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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는 남자

설거지하는 남자

: 백두현 단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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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32g | 152*205*20mm
ISBN13 9791189052218
ISBN10 118905221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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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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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보수적인 인간이다. 어려서부터 남자가 부엌 출입이 잦으면 고추가 떨어진다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생긴 버릇이지만 나는 상을 차려주지 않으면 솥에 밥이 있어도 굶는 이상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버릇을 부모님 품에서나 지니고 살았어야 하는데 결혼 이후에도 굳게 지키고 살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간 큰 남자다.

그런데 슬하에 자식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그런 나의 선비정신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보면 집안에 우환이 든 것이고 아내 입장에서 보면 개과천선한 것이다. 아내의 요청에 못이기는 척, 슬쩍 설거지라는 것을 해 보았다. 해보니 뭐 별것도 아니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 듯 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닦다 보니 나름 성취감도 없지 않았다. 더욱이 처음 설거지라는 것을 처음 했을 때 아내는 무척 감격했다.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며 살짝 눈물까지 비치는 것을 보며 내심 변심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동이란 반복될수록 작아지나 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격은 감사로, 감사는 당연지사로 변질되어 갔다. 그럴수록 줄어드는 감동 지수를 회복하기 위해 맹렬하게 설거지의 강도를 높였지만 칭찬의 질량은 점점 작아지기만 했다. 작아지기만 해도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오히려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유는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고 꼭 부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보람 없는 노동이요, 제 발등을 찍었다는 자괴감뿐이라 비로소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다시는 부엌일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리라 굳게 맹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아내가 나더러 설거지를 하지 말라고 했다. 혼자서 할 테니 바둑이나 두라는 거다. 아! 고진감래라더니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덜그럭거리며 설거지를 끝낸 아내가 설거지는 됐으니 돈을 내놓으라 했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을 혼자 했으니 일당을 요구한 것인데 이 무슨 사달이란 말인가.

그래서 얻은 결론으로 세상의 남자들에게 한마디 권하자면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설거지에 달려들지 말기를 바란다. 처음부터 내 일이라고 뼛속 깊이 인정하거나, 칭찬이 없더라도 묵묵히 일할 머슴정신에 충실한 사람만 도전이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아내들에게도 부탁하자면, 남편의 설거지가 조금 깔끔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칭찬하기를 권한다. 고깝더라도 반복해서 칭찬하다 보면 밖으로는 쉼 없이 일하는 충직한 노예를 얻는 일이요, 안으로는 무보수에도 사표를 던질 수 없는 완벽한 도우미를 얻게 될 테니까.
--- 「설거지하는 남자」 중에서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해 모닝커피를 마실 때마다 덜컹, 덜컹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같은 소리를 내며 변함없이 목적지를 향한다. 역마다 그 많은 사연을 담아 나르는 소리일 텐데 종착역에 이르는 여정이 늘 같기만 하다. 이런 기차의 여정이 사람의 일생과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퍼뜩 지난해에 떠나신 장모님 생각이 난다.

장모님은 말년에 천식으로 참 많이 고생하셨다. 종일 공기청정기를 틀어놨지만, 서울의 탁한 공기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혹시 시골의 맑은 공기가 도움이 될까 싶어 내 집에 몇 달 모신 적이 있다. 충청도와 강원도 사이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살던 나의 집 밖 공기로 한숨이라도 어른의 호흡이 편안하셨으면 했던 거다. 그러나 병세가 중해 시골로 오셔서도 24시간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사셔야 하는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경로당 왕래조차 어려우신 까닭에 종일 거실에서 지나가는 자동차를 헤아려보는 일이 대부분의 일과였다.

“하나, 둘, 셋, 넷…. ”무심하게 지나가는 자동차를 정성스럽게 세고 계셨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멈칫 숫자를 잊어버리셨다. 나름 장모님께는 중요한 일이었는데 하필 그때 여러 대의 차가 한꺼번에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다시 처음부터 하나, 둘 세기 시작하셨다. 그러나 예순다섯쯤에 이르러 또 숫자를 잊어버리신다. 틀림없이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 얼굴이 떠올라 혼돈하셨다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장모님은 지나가는 자동차 대신 베란다에 널린 다육이 화분을 세기 시작하셨다. 움직이지 않는 화분을 센다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라는 표정으로 “하나, 둘, 셋, 넷 ….” 자신 있게 헤아리셨다. 그러나 숫자 세기가 다시 어느 순간에 멈추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장모님이 갈수록 안쓰러웠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고 때로는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할수록 얼마나 다행인가. 미세먼지에 창문을 열지 못하고 TV만 보시는 것보다 이렇게 시골에 오셔서 문을 활짝 열고 돼지 머리 세기를 반복하기만 해도 서울생활보다는 백 배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 여쭤보기를 반복했다. “오늘은 몇 개까지 세셨어요?” “몰라, 예순여섯인가부터 까먹었어.” 그렇게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밖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나는 참 무능한 사위였다.

그로부터 머지않은 날에 장모님은 사위 집이 불편하셨는지 병원치료를 구실로 서울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곧 덜컹거리는 삶의 종착역에 도착하셨다. 처음 온 곳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다시 한 번이란 있을 수 없는 매정한 귀향이라 슬펐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오늘도 기차 소리는 여전하다. 오전 두 번, 오후 두 번 변함없이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그 어떤 난관에도 덜컹, 덜컹, 쉬지 않고 종착역을 향하는 기차 소리가 예순아홉, 일흔, 숫자를 잊지 않고 헤아리는 장모님 목소리로 들린다.
--- 「기차 소리」 중에서

긴 겨울의 끝자락에 이르면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나의 과수원에 가서 가지치기를 하는 일이다. 그곳에는 매실나무 가지가 제법 울창한 편인데 매년 가위질이 필요하다. 과일나무라는 게 사람과 같아 관심을 많이 받아야 실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면 좋겠지만 서툰 솜씨에도 나는 직접 가지를 자른다. 살릴 가지는 살리고 버릴 가지는 버리는 과정에서 얻을 소소한 행복을 뺏기기 싫어서다. 그렇더라도 가지를 자를 적마다 실수할까 봐 자꾸 망설여지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의연하게 자르기 위해 난 내 나름의 두 가지 기준을 만들었다. 하나는 나무 전체가 골고루 햇볕을 받기 위해 방해가 되는 가지들을 쳐내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지 사이로 바람이 잘 통하도록 겹친 가지들을 솎아내는 것이다. 햇볕 잘 받고 바람 잘 통하면 되겠다 싶었던 거다.

그렇다면 어떤 가지가 햇볕을 가로막고 바람을 방해할까. 그 기준은 딱 한 가지다. 덮어놓고 위로만 뻗어 오른 가지들이 범인이다. 그들은 실하게 뻗어 올라 탐스럽지만, 영양분을 독차지하려 한다. 왕성한 성장력이 주변의 많은 약한 가지들에 햇볕을 가리고 바람의 길목을 막는다. 그나마 확보한 영양분으로도 열매를 맺으려 하지 않고, 다음 해를 위해 스스로의 몸집을 키우는데 몰두한다. 열매 없는 가지가 과일 나무에 무슨 소용이며, 실한 열매 하나를 위해 나머지 열 개의 열매가 부실해진다면 그 또한 의미 없음이라 나라도 나서 그 실한 가지를 사정없이 잘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 같은 가지치기 초보자들은 제아무리 독하게 기준을 세워도 막상 자를 때는 반대로 하기 십상이다. 하늘을 향해 꼿꼿이 솟은 실한 가지들은 아껴두고 주변의 많은 잔가지들을 덥석덥석 자르게 된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고 생각하는 짧은 식견 탓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올랐다는 것은 경쟁에서 이긴 것이지만 다른 많은 가지들에는 염치없는 짓일 텐데, 모두를 편하게 할 혜안이 아직 내게 없어서 생기는 일들이리라.

살면서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은 자신의 몫을 떼어내 스스로를 낮추는 것 같지만 공동체로는 다 같이 좋아지는 것이고 세상의 균형을 찾는 일이다. 골고루 햇볕을 나누고 모두가 바람을 누리게 하려면 가위질할 적마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더 과감하게 자르는 길이 더 공평해지는 일이니 멈칫거릴 이유가 없다. 매실나무 가지치기 역시 우리 삶처럼 버리는 것이 곧 얻는 것이다.
--- 「가지치기의 정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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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신문에 에세이를 연재하게 되었다’는 조금은 상기된 작가 백두현 씨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반가우면서도 한편 걱정스러웠다. 돌이켜보면 그의 첫 수필집 『삼백 리 성묫길』은 부모님 일찍 여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수성가하기까지의 고난사를 엮었기에 독자들의 목울대를 울렁거리게 했다.

그의 두 번째 수필집 『이제 와 생각해보면』은 그도 중년에 접어들고 어느 정도 삶이 여유로워지니 그 특유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게 되었다. 퇴근 후에는 자녀들의 자애로운 아버지, 설거짓감을 놓고 아내와 가위바위보를 하는 재미있는 남편으로 변신한 내용들이어서 읽는 이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했다.

이제 작가 백두현 씨는 언론이라는 매체를 통해 울 밖으로 나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여 그만의 잣대로 마름질하고 꿰매어 뚜렷한 메시지를 담아 대중 앞에 내어놓는다. ‘우두머리와 지도자’ ‘동물의 왕국’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놀라웠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간결하면서도 주제가 확실한 글들이 실려 있어 거듭거듭 공감했다. 나의 염려는 기우였다. 그를 곁에서 지켜본 선배로서 감격스러웠다. 부디 이에 멈추지 말고 더욱 비상하길 손 모아 기원한다. 끝으로 오랜 기간 귀한 지면을 내어주신 건설경제신문에 감사드린다.
- 윤묘희(전 MBC 드라마 전원일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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