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5월 28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524쪽 | 758g | 150*218*30mm |
ISBN13 | 9791190582308 |
ISBN10 | 1190582309 |
발행일 | 2020년 0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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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524쪽 | 758g | 150*218*30mm |
ISBN13 | 9791190582308 |
ISBN10 | 1190582309 |
MD 한마디
[마녀 키르케, 새로운 여성 서사의 시작] 고전과 결합한 글쓰기로 매력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매들린 밀러의 새 책. 『오디세이아』에서 키르케는 남성들이 두려워하는 능력을 갖춘 여성을 상징한다. 작가는 마녀로 소비되어온 키르케의 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며 익숙한 고전 읽기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소설MD 박형욱
키르케 감사의 말 등장인물 해설 옮긴이의 말 |
신이자 마녀였지만 누구보다 인간다웠던 키르케
태양신 헬리오스와 오케아노스의 딸인 바다의 님프 페르세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마법에 능한 님프 키르케. 그리스 신화에서 메데이아와 함께 마녀의 대명사인 키르케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따스함을 품은 고결한 마음을 지닌 인물로 그려낸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다. 작가 매를린 밀러가 10년간 집필한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12년 영국 유수의 문학상인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 <키르케>가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 HBO MAX에서 8부작 드라마로 제작중이다.
눈이 노랗고 우는 소리가 특이하고 가늘다며 매(hawk)라는 뜻의 키르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부모와 형제들 그리고 다른 님프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녀. 막내동생 아이에테스를 어머니를 대신해 돌보지만 다 자란 그는 그녀를 남겨두고 자신의 왕국으로 가버린다. 어부인 글라우코스를 바닷가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고 파르마콘이라는 꽃으로 그를 죽지 않는 신으로 만들었으나 그는 아름다운 님프 스킬라와 결혼하길 원하자 그녀의 외모 속에 감춰진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키르케는 다시 그 꽃을 사용해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방법에도 그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녀와 남매들은 파르마키스 즉, 마녀라는 것이 드러나며 그녀는 무인도 아이아이에 섬에 홀로 사는 벌을 받게 된다. 키르케는 그곳에서 약초들을 사용하여 마법의 약물들을 만들어내며 마법을 갈고 닦는다. 동생 파시파에를 도와주기 위해 크레타에 잠시 머물며 다이달로스와 깊은 관계가 되지만 그녀는 인간과 나눌 수 있는 사랑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글라우코스 때처럼 더 욕심을 내지 않는다. 자신들의 섬에 찾아오는 인간들에게 온정을 베풀지만 그들은 진정한 감사를 모르고 하나같이 재물과 육체에만 탐을 내는 모습에 실망한 그녀는 그들을 죽이거나 돼지로 변신시킨다. 긴 시간을 그런 일상들이 반복되다 트로이에서 이타케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 일행이 이 섬에 오게 되어 그들과 1년을 함께 지낸다.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 임신을 알게 되고 텔레고노스를 낳고 호시탐탐 아이의 목숨을 노리는 아테나에게서 마법으로 그를 지켜낸다. 10대가 된 텔레고노스 아버지인 오디세우스를 만나고 오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그를 아테나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강한 독을 지닌 크라곤의 꼬리를 가져가게 한다. 하지만 자기 아들인 줄 모르고 공격을 해오던 오디세우스의 뺨에 독이 묻어 그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아들은 큰 충격을 받고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와 함께 섬으로 돌아오며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아테나의 선택을 받아 아버지의 뒤를 잇기를 거부한 텔레마코스 대신 텔레고노스가 아테나를 따른다. 아버지의 영광이나 왕의 권력을 갖는 것은 자신이 길이 아니며 키르케의 옆에 남은 그와의 진정한 사랑을 꿈꾼 키르케는 정말 그녀다운 마지막 선택을 한다.
◆책 속의 키르케
“용서해달라고 빌라는 걸 거부하셨다던데 진짜예요? 붙잡힌 게 아니라 제우스한테 가서 솔직하게 얘기하셨다는 것도요?” “그렇다.” “왜요?” (중략) 신의 처벌을 자청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미친 짓 같았지만, 그가 흘린 피를 밟으며 서 있는 마당에 내 생각을 얘기할 수는 없었다. “모든 신이 똑같을 필요는 없어.” 그가 말했다. (p.33~34) |
인간에게 불을 전한 프로메테우스가 벌을 받고 고통을 당하는 순간 다른 신들은 연회를 즐길 때 다른 이들 몰래 키르케는 그에게 넥타르를 가져다주며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대해 질문을 한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낱 인간을 위해서도 기꺼이 고통받는 신도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프로메테우스와의 이 짧은 만남은 키르케의 마음속에 머물며 인간에게 관대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키르케는 홀로 외로웠으나 다른 신들처럼 전지전능하거나 교만 혹은 오만하지 않고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신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름만큼이나 힘이 없어 보였다. 온갖 신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신과 엮이면 어떻게 되는지, 인간들에게도 전해 내려오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다. 부적절한 순간에 흘끗 쳐다보거나 엉뚱한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목숨을 잃고 이후로 십여 세대 동안 가문에 저주가 내릴 수 있었다. 공포의 연쇄 관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점이 제우스였고 나의 아버지가 바로 아래였다. 그다음이 제우스의 형제와 자식들, 그다음이 나의 삼촌들, 이런 식으로 강의 신과 바다의 왕과 에리니스와 아네모이와 카리테스를 거쳐 맨 밑바닥에 이르면 서로를 탐색하는 우리 님프와 인간들이 있었다. (p.44~45) |
바위를 서성였다. 백 세대가 지나도록 이 땅을 걸었음에도 내가 느끼는 나 자신은 어린애였다. 분노와 상심, 좌절된 바람, 욕망, 자기연민, 이건 신들도 익히 아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죄책감과 수치심, 회한, 양가감정은 우리 같은 신족에게는 미지의 나라와 같아서 돌멩이를 하나씩 세듯 배워야 했다. 나는 절대 그녀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했을 때 얼빠진 듯 충격을 받았던 파시파에의 표정이 자꾸만 떠올랐다. (p.203) |
꽃밭으로 나와보니 초록색 이파리들이 칼날처럼 반짝일 정도로 파릇파릇했다. 손가락으로 흙을 훑었다. 습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조만간 덩굴에 버팀목을 대어야 했다. 작년에는 오디세우스가 도와주었다. 나는 그 생각을, 마치 몸에 생긴 멍처럼 만져보며 아픈지 살폈다. 그가 떠나면 나도 연인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처럼 울부짖을까? 그가 두고 간 튜닉 조각을 끌어안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잃어버린 내 영혼의 반쪽을 향해 부르짖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잘 되지 않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이럴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이야기에서도 신과 인간은 절대 오랫동안 함께하는 법이 없었다. (p.301) |
내 손에 쥐어진 칼 손잡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들이 하늘처럼 멀게 느껴졌다. 칼을 들어 끝을 그의 살에 갖다댔다. 꽃처럼 너덜너덜하게, 쉽게 뜯겼다. 흘러나온 금색 이코르가 내 손을 타고 흩어졌다.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난다. 분명 나는 벌을 받을 거야. 온갖 주문과 온갖 마법의 창을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겠지만 앞으로 남은 날 동안 이 생명체의 피 흘리는 모습이 눈앞에 떠나지 않겠지. (p.365) |
키르케는 아버지를 찾아 나서겠다는 아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크라곤의 꼬리를 얻으러 간다. 아들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그녀의 의지에 크라곤은 기꺼이 꼬리를 내주고 오로지 자식을 위해 대가 없이 크라곤의 몸에 손을 대면 키르케는 몹시 괴로워한다. 자식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안다. 그로 인해 바보가 되었고 넘쳐나는 행운에 취해서 비틀거릴 정도라는 걸 안다. 가끔은 한밤중에 잠에서 깨 아슬아슬한 내 삶을 떠올리며, 그 가느다란 숨결을 떠올리며 겁에 질릴 때도 있다. 옆에서는 남편의 맥박이 목을 두드린다. 침대에 누운 아이들의 피부에서는 아주 희미한 생채기마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들바람이 아이들 위로 불지만 세상은 산들바람보다 더한 것으로 가득하다. 질병과 재앙, 괴물과 천 가지 다양한 고통. 나는 하늘에서 칼처럼 눈부시고 날카롭게 우리의 괴로운 육신을 겨누고 있는 아버지와 거의 일족을 잊지 않는다. 그들은 앙심과 악의에 겨워서, 또는 실수로 아니면 충동으로 우리를 덮칠 것이다. 숨이 목구멍에서 걸린다. 그렇게 불행한 운명을 짊어진 채 무슨 수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p.499) |
그녀는 자신이 인간이 되어 인간과의 사랑으로 가족을 이뤄가는 삶을 꿈꿔 본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은 항상 무슨 불행이 덮칠지 모르고 언젠가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끝이 보이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게 가능할지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고결한 마음을 지닌 키르케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의 상상력과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빨려들 수밖에 없었다. 마녀라는 부정적인 틀을 깨고 님프들이 노래하는 한 편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신이지만 같은 신들에게 그저 하층의 못생긴 마녀로만 여겨졌고 그녀가 애정을 준 신이나 인간도 결국은 그녀를 이용하기만 할 뿐이다. 동생 파시파에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무소불위의 힘을 맘대로 휘두르지 않고 모든 것에 주저하는 키르케를 비난하지만 키르케는 그런 추악한 마녀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녀의 마법은 오로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된다. 넓은 바다 같은 마음으로 한낱 인간에게조차 신으로 다가서기보다는 인내하며 선함을 베풀지만 인간들은 그녀를 힘없는 여인으로 간주하며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다. 그래도 끊임없이 인간들에게 믿음 가지는 그녀에게 감히 마녀라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 죽음을 모르는 신들의 오만함에 환멸을 느끼며 자신은 결코 그들과 같은 신이 될 수 없음을 예감한 키르케에게서 더없이 인간다운 모습을 보았고 그녀를 위한 신전이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이 여름에 만난 마녀 키르케가 내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 같다.
이 책은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신선함을 선사할 것이고 신화를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될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하늘에서 별자리가 어둑어둑해지고 자리를 바꾼다.
바닷속으로 추락하기 직전의 마지막 햇살처럼 신의 광휘가 내 안에서 빛을 발한다.
예전에는 신이 죽음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죽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뀌지도 않고,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P.500)
*출판사에서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들린밀러 #매들린밀러유니버스 #키르케 #아킬레우스의노래 #이봄출판사 #책추천 #휴가책추천
열 살 무렵 처음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었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완벽한 신. 일할 필요도 없고, 학교도 안가고, 올림푸스 신전에서 여유롭게 넥타를 마시다가 무료해지면 인간 세상에 한 번씩 참견하는 그들. 부러웠다.
고등학생 때 그리스로마신화를 다시 읽었다. 삼중당 문고판으로 다시 만난 올림푸스의 신들은, 불로영생한다는 점을 빼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결함이 많았지만, 그렇게 살아도 되는 그들의 세상은 여전히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후로도 여러 장르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접했다.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로, 뮤지컬로. 워낙 에피소드가 많고 작품마다 해석이 다르니 느낌도 다르지만, 인간 세상의 원형을 담고 있는 고전인지라 어떻게 해석하든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독서모임을 계기로 다시 읽은, 매들린 밀러의 장편소설 《키르케》는 빼어난 아이디어와 고전에 대한 탄탄한 지식으로 신화를 재해석한, 돋보이는 작품이다.
키르케는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부하를 돼지로 변신시킨 마녀로, 영웅신화의 배경처럼 지나가는 하급 여신이다. 태양신 헬리오스와 님프 페르세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예쁘지도 않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아버지 신전의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다. 남동생들이 왕국을 받고, 여동생이 시집가 왕비가 되고. 동생들에겐 역할이 생겼지만 청혼자 하나 없는 그녀는 그저 하릴없이 시간만 축내는 무력한 님프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좋아하는 인간 남자 글라우코스를 신으로 변신시키며 영원한 행복을 꿈꾸지만, 그는 키르케를 배신하고 스킬라에게 청혼한다. 키르케는 질투심으로 스킬라를 괴물로 만들고 이 사건으로 마녀임이 밝혀져 아이아이에섬에 유배된다.
공포로 얼룩진 긴 밤을 보내고 났더니 모든 게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가장 못난 겁쟁이의 면모가 진땀과 함께 날아갔다. 아찔한 번뜩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새장에서 사육당하는 새는 되지 않을 거야, 흐리멍덩해서 문이 활짝 열렸는데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08)
무력한 님프일 때는 신전에서 살 수 있었지만 허락된 능력 이상의 재능이 있다는 게 밝혀지자 제우스와 헬리오스는 그녀를 용납하지 않는다. 안락한 아버지의 집에서 추방된 키르케. 처음엔 두려워 어쩔 줄 모르다가 차츰 마음을 다잡으며 새 삶을 시작한다.
거기 그렇게 돌처럼 가만히 서 있지 말고. 뭐라도 해봐. 끓여보자. 안 될 것 없잖아
(p.110)
그러다 활을 구부려 화살을 끼우듯 세상을 내 뜻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11)
신과 마녀와의 차이가 무엇일까?
소설은, 신은 무엇이든 저절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마녀는 재능만으로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약간의 소질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끝없이 노력해야 마법을 얻을 수 있다는 것. 키르케는 그런 고역을 마다하지 않고 정진해서 능력 있는 마녀가 된다.
주변의 시선도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섬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조건 없는 친절을 베풀지만 그들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고 존중하기는커녕 성폭행하고 재물을 탐낸다. 분노한 키르케가 무도한 여행객들을 돼지로 만들고, 그렇게 그녀는 무서운 마녀로 기억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디세우스가 찾아오고, 키르케는 영웅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함께 하고 싶어 하지만 그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후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고노스를 낳고, 그가 자라 아버지를 찾는 등, 소설 속에는 《오디세이아》의 후속편 같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차이가 있다면 전편이 오디세우스의 길고 긴 여행 이야기라면, 《키르케》는 키르케가 있는 섬으로 낯선 이들이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다.
버림받은 님프를 보호해주고, 이타케를 탈출한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도 받아주고, 지치고 굶주린 여행객들의 쉼터도 되고. 키르케가 만든 모든 이의 고향, 아이아이에 섬은 갈 곳 없는 이들을 보듬어준다.
예전에는 신이 죽음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죽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뀌지도 않고,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p.500)
신의 권리를 거부한 키르케는 최선을 다하는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땐 그리스로마신화판 알파 걸의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다시 보니 키르케는 모든 인간이 공통적으로 추구해야할 가치를 구현하는 존재다.
신화 속에서 남성 영웅의 조력자나 방해꾼으로만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가 아쉬웠기에, 그녀들을 조망하는 작품은 언제나 반갑다. 그 중에서도 《키르케》는 남성 중심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그 대안까지 제시하는 작품이다. 게다가 프로메테우스, 다이달로스, 이카루스, 파시파에, 메데이아 등 신화 속 낯익은 인물들이 카메오처럼 등장해서 키르케와 개연성 있게 엮이는 장면도 흥미롭고, 고향으로 돌아간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뒷이야기도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500페이지의 장편소설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 《키르케》.
신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키르케
매들린 밀러
장편소설
이은선 옮김
이봄
전체 500페이지 훌쩍 넘는 장편소설
지루할 틈 없이 다음장에 대한 기대로 거침없이 읽혀진다.
이틀동안 책의 두께를 놓고 고민했는데 쓸데없는 시간낭비였다..
하드커버가 이해 되는 책 볼륨감
표지 커버 디자인 마음에 들었던..
- 도서관에서 빌린거라 표지커버가 없음
그리스로마신화를 누구나 좋아하고 한 번 이상은 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체를 훑지 않았더라도 부분부분 각각의 좋아하는 매력있는 ‘신’에 대한 관심이
애틋함, 따사로움, 부러움 등등의 기분과 감정을 떨구어 본 적 있다면 키르케 책에 집중할 수 있을것같다.
몇년전 신화 수업 들었던 계보를 기억 저편에서 끄집어 낸다.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신 들 의 이름과 그들의 가족 및 계보가 정리 되기는커녕 다시 뒤엉킨다.
이름과 사건, 서로 얽히고 엮인 신들에 대해 아들에게 물어보니 쉽고 간단하게 답을 해주네..
옳다구나!
가을군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고 키르케 책을 읽는다.
처음 시작은 쉽지 않았는데, 역시나 메모를 하면서 얽힌 신 들 의 이름과 특징을 정리 해가면서
읽으니 자리가 잡힌다.
번역본이지만 불편함 거의 없이 술술 읽히며 집중되는것도 매력이라.
인간은 어떻게 생겼는지 얘기 해주실 수 있어요?
한마디로 대답할 순 없어. 저마다 다르게 생겼거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불사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뿐.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니?
핼리오스 와 페르세의 결혼으로 태어난 첫째딸 키르케.
2남2녀 중 장녀.
키르케의 동생은 셋 !
여동생 파시파에. 남동생 페르세스. 남동생 아이에테스
키르케는 요즘말로 금수저로 태어났으나 집안에서 대접, 인정 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
반복되는 학대, 뒤에서 되풀이 되는 비웃음, 어머니의 화풀이 대상, 돌머리라고 머릿칼 흠집잡고
갈라진 목소리, 즉 인간의 목소리를 가졌다하여 천대 받으며 자존감 낮은 아이로 성장했던 것.
모진 핍박을 받는 이유가 ...
부모라는 ‘신’ 들이 형제자매라는 피붙이들이 대게는 자기보다 월등하여 질투나서 시기하는게
보통의 패턴이건만!
그래도 아버지 헬리오스 발밑에 얌전히 있으면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모습이
안되었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결국은 아이아이에 섬(무인도)에 유배되어 홀로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삶의 방식 적용과 주변 자연의 산물로 능력을 키우며 마녀로 성장한다.
마녀의 능력은 신적인 능력과 달리 무수한 실패를 거듭한 노력으로 얻어지는것이었으니
분명히 다른것이라 하겠다.
키르케가 유배당한 그곳의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
여러가지 삶의 방법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는것이 곧 인간이 세상에 적응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여진다.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을 키우고 이방인들에게 공격을 당했을때 자기 방어를 하는 모습
문제가 생겼을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자주독립적이고 인상적이다.
유배생활동안 온갖 잡님프들과
외부로부터 많은 다양한 객 들이 찾아오고 침입한다.
왜 가만 두질 못하는건지...
우리네 삶과 흡사한다 .
삶이 그리 온순하고 평탄하지 않은것과 같은 이치일까...
#키르케
#매들린밀러
#이은선옮김
#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