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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표정이 구름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야

오늘의 표정이 구름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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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70g | 128*188*8mm
ISBN13 9788960214804
ISBN10 896021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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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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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몸피를 숨기며 빛난다 물고기들의 혈투를 모른 척 덮고 있는 오후의 수면, 반짝이는 것들은 턱밑에 구멍을 숨긴다

마른 꽃다발은 살짝 스쳐도 부서진다 어깨를 부딪쳤을 뿐인데 무너지는 사람, 한 점 점성도 허락지 않는다

빌딩에서 빛들의 아우성이 쏟아진다 어둠에서 울음은 혼자서 자란다 넘어지는 일들이 잦아졌다

원룸의 골목에서 길을 헤매다가 우기를 만났다 쉽게 상하는 물고기들, 비린내를 풍기며 구름이 몰려온다

장식장에서 상패들이 빛난다 깨어지며 슬프게 태어나는 모래의 알갱이들, 눈물을 잃어버린 유리의 기억 같은

동네 음식점은 주인을 잃었다 매번 뜯기며 부서지고 있는 내부들, 길목에는 군데군데 쓰레기 무덤이 생겼다

어디선가 모래가 소리 없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발목부터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의 얼굴이 수북하게 쌓인다
--- 「유리의 표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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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시인의 첫 시집은 여타 언어의 회의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식물성 무늬로 거느린 육식의 습성”으로 기술한 데카르트적 반성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시 의식은 “완벽한 서사”의 포즈를 취한 어떠한 기의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기표가 있다는 확고한 판단중지에서 비롯된다. 시인이 누군가의 등을 본다는 건 “서사의 파열선을 끌어안는 일”이며 “너의 얼굴이 모호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따라서 시인은 대상이 로고스 중심주의에 의해 내적 이미지화되는 순간 존재가 휘발된 허구적 상징으로 전락한 기존의 관념을 부정한다. “오늘의 표정이 구름이라는 것은 거짓말”이므로 철저한 자기 검열과 반성을 통해 언어의 추상화란 오류에서 벗어날 때 “먼지의 무게에 대한 바람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이수 시인의 첫 시집은 우리 시단에서는 보기 드물게 특수한 체험 영역들에 대한 존재론을 근거 짓고, 그 존재의 언어들이 대상에 서로 틈입하면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회귀성 슬픔”의 과정만이 망라되므로 가히 ‘에포케epoche의 현상학’이라 명명할 만하다.
- 강희안 (시인,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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