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은 박정희, 김종필 정권에 의해 만들어졌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의해 육성되어 현재의 거대한 기업진단으로 성장하였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자신이 유신정권의 주체이자 계승자임을 부정하지 않았으므로 필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큰 이의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역대 군사독재정권은 강력한 통치력이 있었기 때문에 재벌의 거대화를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은 독재정권이 경제를 효율적으로 장악하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특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강력한 정권이 수출 물량을 기준으로 재벌간 경쟁을 촉진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한 점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경제위기의 근본적 문제들은 거의 대부분 군사독재정권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재벌이 군사독재정권의 산물이라는 것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고 대부분의 학자들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 외형적 민주화를 달성한 현 시점에서 경제를 압박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재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한국은 망한다 - 섬뜩한 느낌이 들만큼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이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본 한국의 현 상황, 그것은 실로 어둡고 비판적이 전망을 할 수밖에 없는 일들로 점철되어 있다. IMF 사태 후에도 변화된 것은 없다. 정부에서는 이런저런 수치를 들어가며 IMF 체제에서 벗어났다고 자랑해 대지만 생활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경제상황은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br/><br/>저자의 메세지는 단호하면서도 분명하다. 일단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재벌에 관련된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재벌이라는 특수한 조직이 상당한 몫을 해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부작용은 현재 우리에게 너무나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국민의 정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새로운 정부는 재벌을 개혁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재벌의 이익을 비호해 주고 있다. 감독기관들은 유명무실하고, 그로 인해 재벌의 부실은 더욱 심하되어 간다. 그리고 그 피해는 여지없이 국민들에게 돌아온다.<br/><br/>저자는 재벌의 발생과 변천에 대해 고찰하면서 그것이 암세포와 같은 조직이라는 이론을 전개한다. 평상시 끊임없이 확장하여 중소기업을 몰락시키고,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끊임없이 자금을 끌어다 쓰며 다른 기업에 피해를 주고, 결국 망할 때에는 국가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한다는 점에서 암세포와 유사하다. 암을 치료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br/><br/>이 외엗 저자는 은행권의 구조조정, 의사파업 사태, 정부의 정보통제에 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또한 우리의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교육의 붕괴를 고민하고 있다. 골칫거리만 남긴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의 개혁이란 이름의 교육대란가 대외적 경쟁력은 없으면서 대내적으로만 독접적 지위를 누리는 서울대의 존재 등이 일침을 맞았다.<br/><br/>저자는 비판을 했고, 대안을 제시했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공감 가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 지식인의 절망적 넋두리만은 아니다. 인터넷에 연재되었던 글이 그대로 책으로 묶여 나왔기에 거칠어 보일 정도의 직설화법이 두드러지고 때로는 감정의 격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싶은 것은 "한국이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질환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립하자는 희망의 목소리로 읽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