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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선집을 엮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수라修羅 여승 가무래기의 낙 노루 머루밤 바다 모닥불 절간의 소 이야기 국수 흰밤 절망 정주성 산비 흰 바람벽이 있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청시 적경寂境 하답夏畓 팔원 ─서행시초 3 고향 『호박꽃 초롱』 서시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가즈랑집 통영 창원도 ─남행시초 1 삼천포 ─남행시초 4 여우난골족 나와 지렝이 추야일경秋夜一景 고방 개 석양 산중음(산숙/ 향악/ 야반/ 백화) |
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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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악의 시가 동편제면 백석의 시는 서편제다. 용악은 ‘바람 부는 산맥’을 넘어 덜커덩덜커덩 기차에 몸을 싣고 벌판을 간다면 백석은 강을 건너 바람 잔 들길을 걷다가 등잔불 깜박이는 큰 산 아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드는 사람이다.
--- p.20 시는 감성의 공감 범위와 능력을 확장시킨다. 문리를 튼다. 시적 공감 능력은, 늘 시대를 만난다.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새길로 들어서게 한다. --- p.23 시는, 시 한 편은 시인이 창조해놓은 새로운 마을이다. 우리들은 잠시 그곳에서 살다가 나오는 것이다. --- p.47 이 시가 우리에게 있어서 우리의 시가, 우리의 삶이 가난하지 않게 되었다. --- p.52 매우 이국적이다. 매우 낭만적이다. 매우 폼 난다. 매우, 정말로 ‘시적’이다. 많은 연인들이 나타샤였고 많은 사내들이 혼자 외로이 술잔을 기울였다. --- p.55 좋은 시는 다 그림이다. 이 시는 장면 장면이 다 풍속화다. 명절날 친족들이 모여 닭이 울 때까지 늦잠 자는 모습도,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화면 가득 펼쳐지는 영상으로 다가온다. --- p.84 |
“간절한 손끝이 가닿는 당신의 머리맡에 이 시집을 놓아드리고 싶다”
「섬진강」의 김용택 시인이 읽어주는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 김용택 시인이 김소월과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들을 읽고 감상글을 덧붙인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 시리즈를 펴낸다. 각 시인별로 한 권씩, 총 다섯 권이 한번에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대표 시인의 시, 「진달래꽃」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서시」 「오감도」 「오랑캐꽃」뿐만 아니라 김소월의 「엄숙」이나 이용악의 「집」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시들까지 포괄한 시선집이다. 김용택 시인은 기존의 유명한 시들을 다섯 시인의 ‘정면’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다섯 시인에게 고정시켜놓은 시대적, 시적, 인간적인 부동의 정면을 잠시 걷어내고 그들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섯 시인이 평생 동안 펼쳤던 시세계의 정면뿐 아니라 측면과 뒷면까지, 다양한 면모를 두루두루 살펴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시의 편편마다 덧붙인 김용택 시인의 감상글은 김소월과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시로 가닿는 징검돌이자 디딤돌 역할을 한다. 조심조심 디뎌 밟듯 시로 향하는 그의 글은, 자체로 또 한 편의 시로 읽힌다. 시를 해체하거나 해설하지 않고, 시와 가볍게 노닌다. 그리하여 분석하고 공부하는 시가 아닌, 마음에 와닿는 대로 읽고 느낄 수 있도록 감수성을 확장시킨다. “백석의 시는 가만가만 징검돌을 디디며 징검다리를 건너가듯 읽어야 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추야일경」까지, 백석의 시를 읽는 시간 평안도 방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데다, 소소한 일들을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나가듯 시를 쓴 백석.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 백석』에서는 백석의 시 34편을 가려 뽑은 후 김용택 시인의 감상글을 더했다. 김용택 시인은 백석을 떠올리면 이용악이 따라오고, 이용악을 떠올리면 백석이 따라온다고 한다. 그리하여 백석과 이용악의 시선집 맨 앞부분에는 둘을 나란히 두고 차이를 이야기하는 글을 같이 실었다. 이용악이 “육성”에 가깝다면 백석은 “섬세한 미성”을 지녔다고 표현한다. 용악의 시가 동편제면 백석의 시는 서편제다. 용악은 ‘바람 부는 산맥’을 넘어 덜커덩덜커덩 기차에 몸을 싣고 벌판을 간다면 백석은 강을 건너 바람 잔 들길을 걷다가 등잔불 깜박이는 큰 산 아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드는 사람이다. -20쪽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백석의 시를 읽는 김용택의 어조는 서정적이다. 백석 시에 자주 나오는 평안도 방언을 두고 “백석의 모든 시에는 우리가 모르는 지명이나 방언이 많아 늘 검색을 해야 한다”고 꼼꼼히 따져 읽다가도, “읽다가 잘 모르는 것은 그냥 넘겨도 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한 편의 시 자체로 감상한다. 특히 백석의 시 「여우난골족」을 읽고, 롱 테이크로 촬영한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표현한 부분은 시 특유의 흥성거리는 풍경을 더욱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좋은 시는 다 그림이다. 이 시는 장면 장면이 다 풍속화다. 명절날 친족들이 모여 닭이 울 때까지 늦잠 자는 모습도,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화면 가득 펼쳐지는 영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찍을 때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켜놓고 오래 촬영하는 장면들이 있다. 이렇게 하나의 숏을 길게 촬영하는 것을 롱 테이크라고 한다. 백 석의 시를 읽을 때마다 롱 테이크로 촬영한 장면을 나는 연상한다. -84쪽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만드는, 시를 읽는 나날을 생각하다 시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시인의 눈을 통해 시를 다시 읽는 경험은 특히 귀하다고 할 수 있다.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으로 시를 읽어봄으로써, 언어로 쌓아올린 정교한 시의 세계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 전문 해설서는 아니지만, 외로움과 번민이 깊어가는 밤에, 손이 닿는 머리맡에 두었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위로받을 수 있는 시집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선을 좇아가며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 현대시사의 큰 시인인 김소월, 백석, 윤동주, 이상, 이용악의 숨결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