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없이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 명함이 없어졌을 때 어떤 심정이 되는지는 선배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많이 불안하고 가끔은 후회되고 우울하기도 할 거야. 그렇지만 네가 진정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조금만 참고 찾아봐. 그럼 분명히 네가 좋아하는 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긴 여행을 떠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명함을 새로 찍었다. 직장 이름이 들어간 명함 대신 내 이름이 들어간 명함. 조직의 이름이 아닌 내 이름만이 적힌 명함. 다소 불안해 보일 수도 있고, 허울좋은 명예가 그리울 때도 있겠지만 나는 안다. 나다움으로 살아갈 때 진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Step 02. 먹고 기도하고 여행하라」 중에서
나그네쥐인 레밍은 맨 앞에서 한 마리가 뛰면 나머지가 다 따라 뛰다가 결국 그 힘으로 절벽 앞에서도 멈추지 못한 채 다 같이 떨어져 죽는다.
레밍의 습성.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에서 만난 모코로 젓는 여인에게 이곳이 아니라 미국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슈퍼모델이라도 되었을 몸매와 얼굴이라고 했더니 그녀는 말한다. 지금 여기가 무척 아름답지 않으냐고.
좁은 모코로에 몸을 기대니 들리는 것은 오직 노 젓는 소리뿐.
아름답다.
당신도, 모코로도, 지금 이 순간도….
내가 아는 유일한 행복의 비밀은 따라 하지 않기. 속지 않기. 그리고… 가끔은 기꺼이 샛길로 빠지기. 진짜 행복은 삼천포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해진다면, 시간만 넉넉히 둔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원한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Step 07. 레밍의 습성」 중에서
루앙프라방. 라오스 중에서도 가장 세련된 문명이 들어서 있는 곳. 여행자들이 서양식 베이커리와 커피로 럭셔리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조마 카페가 있고, 중심 도로 시샤 왕윙 거리를 따라 이탈리아식 레스토랑과 프렌치 레스토랑, 카페테리아와 바가 줄지어 있는 곳. 옛 프랑스 식민지답게 아시아의 어느 도시보다 유럽인 여행자들이 많은 이곳에서 라오스인들은 그들을 시기하거나 부러워함이 없이 매일매일 매 순간, 매 순간의 삶을 수행하듯 차분히 살아가고 있다. 단 한 번의 분쟁도 없이, 자리다툼도 없이, 호객 행위도 없이. 그저 손님이 관심을 보이면 수줍은 듯 수작업을 하던 천을 놓거나 그림을 그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미소지을 뿐 원하지 않는 물건을 강권하여 돈을 벌 생각은 꿈에도 없다. 아침이면 딱밧으로 경건하게 하루를 열고 나이트 마켓이 끝나고 나면 그 흔한 쓰레기 한 점 없이 깨끗하고 명징하게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는 사람들. 문명의 서비스에 젖은 사람들에게 돈을 벌려고 거짓 웃음을 날리는 게 서비스가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임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 그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거대한 감동의 강물이 라오스를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든다. 오래된 낡은 자동차와 툭툭이 공존하고 백 년이 넘은 식민지풍 건물과 새로 지은 게스트하우스가 공존하는 곳. 온 마음을 다해 이방인을 불심으로 대할 뿐 그들로부터 득을 보려 덤벼들지 않는 곳. 그래서 더 많은 걸 요구할 필요도, 더는 필요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곳. 그곳이 영원히 남아 사람이 문명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Step 28. 일상이 수행」 중에서
여행지의 이곳저곳 중에서 묘지만큼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소박하면 소박한 대로 묘지는 어디나 아름답다. 이스터 섬의 아름다운 묘지. 노인 한 무리가 오랫동안 묘지를 응시하며 서 있다. 무슨 생각들을 할까? 버나드 쇼는 비문에 이렇게 새겼다지?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부디 내 삶이 죽음보다 아름답기를… 우물쭈물하다가 생을 허비하지 않기를….
---「Step 114. 우리 모두 묘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중에서
북미의 백만장자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문맹의 인디언이 되겠다고 한 사람. 무릎 꿇고 사느니 차라리 서서 죽겠다고 했던 사람. 그러하기에 그토록 바라던 혁명이 달성되었을 때 그 모든 달콤한 열매를 카스트로에게 넘기고 유유히 또 다른 씨앗을 뿌리러 떠난 사람. 결국, ‘볼리비아’라는 낯선 땅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세상 무엇보다 찬란한 별로 남은 사람. 이성과 감성, 이상과 현실, 행동과 관념을 이토록 조화시킨 인간이 또 있단 말인가. 그래서 사르트르도 체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완전한 인간’이라 칭했던 거겠지. 오늘도 산타클라라에 있는 그의 묘지에는 두 소녀가 바치고 간 하얀 꽃다발이 놓여 있고 햇살은 별을 비추고 있다.
여행은 혁명 같은 것.
어제의 나를 허물고 새로운 나를 짓는다.
---「Step 121. 여행지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건 사람!」 중에서
일상에서도 여행할 수 있다.
늘 가던 길로 가지 않고 새로운 길로 가보는 것. 늘 가던 카페에만 가지 않고 새로운 카페를 발견해보는 것.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모두가 여행이다. 색다른 것은 다 이국이다.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갖는 것.
여행한 후 당신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여행한 것이 아니다.
---「Step 138. 삶은 그 자체로 여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