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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붕집의 마릴라

초록지붕집의 마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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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474g | 136*200*21mm
ISBN13 9791190555142
ISBN10 119055514X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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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우리 마릴라야.” 클라라가 반기며 말하고는 한 발 옆으로 물러나자, 여전히 밝은 파란색 케이프를 입고 있던 이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카를 본 이지는 머리에서 후드를 벗으면서 미소 지었다.
마릴라는 비명을 지르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로 펄쩍 뛰었다. 그 바람에 스컹크가 자고 있던 털실 상자를 발로 차서 엎어버리고 말았다. 스컹크는 하악 소리를 내며 펄쩍 뛰면서 마릴라의 부츠 신은 발에 치일까봐 복도 구석으로 도망쳤다. 마릴라도 스컹크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클라라가 찡그렸다. “마릴라, 대체 무슨 일이니?” 클라라는 이지의 손을 굳게 잡았다. 둘은 어깨를 맞대고 서서 마릴라를 쳐다보았다.
이지의 머리카락이 좀더 버터스카치 빛깔에 가까웠지만, 그리고 머리카락을 둥글게 말아 풍성하게 흘러내리도록 해두었지만, 그 얼굴은 클라라를 거울에 비춘 것 같았다.
--- 「이지 이모는 놀라운 사람」 중에서

이지가 밖으로 나가 마릴라를 기다렸다. 소녀들은 마침내 포치에 둘만 남았다.
“어른들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어….” 레이철이 말문을 떼고는 어깨 너머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화이트 부인은 엘라가 들고 있던 빗자루와 와인병을 맞바꾸고는 빗자루로 천장을 맹렬하게 때리고 있었다.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로 남아야 해.”
마릴라는 빙긋 웃었다. 친구와 비밀을 가져본 건 처음이다.
레이철은 웃음이 비어져나오는 입을 가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네가 살아 숨 쉬는 한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할래?”
마릴라는 레이철의 손을 잡고는 어머니 손 말고 이제껏 본 가장 사랑스러운 손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 숨 쉬는 한 언제까지나.”
--- 「레이철 화이트를 만나다」 중에서

“나는 늘 우리 가족과 함께 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매슈가 조해너 앤드루스에게 자기와 함께 타고 가자고 했고, 네 아버지와 이모는 네 어머니를 집에 두고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으니….”
마릴라는 존이 이미 가족에게 말을 했다는 점과 자기가 모르는 사정을 그가 알고 있다는 점 중에서 무엇이 더 당황스러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딸-여동생-조카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궁리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면 좋을 것 같아, 존. 아주 좋을 거야.”
둘이서만 비밀리에 어디를 가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중요한 마을 행사에 공개적으로 함께 마차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모두가 거기에 올 테고 누가 누구의 마차를 타고 오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럼에도 마릴라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존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아서 올리자 그제야 그의 눈썹 위쪽이 땀이 나 살짝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럼 내가 널 데리러 올게.”
--- 「5월의 소풍」 중에서

“넌 마음속으로는 진보적이구나, 마릴라.”
마릴라가 찡그렸다. “보수주의자들도 진보주의자들 못지않게 노예제에 반대하거든.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우리 의견은 완벽하게 일치해. 왜 너는 모든 것을 결국 정치 얘기로 연결시키고 말아, 존? 토리당이니 개혁당이니 하는 것에는 털끝만큼도 관심 없는 세상이 저 밖에 펼쳐져 있어.” 마릴라는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존이 단단히 붙잡았다.
“그것 또한 진보적인 견해네. 그리고 우리가 정확히 우리 정부에게 일깨워야 하는 점이기도 하고. 고귀한 작위만으로 대중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 말이야.”
마릴라는 한숨을 쉬었다. 존의 말에 동의했지만 동시에 동의할 수 없기도 했다.
--- 「라즈베리 코디얼의 비밀」 중에서

재빨리 부엌으로 가서 냄비에 물을 붓고 당근, 순무, 양파를 넣은 뒤 스토브에 올렸다. 뜨개질감을 들어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자니 영원한 연옥 속에 빠진 것 같았다. 그랬는데도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누구세요?” 마릴라는 계단 위 소년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크게 말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바늘을 내려놓고 천천히, 차분히 문의 빗장을 벗겼다.
남자들은 예상과 달리 안으로 밀고 들어오지 않았다. 4인조의 남자가 손에 라이플을 들고 잔디밭에 늘어서 있었고 말들은 짙은 갈기를 휙휙 펄럭였다. 리더가 포치에서 인사했다.
“좋은 저녁입니다. 커스버트 부인이신가요?”
“미스 커스버트예요.” 마릴라는 그렇게 정정해주고는 후들거리는 무릎을 감추려고 몸을 꼿꼿이 폈다. “그런데 이렇게 어두운 때 제 사유지에 들어온 당신들은 누구시죠?”
--- 「도망노예 사냥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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