간절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 순간에도 이 작은 아이는 그토록 열정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 사랑받은 기억들을 그대로 박제해 간직하며 평생을 그 힘으로 살아간다.” “아이라면 누구나 지나는 흔한 과정들일지라도, 엄마에게는 한순간도 놓치기 싫은 경이로운 다큐멘터리가 된다.” “악의나 계략 없는 너의 행동에 단지 내가 크고 힘이 세다는 이유로 함부로 감정을 배설하고 나면 창피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둘째 아이를 품에 안고서 조리원의 하얀 천장을 편지지 삼아 써본다. 집에서 엄마를 보고파 할 나의 첫사랑에게.”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는 건 마음의 무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키우라는 말이 아니라.” “나처럼 살까 봐 걱정하다, 문득 나만큼만 살아도 꽤 괜찮은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싫어’와 ‘안 돼’ 사이에는 말이 느는 아이와 말문이 막히는 엄마가 있다.” “아이를 만나고, 처음으로 불안하지 않은 사랑을 해본다.” “텅 빈 놀이터, 열렬히 놀아주면서도 내가 친구를 대신해주는 게 못내 마음 아프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바깥세상을 만난 너의 성장 스토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가전제품들아, 너희들이 없었다면 난 이 모든 걸 해내지 못했을 거야.” “아이는 매일 내 얼굴에 웃음이라는 꽃을 피운다.” “시간은 마이너스 통장도, 대출도 안 되는 걸까? 시간 빈곤 계층에서 벗어나고 싶다.” “엄마가 너보다 너무 빨리 걸으려 해서 미안해. 엄마의 시선으로 먼저 답을 예상해서 미안해.” “또 다른 나였던 아이가 이제 완벽한 타인으로 자라는 광경이 어쩐지 달콤씁쓸하다.” “아이와 함께 더 멀리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무겁고 불필요한 짐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엄마와 아이의 사랑 사이에 띄어쓰기가 시작된다. 아이가 세상을 담을 수 있도록.” “아무리 남들이 나를 ‘엄마’라 칭해도 낯설기만 하던 그 단어가 너의 입을 통해 나의 진짜 이름이 되었다.” “엄마로서 내가 부족하다 느껴질 때,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한다.” 3. 엄마가 아니었다면 그때 나는, 내 마음은, 어땠을까? “좋겠다, 나도 내 일을 했으면 좋겠다. 좋겠다, 나도 당연히 늦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쩐지 전처럼 축하받기 어색해진 그날, 그럼에도 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나의 이름을 지키면서도, 너를 사랑할 시간이 충분한 그런 직업을 가지고 싶다.” “직장맘의 삶은 몸도 마음도 힘들다. 하지만 내가 시작했으니 그 끝은 특별할 거야.” “먼저 충분히 듣고 감정 읽기를 해주세요. 그다음에 말하세요. 아이 말고 나한테도 말예요.” “엄마인 나의 꿈을 물어봐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엄마에게 규정해놓은 꿈 말고도 너무나 간절한 것이 분명 있으니.” “대형 부부 싸움이 터질 것 같은 순간, 우리의 비무장 지대는 바로 설거지였다.” “엄마의 삶은 공공의 채점을 바라지 않는다. 당신의 삶이 타인의 평가를 원치 않는 것처럼.” “서류로 증명할 수 없는 엄마의 가치, 엄마의 잘못이 아닌, 역사의 실수였을 뿐이다.” “행복한 가정보다 더 중요하고 급하고 우선해야 하는 일이 도대체 세상에 뭐가 있을까?” “마흔의 내 손에서 마흔의 우리 엄마 냄새가 난다. 서서히 내 삶에 스며든 엄마 냄새가 난다.” “눈앞에 치우지 못한 티끌이 있더라도 좀 쉬어도 돼. 너의 시간이잖아.” “자학과 우울, 죄책감의 동굴을 지나 내가 진정한 내 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삶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육아의 세계를 무경험자에게도 적절히 전달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가슴 한구석이 덜 답답할 것 같다.”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아이가 듣고 있는데도 이렇게 쉽게 나에게 무례를 범할까? 내 아이를 위해 이젠 두고 보지 않으려 한다.” 4. 아이가 크는 동안, 나는 좀 더 근사한 사람이 되어간다 “나의 유년 시절을 비추어보면서 내 마음의 빈곤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지 않고 싶어졌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를 통해 나를 배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적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친절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로 했다.” “내가 좀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한 길을 찾기 위해서 글로 나의 호흡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아이를 위해 사는 나를 보며, 이제야 내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엄마 역할을 하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야.” “‘아우’를 외치던 초보엄마였지만 시간의 마법을 거쳐 나도 ‘우아’한 엄마로 거듭났다.”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이 생긴 후,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모든 것을 아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책이라는 태양, 그 빛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우주가 만난다.” “하루 종일 부지런 떠는 이 아이처럼, 나 역시 머뭇거리는 시간까지도 꽉 채우며 살고 싶다.” “남편이 완벽한 타인처럼 느껴지던 날, 혼자 품고 살던 이혼이라는 무기 대신에 부모의 책임감을 두 사람이 공유하며 살아보기로 했다.” “‘앞으로 뭐가 될까?’보다 ‘앞으로 뭐든 될 거야!’라고 말해주는 엄마이고 싶다.” “어머님도 엄마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마음속에 동지애가 피어났다.” “아이가 우리의 품을 떠나 어른이 되었을 때, 그때 우리 두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예쁜 사람보다 인상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깃들어 있으니.” “모든 일에 감사하는 일. 내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고 내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가장 건강한 버릇이다.” “아이와 공유한 작은 웃음 코드가, 그 옛날 별것 아닌 것에도 웃음이 터지던 학창 시절로 나를 데려가주었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 싸우는 과정 속에서 나는 또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해나간다.” “그 어떤 엄마에게도 타고난 초능력은 없다. 갈고닦은 내공이 있을 뿐.” “만약 내가 할머니가 되어서 내 손녀가 엄마가 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처럼 빛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에필로그_ 흔한 일상이 축제가 되고, 사소하게 여긴 것들마저 소중해지는 나날들 |
내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아이를 낳고 난 후로 극명히 갈린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보니 속아도 제대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는 기쁨,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겉포장 아래 이렇게 무시무시한 '헬 오브 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결혼 새내기, 임신 새내기들에게 이런 걸 알려주지 말라는, 나만 모르는 사회적 약속이라도 있던 것일까? 아니면 나도 이렇게 속아서 살고 있는데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잔혹한 복수극일까?」
위의 문장은 꼭 나의 마음을 옮겨놓은 듯하다. 뭔가 아이를 낳고 속은 느낌, 엄마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이다. 문장으로 적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표현을 만났다.
내가 거의 유일무이하게 애정하는 '엄마들의 온라인 성장카페'에서 카페지기이신 미세스찐님(한혜진님)과 일명 엄방(엄마의 꿈방)의 햇살님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현직 카피라이터 오승현님, 용마란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전직 카피라이터 박용미님이 함께 쓰신 책이 바로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이다.
작년 10월에 이 책이 나오고 바로 예약구매를 통해 만나보았다. 책은 역시나 겉모습도 안의 내용도 너무 너무 근사했다. 딱 제목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느낌.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자기 삶에서 점점 '내'가 사라져가게 된 여성들이 모여 '나'에 대한 공부를 '함께'한다. 나 자신이든 시간이든 경력이든 아니면 그저 물리적인 에너지든, 출산과 육아라는 과정 속에서 삶의 어떤 것을 상실한 느낌과 그것을 함부로 말하면 모성의 책무를 힐난받는 무언의 압박... 이 모든 힘든 순간들에 대해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주는 경험은 지속되고 있다. 내가 온전히 존재해야 한 번 더 환히 웃으며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만들어진다는 걸, 이 공간의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이 감사하고 놀라운 비법을 조난자의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엄마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우리는 즐겁게 서로를 구할 수 있다고.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프롤로그 중에서
위의 이유로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가 나오게 됐다고 한다. '엄마의 꿈방'이라는 맘 커뮤니티에서 여러 엄마들이 뼛속까지 내려가 진솔하게 나눈 다양한 경험담과 사유들을 한데 모아 엄마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쓴 책이다.(p89인용)
책이 정말 예쁘다. 저런 아치형 문을 인테리어로 한 카페들도 많은데 책표지로 쓴 것은 처음 본다. 책표지에서 한 번 감탄하고 목차에서 한 번 감탄했다.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의 특별한 목차
짤막 짤막한 문장이나 단어로 구성되어지는 목차에 익숙한 나는 긴 문장의 목차들을 보니 참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하느라, 때론 육아와 살림에 일까지 하느라 바쁠 엄마들을 위한 배려라는 걸 알았을 땐 또 한번 입이 벌어졌다. 책읽을 시간조차 없는 엄마들도 목차들의 주옥같은 문장들만이라도 읽고 '함께 육아하는 공동체'로서 연대하는 느낌을 받고 힘내라고 하는 듯 친언니같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문장 하나 하나 공감되고 마음에 아로새기고 싶은 문장이 가득 담긴 책을 만나면 깨끗하게 책을 보기가 어렵다. 형광펜으로 밑줄도 그어야할 것 같고 필사도 해야할 것 같고.....그런데 서평은 쓰기가 힘들다. 왜냐면 옮기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많이 쓰면 작가님한테 누가 될까 염려스럽고 서평을 다시 읽기도 힘들다.
그런 책이 이번에 다시 읽은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이다.
아이를 낳은 후에야 비로소 '외로움'이란 단어를 가슴으로, 온몸으로 정학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끊어져버릴 것 같은 허리, 돌덩이 같은 목과 어깨, 현기증 나는 머리, 무거운 두 다리, 시큰시큰한 무릎과 팔목, 그 와중에 너무 굶어 꼬르륵거리는 배, 그래도 참아보려 했다. 몇 분만 노력하면 이부자리에 머리를 뉠 수 있다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그런데 아이는 계속 울었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이내 괴성을 질렀다. 시계를 확인할 때매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중략) 아이의 울음에 내 울음이 섞였다. 엄마가 울어도 아이가 그것이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갓난아기라는 사실이 나를 더 서럽게 했다. 다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냥 이 방에서 나가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높여 음악이라도 듣고 돌아오면 아이가 자동으로 잠들었으면 싶었다. (중략) 쓰러질 것 같지만 시간은 내게 쓰러질 틈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내일 또 오늘을 복사한 하루가 돌아올 거라는 사실은 나를 더 두렵게 만들었다. P35
내 손따라 움직여주는 순한 아이를 봤을땐 한없이 사랑스럽고 천사같은데 엄마도 아이를 낳고 몸이 예전상태로 다 돌아오기전에 점점 무거워지는 아기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때 먹지못하는 엄마가 낮에도 돌보고 밤에도 온전히 혼자 돌보려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내가 아는 동생은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데 그 아이들이 어렸을때 젤 힘든 부분이 " 늘 이런식으로 다람쥐쳇바퀴 돌듯 살 것 같아요. 이게 끝나지않을까 두려워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보다 엄마의 촉이 곤란에 처한 아이를 구하곤 한다.
다섯 살은 너무 어리다는 걸 선생님들이 감안해주시면 안 되는 건지, 적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아이의 타고난 적응력만 운운하는 반응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 날 밤,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나는 더 이상 유치원에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아이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죽여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나는 체육이 너무 싫어. 원래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싫어."
"응, 체육 선생님은 나한테 하기 싫은 걸 자꾸 하라고 해. 나는 체육 선생님이 무서워. 우리 반 선생님도 무서워, 나는 유치원에 가기 싫어."
"유치원에 가기 싫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런데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조용히 하란 듯 말하는 것이었다.
"쉿...! 엄마, 이건 우리끼리의 이야기야. 절대로 말하면 안 돼. 말하면 큰일 나."
그런 말은 누가 쓰는 거냐 고 재차 묻자 아이는 어서 자자며 말을 돌렸다. 대체 무엇이 다섯 살 아이를 이렇게 조바심 나게 한단 말인가? 다음 날, 유치원을 그만뒀다.
(중략)
만일 그때 내가 아이의 맘을 헤아리고 아이 편에 서서 결정하지 않은 채, 문제를 우리 아이의 탓으로 돌리기만 했다면 어땠을까? 다른 친구들은 잘 지내는데 왜 너만 유난이냐고 채근했다면 어땠을까?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엄마라는 말은, 다시 말해서 내 아이를 위한 오직 단 한 사람이 바로 엄마여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P60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적응하는 문제는 아주 큰 문제다. 엄마라면 선생님들이 자기 아이 기질이나 성격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주길 원할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경험은 없었고 늘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주시는 믿을 수 있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판타지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엄마라는 드라마, 극장을 가지 않아도 내 삶은 늘 버라이어티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의 연속, 시시각각 변하는 낯선 상황의 속출, 듣도 보도 못한 괴성과 암호 가득한 몸짓의 언어, 이것은 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예측 불가 스릴러다. 해맑은 주인공 아이가 펼치는 아찔한 모험 스토리는 엄마라는 관객에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릴러 장르이다.
어쩌다 보니 엄마는 영화 감독이 되었다. 고루한 과거로 뛰어든 타임리프 판타지와 예측 불가의 육아 스릴러를 어떻게 결론지을지 매 순간 고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은 '엄마'라는 드라마는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그 묘미! 물론 오늘도 눈물나는 생고생 스토리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일 것이다. 자, 오늘도 레디 액션! P64
끝은 알 수 없는 게 묘미, 눈물나는 생고생.... 아이와 함께 하는 스펙타클한 세계에 대해 너무 재치있게 한 표현들이 재미있어 그 문장들을 옮겨왔다.
바로 옆에 잠들어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나 그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다 참아지고 견뎌지는 순간, 바로 아이가 자고 있는 걸 바라볼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아이가 잠들면 아이를 그리워하는 이상한 엄마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만큼 사랑이 넘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p97
아이가 자는 동안 엄마는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여행을 한다. 과거 여행은, 경이로움에서 시작한다. 정녕 내 배에서 나온 아이가 맞나?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신기하다. 기적 같다. 현재 여행은, 하루를 돌아보며더 시작한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잘 자라고 있구나. 이런 아이에게 왜 너 잘해주지 못하고 화만 낼까? 못난 엄마 만나 네가 고생이 많구나. 미래 여행은, 약속으로 시작 한다.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내일은 더 잘해줘야지. 내일은 더 안아줘야지....p99-100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을 많이 한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 그립다」이다. 참 이상한 말이다. 옆에 있는데도 그립다는 말. 사실 연애할때도 이런 느낌까진 아니였다. 온전히 애정을 듬뿍 쏟을 수 있는 상대가 자식이지않나 싶다. 마냥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사랑스런 보물들..... 그런데 그런 아이인데도 낮에 이런 저런 이유로 어린아이와 옥신각신 하다보면 사랑스런 눈빛으로 봐라봐 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경우엔 밤마다 잠든 얼굴보며 웅크린 다리를 펴주고 작은 등을 쓸어주면서 엄마가 부족해서, 마음이 넉넉치 못해서 더 다정하게 대해 주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읊조리게 된다.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이 책 정말 다시 봐도 참 좋다.
정말 좋은 구절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참 몇 문장 꼽기가 힘들었다. 위에 옮긴 것 말고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그 중 아쉽게도 세 개만 더 꼽아봤다.
아이라면 누구나 지나는 흔한 과정일지라도, 엄마에게는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경이로운 다큐멘터리가 된다.
시간은 마이너스 통장도,
대출도 안 되는 걸까?
빈곤 계층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무리 남들이 나를 '엄마'라 칭해도
낯설기만하던 그 단어가 너의 입을 통해 나의 진짜 이름이 되었다
엄마로서의 삶은 참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하다. 늘 새로운 이벤트가 있고 엄마나이를 먹을 수록 내공이 쌓여 아이를 대하는 여유와 기술이 생긴다. 그런 능력자들의 공로를 요즘은 그나마 조금 알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엄마들의 삶을, 목소리를 대변한 근사한 책, 엄마이든 아니든 사람살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만.근(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을 읽으며 책장을 연신 덮는다.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지독했던 입덧과 임신의 기억.
아이가 태어났지만 모성애를 전혀 느낄 수 없어 나를 자책했던 순간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어렵고 두렵고 막막했던 날들.
쌀쌀했던 2015년 11월의 어느 날,
이유없이 울며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고 밤거리로 나가 하염없이 걷던 날들.
어두컴컴한 안방에서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한손으로 아기 잘 재우는 법을 폭풍검색했던 날들.
‘오늘 야근해.’ ‘오늘 저녁 먹고 들어가.’ 라는 톡조차 없는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열폭했던 수많은 밤들.
일을 시작하고 친정 부모님을 동시에 수술실에 넣어놓고
폐렴에 걸려 열이 나는 아이를 업고 아동병원으로 달려가던 날.
전염성 병에 걸린 아이를 차에 태우고 맡길 곳이 없어 병원 주차장에서 하염없이 울던 날.
육아와 살림은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남편과 피 터지게 싸웠던 날들.
하지만 아이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며 감격하고 감동했던 순간들.
점점 심해져가는 건망증에도 아이의 처음이었던 순간들만큼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력.
이렇게 예쁜 아이가 진정 내 아이인가 싶어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날들.
현실이 힘들고 가슴 아팠던 날에도 아이로 인해 웃었던 날들.
남편과 싸우고 가슴 치며 울던 날에 아이가 작은 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줬던 날.
괴물처럼 고함을 지르는 내게 아이가 ‘그래도 나는 엄마가 좋아.’라고 말해주던 날.
이 모든 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덮었다하며
울컥 눈물이 났다가 빙그레 미소 짓기도 한다.
그렇게 과거로의 여행을 하다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의 책장을 또 덮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상상하며 미래로의 여행을 떠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의 모습.
친구들과 손을 잡고 재잘거리며 노는 모습.
사춘기가 찾아온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 참고 있는 내 모습.
방문을 닫고 들어가 나오지 않는 아이를 문 밖에서 기다리는 내 모습.
친구문제 또는 성적 문제로 고민하며 울기도 하는 아이를 그저 지켜보며 애 태울 내 모습.
하지만 아이와 함께 친구, 성적, 이성문제를 진지하게 대화할 수도 있고
아이의 급격한 몸의 변화를 축하해줄 수도 있고
아이와 팔짱을 끼고 쇼핑을 하고 마트에 가고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나의 힘듦을 아이와 진솔하게 대화 나눌 수도 있고
때로는 둘이 한편이 되어 아빠를 놀리며 깔깔거리는 날들도 상상해본다.
그렇게 나는 아.만.근(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와 책을 덮는다.
그리고 나는 현재의 나와 아이를 떠올린다.
수많은 과거를 지나온 지금의 나는 정말 근사한 엄마가 되어있는가?
앞으로 나는 근사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 이다.
예전에 나는 근사한 엄마를 완벽한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근사한 엄마가 되려고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엄마도 사람이지만 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기에 실수도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하고,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며
아이를 사랑하는 것 또한 엄마인 내가 최고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사한 엄마가 완벽한 엄마는 아니라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완벽한 엄마를 내려놓은 요즘의 나는
아이에게 하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실수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또 아이에게 엄마도 못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내가 못하는 것을 아이와 함께 연습하기도 한다.
엄마의 체력은 강철체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엄마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고
내 아이도 더 많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만.근(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을 펼치고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더 근사한 엄마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