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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672쪽 | 736g | 153*224*35mm
ISBN13 9788993042023
ISBN10 89930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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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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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케이트 모튼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남서쪽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랐다. 퀸즐랜드 대학에서 연극과 영국문학을 전공했고, 현재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첫 번째 소설 『리버튼』이 출간되자마자 3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 다른 저서로는 『The Forgotten Garden』, 『The Distant Hour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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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생각이 난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온 세상을 허우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아이. 시들어버린 여름 꽃처럼 해너와 에멀린과 리버튼의 환영에 짓눌린 내 피붙이. 시간과 공간에서 달아난 아이. 보송보송한 아기였다가 어느덧 장성해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 마음이 텅 비어버린 아이. 그 아이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 만지고 싶다. 시간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조각된 모든 얼굴처럼 사랑스럽고 낯익은 얼굴. 그 아이가 모르는 조상들과 젊은 시절의 내 얼굴이 고스란히 담긴 얼굴.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분명 돌아올 것이다. 고향이란 자석과 같아서 멀리 떠난 자식이라도 그 품으로 끌어당기는 법이다. 하지만 내일이 될지 십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게는 시간이 없다. 나는 시간의 차가운 대기실에 앉아 으슬으슬 떨면서 과거의 망령과 메아리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는 처지다. 그래서 아이에게 녹음테이프 하나를 남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나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그 아이에게는 비밀을, 오래된 비밀을, 긴 세월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이다. --- p.104

그때 기차역 끝에서 누군가 홀연히 나타났다. 해너였다. 해너는 승강장을 둘러보다가 데이비드를 찾아 망설이듯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 데이비드 앞에서 멈춰 섰다. 말없이 서 있다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나는 그 물건이 뭔지 알았다. 그날 아침 화장대에 『루비콘 강을 건너서』가 놓여 있었다. 그들이 놀이를 하면서 만든 작은 책이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모험을 하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묘사해서 실로 엮은 책이었다. ……데이비드가 뒤돌아보며 로비에게 뭐라고 말했다. 해너는 다시 가방을 뒤적였다. 로비에게 줄 것을 찾는 듯했다. 데이비드가 로비에게도 행운의 부적이 필요하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기차가 다시 한 번 경적을 울리고 증기를 내뿜어 승강장이 뿌연 연기에 휩싸였다. 긴 차축이 아래위로 움직이며 힘을 모으더니 기차가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해너는 아직도 기차 옆에 서서 가방을 뒤지고 있었다.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마침내 기차가 속도를 내려할 때 해너가 고개를 들어 머리에서 나비모양의 흰색 공단 머리핀을 빼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로비의 손에 쥐어주었다. --- pp.185-186

이튿날 아침 나는 해너의 화장대를 치우다가 내 이름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해너가 내게 남긴 쪽지였다. 아까 내가 옷 입는 걸 도와준 뒤 해너가 쪽지를 올려놓은 모양이었다. 쪽지를 펴보았다. 손이 떨렸다. 왜 이렇게 떨릴까? 두려움이나 걱정과 같은, 흔히 몸이 떨리는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기대감과 뜻밖의 놀람과 흥분이었다. 그런데 쪽지를 펴보니 영어가 아니었다. 곡선과 직선과 점들이 종이 가득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속기로 쓴 것 같았다. 몇 년 전에 리버튼에서 해너의 방을 치우다가 본 책에 있던 구절이었다. 해너는 우리의 비밀 언어, 다만 내가 읽을 수 없는 비밀 언어로 쪽지를 남긴 것이다.
…… “쪽지 봤니?”
나는 봤다고 말했다. 해너가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라고 말하며 웃는데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이렇게 환하게 웃는 얼굴은 얼마 만에 보는가. 중대한 비밀일 것이다. --- pp.428-429

해너는 로비가 마음껏 계획을 세우도록 내버려주었다. 함께 도망칠 계획 말이다. 로비는 시 쓰는 건 그만두고 노트 한 가득을 도망칠 계획으로 메웠다. 해너가 옆에서 거들 때도 있었다. 해너는 그저 놀이일 뿐이라고, 늘 함께하던 놀이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로비는 행복해 보였다. 해너가 적극적으로 도망칠 계획을 세울 때도 많았다. 멀리 달아나 어디 가서 살지, 무엇을 볼지, 어떤 모험을 즐길지 계획을 세웠다. 놀이였으니까. 둘만의 비밀스런 세계에서 둘만이 함께하는 놀이. 그때는 몰랐다. 알 수도 없었다. 그 놀이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나중에 해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때 알았더라면 로비에게 마지막 작별의 키스를 해주고 그대로 돌아서서 멀리 아주 멀리 달아났을 거라고. --- p.576

“네가 올 줄 알았어. 남편이 숨기라도 해도 넌 말해 줄 거라 믿었어. 오래 같이 지내서 널 잘 알아, 그레이스.”
목소리만으로는 해너가 어떤 기분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아파요. 에멀린 아가씨께서 그리 되셔서.”
해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멀리 저 아래 교회 마당의 한 지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잠시 그래도 있었다. 해너가 말상대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혹시 필요한 게 없냐고 물었다. 차를 가져다줄지, 책을 가져다줄지 물었다. 해너는 처음에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아무 말로 들리지 않았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불쑥 쳀렇게 말했다.
“넌 속기를 읽지 못해.”
질문이 아니라 단언이었다. 그래서 난 대답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때 왜 속기 얘기를 꺼냈는지 알았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그날 아침에는 아직 내가 속인 게 사건의 발단이 된 줄 모르고 있었다. --- pp.619-620

그때 문득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지. 불꽃놀이 폭죽이 터진 거야. 모두 흠칫 놀랐어. 붉은빛이 모두의 얼굴에 쏟아졌지. 수백만 개의 붉은 점이 호수면 위에 쏟아지더구나. 로비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어. ……탕! 이번엔 초록색 불꽃이 터졌지.
“형부가 언닐 내버려 둘 것 같아? 아무 데도 못 가고 로비 오빠도 다시는 못 만나게…….”
탕! 은색 불꽃이었지. 해너는 기다시피 해서 호숫가 높은 곳으로 올라갔어. 에멀린은 울면서 뒤를 따랐고, 다시 폭죽이 터졌지. 파티장 음악이 숲으로, 호수로, 여름 별장 벽을 타고 울려 퍼졌지. 로비는 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몸을 웅크렸어. 눈을 크게 떴고 얼굴은 창백했지. 로비의 말이 들리진 않았지만 입모양은 보였어. 로비가 에멀린을 노려보며 해너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더구나. 탕! 빨간색 불꽃이었어. 로비가 소스라치게 놀라더구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지. 로비는 계속 소리를 질렀어. 해너는 힘없이 로비를 돌아보았어. 해너는 로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들은 거야. 해너 안에서 뭔가가 주저앉은 거야. 불꽃놀이는 끝났지. 남은 불꽃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졌어.
--- pp.665-66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99년 겨울, 98세의 그레이스 브래들리에게 젊은 감독이 찾아온다. 1924년 리버튼 저택에서 벌어진 시인의 자살에 대해 영화를 만들 예정이라며, 당시 리버튼 저택에서 하녀로 일했던 그레이스의 조언을 구한다. 감독의 방문으로 그레이스의 기억에 깊이 묻혀 있던 충격적인 비밀이 되살아난다. 그레이스는 손자 마커스와 그녀만의 비밀을 공유하기로 하고 테이프에 녹음을 시작한다.
그레이스는 리버튼 저택에 처음 들어왔던 14살 때를 추억한다. 하트포드 일가를 모시는 하녀가 되어 해너와 에멀린을 만나 어깨너머로 상류층의 화려한 삶을 들여다본다. 하트포드 일가에는 리버튼 저택의 주인인 애시버리와 그의 아내 바이올렛, 그리고 두 아들 조나단과 프레더릭이 있다. 프레더릭에게는 데이비드, 해너, 에멀린 이렇게 세 남매가 있다. 런던에 살고 있는 데이비드, 해너, 에멀린은 휴가차 리버튼 저택에 놀러오고, 그들만의 비밀스런 놀이에 빠진다.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데이비드가 로비 헌터라는 친구를 데려온다. 셋만의 비밀 놀이를 못하게 되어 해너는 로비가 달갑지 않다.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영국의 젊은이들은 전쟁터로 향한다. 전쟁으로 애시버리와 조나단, 그리고 데이비드까지 연이어 목숨을 잃고 하트포드 일가는 슬픔에 잠긴다. 그와 동시에 프레더릭이 리버튼 저택의 새 주인이 되면서 해너와 에멀린도 리버튼 저택에서 지내게 된다. 평소 자유로운 사상을 가지고 있던 해너는 직업을 가지고 여행하기를 원하지만 가부장적인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다. 해너는 은행을 운영하는 럭스턴 씨의 아들 테디와의 결혼으로 구속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런던으로 떠나면서 그레이스는 해너만의 시종이 되어 둘 사이는 돈독해진다. 하지만 결혼은 더 큰 구속을 낳아 해너를 실망시킨다. 에멀린 또한 해너를 따라 런던으로 올라와 사교생활에 빠져 밤마다 파티를 전전한다. 어느 날, 해너와 에멀린 앞에 데이비드와 함께 참전했던 로비가 세 남매의 비밀 놀이가 기록된 책을 들고 나타난다. 로비는 전쟁터로 떠날 때 해너에게 받은 나비 머리핀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해너는 결혼한 몸이지만 점점 로비에게 끌리기 시작하고, 로비 또한 같은 마음임을 확인하고 둘은 위험한 관계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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