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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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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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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48g | 135*190*12mm
ISBN13 9791188956159
ISBN10 118895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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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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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멀쩡해보여도 가눌 수 없이 외롭고, 연탄처럼 속이 까매진 당신이 보이네요.
홀로 슬프고 맥이 빠져 찹쌀떡처럼 추욱 몸이 늘어졌군요.
그래요, 당신은 바다사자처럼 누워 계세요.
세수도 안 하고 속살이 훤히 보이는 속옷을 입고 뒤척일 때 지친 하마같이도 보여요.
그래도 귀여우세요.
애써 꾸미지 않아도 당신은 아름다워요.
--- 「당신은 바다사자처럼 누워 계셔요」 중에서

동굴 속 불은 꺼졌어도 내면의 불은 꺼지지 않았어요.
강렬히 원하면 내면의 불은 더 환해지고 오래갑니다.
불이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더 안으로 끊임없이 옮겨가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행복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어요.
당신이 있어 더 행복합니다.
--- 「당신이 있어 더 행복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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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을 가다 쇼윈도 안을 쳐다보면 쓸쓸한 표정의 마네킹이 쓸쓸한 나를 쓸쓸하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품속의 배고픈 지갑이 꼬르륵 꼬르륵 소리를 냅니다. 고달프고 피곤하여 오전 내내 마른 오징어처럼 누워있다가 오후의 태양 아래 보도를 걸으니 마음이 휘청거립니다. 하도 되는 일이 없으면 고래떼마저 해변으로 거슬러 와 자살하는 세상. 마음을 주려 하면 겨우 시작된 사랑은 휑하니 떠나버립니다. 마음을 추슬러 삶을 조각보로 이어 붙이면 또다시 벼랑이 닥칩니다. 한 편의 시를 필사하며 영혼의 이정표로 삼았는데 때때로 우울증은 불면증으로 꼬입니다.
신현림 시인의 시편들은 화염처럼 강렬하며 감수성은 용광로처럼 끓었습니다. 현재 시인은 삶의 전방위에서 맹활약 중입니다. “내 눈물은 빚더미 속에서 사는 법을 배운다. 내 생의 반은 실수와 부끄러움으로 얼룩졌다. 꿈의 아궁이에 해를 넣고 ‘사랑밥’을 끓이고 싶다. 내 마지막 사랑과 밥, 당신들에게 다 나누어주겠다.” 청춘들과 항상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시인은 사랑밥 한 솥 끓여 이 시대 젊은 영혼들과 나눠 먹고 싶습니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당신의 어깨에 지친 나의 머리를 얹고 싶은 날, 시인은 슬프고 가난할수록 꿈의 트럼펫을 불며 같이 걷자고 손짓합니다.
- 김용길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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