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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을 건너서

여울물을 건너서

김해권 | 청어 | 2020년 07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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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8g | 128*188*15mm
ISBN13 9791158608637
ISBN10 115860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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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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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특급 열차가 눈보라를 헤집고 신비스러운 설경 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눈보라에 나부끼는 기적의 음은 고향을 잃은 자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게 처연했다. 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대부분이 특급 열차의 맨 끝에 달린 소화물차의 내부이다. 열차의 진행 방향은 동쪽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이었다. 동쪽이 앞쪽이며, 서쪽이 뒤쪽이며, 남쪽이 왼쪽이고, 북쪽이 오른쪽이다. (이하 같다.)
이 소화물차 안에는 각기 30대 초반이며 방한복을 입은 두 사람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 두 얼굴은 병적으로 초췌하고 수척한 표정이었고, 만약 그러한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일종의 그로테스크한 미가 있다고 할 만했다.

소화물 차내의 맨 왼쪽 가장자리 부분 즉 좌측의 맨 앞쪽과 맨 뒤쪽에는 좌석이 붙어 있었다. 뒤쪽 좌석에서보다 약간 앞쪽으로는 왼쪽 벽으로 바싹 붙은 작은 사무용 탁자가 있었다. 뒤쪽 좌석에 앉아 있는 영현은 사무용 간이 탁자 위에 있는 서류의 작성과 정리를 마쳤다.
그러고 나서 영현은 편지와 동봉된 문서를 읽고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매우 소중히 다루는 듯했다.

“무엇을 그리 열심히 읽고 있어?”
명길이 차내 중앙에서 영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 것도 아냐.”

영현은 상대방을 바라보지도 않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명길은 차내를 둘러보며 적하물(積荷物) 현품을 재확인하고 있었다. 그리 하기 위해서 명길은 차내의 왼편(남쪽)부터 시작하여 오른편(북쪽)으로 이동해 갔다. 차내의 중앙으로부터 얼마간 왼편과 오른편 위치에 전면과 후면으로 나란히 두 쌍의 작업용 문이 있는데, 각각 창이 달려 있었다. 명길은 뒤쪽 오른편 작업용 문이 화물 더미로 가려져 있는 것이 못마땅하게 생각되었다. 뒤쪽 왼편 작업용 문에서 얼마간 우측 지점으로부터 시작해서 맨 우측 벽에 이르기까지 화물을 적재해 놓은 더미가 있었다. 명길은 시발역에서 작업원들이 화물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적재해 놓은 것이 못마땅하게 생각되어 툴툴거렸다. 대체로 정차할 역별로 내리기 쉽도록 배려하여 실었기 때문에 화물 더미는 그 높이가 고르지 않으며 가장 높은 부분은 천정에 닿을 정도였다.

화물 더미 앞으로는 통로처럼 비워진 공간이 있어서, 명길은 그 통로를 따라가며 화물 현품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 비워진 일종의 통로의 너비는 대체로 찻간 너비의 1/3 정도나 되었다. 이 통로와 실내 왼편의 비교적 넓은 공간에는 쌀 자루, 사과 상자 등 얼마간의 화물이 미정리 상태로 널려져 있었다.
명길은 확인을 하고 나서 차내 뒤편 왼쪽의 닫힌 작업용 출입문 곁에 섰다. 명길을 그 문에 달린 창문에 얼굴을 들이대고 밖을 보며 말했다.

“이봐, 무엇인가를 전혀 피우지 않아서 몹시 답답하겠군.”
명길은 선 채로 고개를 돌려 영현을 바라보았지만, 영현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무슨 말인지 귓바퀴 부근에도 닿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현을 명길이 유심히 바라보았다. 명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어. 저 하얀 꽃잎들이 창을 후비고 내 눈으로 스며들 것만 같군. 마치 눈(眼) 속으로 시원하게 뛰어드는 여름날 호숫가의 물보라처럼 말야.”

영현은 미묘한 쓴웃음이 눈에 나타날 뿐 별로 표정을 바꾸지 않는 채로 응답했다.
“너의 감각에도 신선한 면이 있군 그래. 여자의 보드라운 살결 같은 무엇이 말야.”
이봐, 공연히 늙은 척하는 말투는 그만 좀 해 둬. 명길은 잠시 마음속으로 그렇게 지껄이다가 입을 열었다.
“글쎄, 저렇게 눈발이 거세게 휘몰아쳐서 시야를 가득히 메우며 온누리에 소복을 입히는데도 너에게는 아무런 자극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가?”

영현은 자신도 모르게 어눌한 말투가 되어 응답했다.
“눈이야 어저께도 내렸지. 흔히 볼 수 있는 폭설이었고…….”
명길은 다시 창을 들여다보며 상대방에게 다소라도 재미를 느끼게 하려고 자극하듯이 말했다.
“지금 눈이 내리는 것은 너무나 장관이야. 아직 늙지도 않은 주제에 ‘척하는’ 것도 무슨 멋인 줄 알아? 끼니마다 먹는 밥, 매일 가다시피 하는 술집, 처참하게 구겨 버린 그 숱한 봄들……. 그런 것들로 인해 우리가 아무리 염증과 권태와 곤혹을 느꼈다 하더라도, 다시 눈앞에 나타날 때는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야. 때로는 마음 설레기도 하지. 비록 내일 죽는다 할지라도 말야.”
영현은 자신이 흔히 생각해 온 것을 새삼스럽게 말한다는 싫증난 어조로 혼잣말하듯이 다음과 같이 말을 내뱉었다.

“그런 모든 게 사람 나름이겠지. 모든 것이 다 상대적이고 수량적으로 파악될 수 있어. 제로(0)의 설렘, 심지어 마이너스의 설렘이란 것도 있지. 나에게 설렘이란 부질없는 것이야.”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영현에게는 바싹 메마른 음색을 느끼게 하는 열차의 바퀴 구르는 진동음과 눈바람에 흩어지듯이 공중에서 둔중하게 가물거리는 기적 소리가 귓전에 다가왔다.

영현은 두 주먹으로 가슴팍을 누르는가 하면 손가락을 펴서 그곳을 어루만졌다. 그에게는 무슨 무거운 물체가 가슴 속을 꽉 누르고 조여 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심장과 폐 모두에서였다. 얼마 전에 열차가 출발할 무렵에서였다. 의식적으로 애를 써서 힘을 들이지 않으면 거의 매번 10초 가량이나 숨이 정지되곤 했다. 그러다가 살금살금 기어가듯이 가까스로 잔 숨을 가늘게 쉬고 있을 뿐이었다. 심장의 고동도 맥박도 너무 힘없이 사그러들고 있는 듯만 싶었다. 물 속에서 건져낸 사람처럼…….
영현은 찌푸린 표정에 냉소가 담겨져 있는 채로 다시 말했다.

“가만히 앉아 묵묵히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지. 더한층 숨을 죽여 가면서까지라도 말이지. 하늘의 섭리에, 아니, 우리 인간의 생명의 법칙에 맡겨서 복종하는 수밖에 어디 다른 도리가 있나?”
“혼자서 무슨 말이야? 뭐, 섭리라고?”
“뭐 그런 게 있어. 잘 되면 제대로 호흡할 수 있게 돼.”
명길이 말을 받았다.
“아…… 그 얘기로군. 못 되어도 죽지는 않는다는 말이지?”
영현은 혼잣말하듯이 대꾸했다.
“단지 내 숨 줄기는 가파르고 꾸불꾸불하고 좁은 산등성이 길을 기어간다는 점이 좀 다를 뿐이야. 제법 열도 오르겠지. 숨 줄기가 약하면서도 말이지. 하긴 지금의 나는 실질적으로 제대로 사느냐, 못 사느냐-하는 아슬아슬한 갈림길에 있어.”
명길은 갑자기 생각난다는 듯이 말했다.

“의사 말대로 심장병은 없어. 너에게는 말이야. 너는 마음이 곪은 게지.”
이 말에 대하여 영현도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요점을 말하자면 너에게는 숨 한번 크게 쉬는 것쯤이야 너무 쉽다는 얘기로군.”
“너의 머리통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한 기어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
“큰골의 책임만은 아니야. 이봐, 너의 과거는 말이야……, 모든 것을 쉽게 생각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어. 하기야 뒤늦게 가서야 발버둥 쳤지만…….”

명길은 차내에서 좌측으로 움직이며 영현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지껄였다. 어디, 마음대로 해 봐. 죽이 끓든 넘치든 내 알 바 아니니까. 너의 인생은 죽음 즉 제로도 아냐. 바로 마이너스의 삶이지. 이봐, 너 정신 차려야 해. 갈림길에 이르기 전에 우선 빨리 헤어나라는 말이야. 사실을 말하자면 너에게는 갈림길도 없어. 어쩌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두 가닥 평행선의 선로처럼……. 거리를 가까이 두고 서로 눈짓을 하기까지 하면서도 한 번도 만날 수가 없지. 생각 끝에 명길은 비교적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 너는 차라리 선로냐, 아니면 맨땅 바닥으로냐-하는 갈림길에 있어. 즉 궤도 운행이냐, 전복이냐 하는 문제야.”
--- 「서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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