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지
엄마의 살은 밥 같다. 아, 푹신푹신.
엄마의 밥은 살 같다, 아, 따뜻해.
내 고향 춘천 엄마 집에 가면
나는 버릇없는 딸내미처럼
“엄마, 밥.”
“엄마, 물.”
엄마, 뭐, 뭐, 뭐, 뭐……!
엄마는 모처럼 온 딸에게 뭘 해줄 수 있는 게 기쁘다.
반대로 엄마는 서울, 내가 사는 집에 오면
나는 엄마가 아무것도 못하시게 한다.
엄마가 부엌에 들어오려고 하면, 엄마 그냥 앉아 계시어요~
요리하고 세팅까지, 그러고도 뭐가 더 필요한지 살핀다.
참 이상하지. 엄마 집 가면 내가 어린 딸 되고
내가 사는 집에 엄마가 오면 나는 갑자기 어른이 되어,
엄마에게 하나부터 열까지를 다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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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엄마,
우습게 보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신경질 내고
함부로 무시했던 일, 일, 일, 일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엄마가 이다음 내 곁에 없을 거라는 거, 그게 제일 무서운 일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정다운 일은 엄마를 가슴에 꼭 껴안는 일
우리 엄마 예쁘다, 고맙다 하며 손잡고 떼굴떼굴
엄마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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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웃지요!
식구들 다 모이면, 오빠들 셋이 아들 딸 다 데리고 오면 집이 꽉 찬다.
“내가 사진 찍을게.”
찰칵, 버튼을 누르며 뷰 파인더를 보면 새삼 놀랍다.
저기 가운데 콩알만 한 엄마가 이 많은 아이들을 다 ‘양산’하다니!
생명이란 참 놀랍다.
더 놀라운 건 낳은 게 아니라, 키운 거지.
엄청난 세월 지나서 카메라 속 엄마는 배시시 웃는다.
햇살 한 줌 같은 참 겸손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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